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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효과 탁월한 최신 항암제에
고령층 환자 일부 완치까지 기대

이수현 교수(1)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 이수현 교수.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세포독성항암제는 부작용이 심해 노인 암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암을 표적으로 하거나 인체의 면역세포로 암을 제거하는 약제가 개발됨으로써 노인 암 환자의 치료 부담이 크게 줄었다. 항암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에 대해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 이수현 교수에게 들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암 환자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암 유병자 258만 8,000명 중 65세 이상은 130만 3,000명으로 노인 7명 가운데 1명이 암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현 교수는 "암은 여러 가지 발생 원인이 있으나 공통적으로 '노화'가 가장 위험 인자로 작용하는 '노인병'으로 수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암 환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노인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노인 암 환자도 적극 치료에 임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보다 더 큰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항암치료제가 개발되는 것도 고령의 암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교수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등장함으로써 부작용은 물론 치료율도 높은 성과를 보이며,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노인 암 환자의 특징은?

우리 몸에서 세포가 분열하는 매 순간 DNA는 조금씩 손상된다. DNA가 손상되는 속도가 수정되는 속도보다 빨라지면 돌연변이의 축적에 의해 암이 발생한다. 대장 용종을 예로 들어보자. 어린아이일 때는 깨끗하지만 40세쯤 지나면 조그마한 용종이 생기고, 그게 다시 악화하면 선종이 되었다가 다시 악성 종양이 된다. 용종에서부터 암이 되는데 보통 10~15년이 걸린다. 누구나 돌연변이가 생기고 나이를 먹을수록 암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노인이 되면 알게 모르게 몸이 많이 약해져 있다. 젊은 사람과 똑같이 치료하면 몸에 많은 무리가 간다. 그래서 치료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항암제 사진
최근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부작용을 줄이는 항암제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항암제의 세대별 장단점, 부작용은 무엇인가.

항암제는 크게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1세대는 화학 항암제인 세포독성치료제다. 1990년대까지 세포독성항암제는 항암 치료의 주축이 되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하는 특징이 있는데, 세포독성항암제는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세포를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도 빨리 분열하고 재생하는 세포들이 있다.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함과 동시에 분열 속도가 빠른 정상 세포를 공격함으로써 부작용이 많다. 또한, 암의 크기를 줄일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완치되는 암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 2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주사를 투약해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또한, 암세포 자체가 표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에 발현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변이가 표적이 된다.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의 20%에서는 HER-2라고 하는 유전자가 발현된다.

이 HER-2 유전자가 발현된 환자는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래서 HER-2 유전자를 차단하는 억제제가 나오면서 훨씬 좋은 치료 성과를 얻게 되었다. 실제로 이런 표적항암제를 통해 암 환자의 평균 수명이 서너 배 이상 늘었다.

치료율도 높아지고 효과도 좋아지고 독성도 줄어들어 치료 성적이 올랐지만, 그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약효는 발휘되지 않는다. 또 표적항암제가 계속 같은 타깃만 억제하다 보니 암세포가 이를 우회해 피한다. 다른 표적을 만들거나 없는 척하는, 이른바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의 효과가 없다. 표적항암제의 단점은 다른 장기로 전이하거나 재발하기 쉽다는 것이다.

말기 암 일부 환자도 완치하는 면역항암제

이수현 교수(2)
최신 항암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내과 이수현 교수.

이런 와중에 2014년 흑색종과 폐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암세포가 생기면 우리 몸에 있는 T세포가 이를 공격해 암을 제거하는데, 암 환자의 T세포에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래서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주는 것이 면역관문 억제제, 바로 면역항암제다. 직전의 면역치료의 핵심이 NK세포였다면, 이제는 T세포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에 의해 억제되어 있던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깨워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라서 구역, 구토, 피로, 탈모, 면역력 저하 등 세포독성항암제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다만 3~6개월 후에 자가면역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4기의 암 환자도 일부에서는 완치가 가능하고, 장기간 효과를 지속시킬 뿐만 아니라 꾸준히 생존율을 올리고 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는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가.

