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기술, 사람을 향한 의술
로봇수술의 진화 '환자에게 더 가까이'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김종욱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수술을 넘어, 환자 경험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의료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Inc)이 지정한 국제 교육 거점 '에피센터(Epicenter)'로 선정되며, 국내를 넘어 세계 의료진이 찾는 로봇수술 교육의 허브가 됐다. 그 중심에는 로봇수술센터장 비뇨의학과 김종욱 교수가 있다. 그에게 비뇨기암 로봇수술의 진화와 환자 중심 시스템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개복수술이 주를 이뤘습니다. 수술하는 입장에서도 힘들었고, 환자에게도 부담이 컸죠."
김종욱 교수는 로봇수술이 비뇨기암 치료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로 '정밀한 접근'을 꼽는다. 기계 팔이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수술은 골반 깊숙한 부위나 유착이 심한 부위도 안정적으로 수술할 수 있게 해줬다.
그는 "수술 부위가 워낙 미세하거나, 장기 협착이 있는 환자들은 과거에는 수술을 포기해야 했지만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05년 국내에 로봇수술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만 해도, 의료 현장은 다소 신중한 분위기였다. 장비 사용의 익숙함은 물론, 고가 장비에 대한 부담과 보험 체계 미비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김 교수의 이야기다.
"도입 초기엔 의료진도 낯설었고, 환자도 생소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수술 결과가 안정적이고 회복이 빠르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전립선암 수술이 자연스럽게 로봇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어떤 수술이 가장 나은 선택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은 출혈이나 회복 속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는 로봇은 그런 환자에게 큰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점점 넓어지는 로봇수술의 영역
비뇨기과 질환 중에서도 로봇수술 도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분야는 단연 전립선암이다. 남성에게 흔하게 발생하며, 50대 이후 발병률이 급증하는 암이다. 김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의 90% 이상이 로봇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정액의 일부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는 신경과 혈관이 밀집해 있어, 수술 시 기능 손상 위험이 높다. 하지만 3차원 입체 시야와 손떨림 없는 미세 조작이 가능한 로봇수술은 요실금, 발기부전 등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전립선암 수술의 핵심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면서도 요실금이나 성기능 저하 같은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로봇수술은 수술의 결과적인 측면과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에요."
신장암 수술도 변화가 뚜렷하다. 기존에는 종양이 발견되면 전체 신장을 절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암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종양만 제거하고 신장을 보존하는 부분 절제술이 가능해졌다. 그러다보니 신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이 바뀌었고, 이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
로봇수술의 적용범위는 방광암과 신우요관암 등 다른 비뇨기암으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방광암은 재발률이 높고, 근침윤으로 진행시 방광 전체를 적출하는 고난도 수술이 필요하다. 김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방광암 수술은 개복에 비해 출혈이 적고 환자의 회복이 빠르며, 필요한 경우 정교한 재건 수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우 요도, 자궁, 질과의 해부학적 관계가 복잡해 수술이 더욱 까다롭지만, 로봇 팔을 활용하면 보다 안전하고 정밀한 절제가 가능하다. 신우요관암도 로봇수술의 정밀성이 돋보이는 암종이다. 요관은 신장에서 방광으로 이어지는 길고 좁은 통로로, 암이 발생하면 해당 부위를 절제하고 나머지를 재건해야 한다. 로봇수술을 통해 보다 정밀한 절제와 봉합이 가능해졌고, 수술 후 회복 속도와 기능 보존률도 높아졌다.
김 교수는 "신장암의 경우 과거에는 전체 신장을 절제했지만, 이제는 종양만 정확히 제거하고 신장을 살리는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수술의 방향이 생존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 회복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유착이 심한 고난이도 수술이나 진행성 암 환자 수술에서도 로봇수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3기 이상으로 진행된 암에서도 수술적 접근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수술 기법과 시스템이 정교해졌다는 뜻이죠."
최근 로봇수술 기술의 중요한 흐름은 '단일공 수술(Single Port Robotic Surgery)'이다. 기존에는 복부에 여러 개의 절개창을 만들어 수술 도구를 삽입했지만, 단일공 수술은 하나의 절개창으로 모든 기구를 넣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다.
김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이 단일공 수술과 같은 최신 술기 발전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고, 지금은 관련 교육과 수술 기술 면에서 국내외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24년, 수술 전후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One-Stop 진료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상담, 검사, 마취 준비, 수술 일정 조정, 입원 및 회복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를 하나의 동선, 하나의 공간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각 과 협진이 실시간으로 이뤄져 훨씬 효율적"이라며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이해하게 되면서 치료 신뢰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의사소통의 일관성'을 꼽는다. 상담에는 전문 간호사와 전담 코디네이터가 함께 참여해 로봇수술 전반에 대한 설명과 교육을 제공하고, 수술 준비와 회복 계획까지 상세히 안내한다. 환자 대기 공간도 라운지 형태로 구성되어, 영상 자료나 실제 환자 사례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수술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치료 전반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피센터' 인증 "국내를 넘어 세계로"
구로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단순한 임상 수행을 넘어, 국제 로봇수술 교육의 거점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3년에는 전 세계 최초로 단일공 흉부 로봇수술과 단일공 질 탈출증 수술 부문에서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본사로부터 '에피센터(Epicenter)' 인증을 받았다. 에피센터는 수술 실력, 장비 운영 능력, 교육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제 수술 교육기관으로 공인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외국 의료진이 우리 병원을 찾아 수술 기법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며 새로운 기술 개발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도 국내외 학회에서 다수의 강연과 시연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센터 내부에선 젊은 전공의와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다.
비뇨기 로봇수술의 최신 기술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일공 수술(SP)'의 고도화, 또 하나는 '차세대 로봇 시스템'의 등장이다. 단일공 수술은 복부에 단 하나의 절개창만을 이용해 모든 기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다공(多孔) 수술보다 통증과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른 점에서 환자 선호도가 높다. 최근에는 다빈치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기업에서 새로운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기존 시스템은 한 수술실에 고정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듈화된 장비를 활용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한 명의 의사가 여러 로봇 팔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형태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덜 아프고, 더 빠르게, 더 잘 회복하는 치료
김 교수는 비뇨기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로봇수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은 환자들이 덜 아프고, 더 빠르게, 더 잘 회복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특히 전립선암은 5년 생존율이