표적항암제는 특정한 단백질이나 특정한 유전자가 발현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세포독성항암제보다 훨씬 적다. 지금까지 개발된 표적항암제는 EGFR 돌연변이, HER-2 과발현, B세포 표면의 CD20 과발현, BCR-ABL 융합, TNRK 융합 등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면역항암제는 흑색종, 폐암, 신장암 치료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현재는 유방암, 위암, 방광암 등에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가 발현한 면역회피 단백질의 비율이 높을수록, 암세포 주변에 침윤한 면역세포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돌연변이 비율이 높을수록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크다. 반면 면역계 기능이 낮거나 면역억제 치료 중인 환자, 중증의 자가면역질환자, 일부 고형 종양이나 특정한 혈액암 등에서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

치료 효과를 위해 항암제를 병용해 사용할 수 있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항암제를 병용해 활용하기도 한다. 일부 폐암 환자의 경우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병행해 치료하기도 한다. 전체 폐암 환자의 50% 이상에서 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알려지지 않아 표적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했는데,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통해 생존 기간과 반응률을 2배로 늘리기도 했다.

2022년 유럽종양학회에서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PD-L1 발현이 없는 환자를 포함해 모든 전이성 폐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을 표준치료 대비 2배 연장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3개를 모두 사용하기도 한다.

수술 후 항암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수술의 목표는 완치다. 일단 수술을 하고 나면 눈에 보이는 암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피를 타고 돌아다니는 암세포로 인해 나중에 재발하거나 미세전이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항암 치료를 한다. 이를 보조요법이라고 하는데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대장암의 경우 수술 후에는 세포독성항암제를 이용한 항암 치료를 한다. 신장암의 경우 과거에는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 표적항암제를 쓰니 훨씬 효과가 더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수술 후 1년 정도 면역항암제를 쓰면 재발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노인 암 환자 사이에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투여 직후에 나타나는 독성이 없다는 것이다. 세포독성항암제는 투여 다음 날부터 구토가 나오고, 탈모가 시작된다. 입맛이 없어 밥을 먹기도 힘든데, 겨우 회복될 만하면 다시 치료해야 한다.

일단 세포독성항암제는 환자가 치료를 견딜 수 있는 상태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몸이 견디지 못하면 항암 치료는 물론이고 내 몸에서 생기는 어떤 효과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간혹 힘들게 항암 치료를 하러 내원했다고 하더라도 몸 상태가 나쁘면 최소한이라도 몸 상태를 회복하고 오라고 한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그런 부작용이 적고, 나이의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 보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노인 암 환자 치료에서 우수한 치료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같은 노인 암 환자라고 하더라도 병기는 물론 몸 상태를 비롯해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따라 수술과 항암 치료, 그리고 방사선 치료의 순서와 비중이 달라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진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 간의 긴밀한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다학제 진료라고 한다. 우리 병원은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등이 합심해서 최적의 치료를 위해 진료 지침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다학제 진료야말로 우수한 치료 성과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의 암 환자는 신체활동 능력에 따라 치료

입원환자 그림
고령의 암 환자에게는 아직도 항암 치료에 대한 찬반이 있다.

고령의 노인 암 환자에게 과연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지는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항암 치료가 신체에 무리가 되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는 두 가지로 생각한다. 하나는 명확한 환자의 상태이다. 신체 활동도가 기준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스쿼트를 시키는데, 바른 자세로 1분에 6회 이상 할 수 있으면 항암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항암제 자체의 독성이다. 세포 독성이 클 경우에는 용량을 줄여서 사용할 수 있다. 환자의 신체 활동도와 표준치료의 약제 독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무조건 가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그밖에 노인 암 환자들과 보호자에게 당부를 한다면….

항암 치료는 언제나 경과를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한 번의 치료로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 거의 드물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노인은 혼자서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의 협력이 필요하다. 고령의 환자일수록 본인보다 가족의 역할이 더 요구된다. 노인 암 환자들에게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크다는 것을 늘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노인 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할 때는 고집이 아니라 그 이면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가족들이 잘 헤아리고 읽어주기를 바란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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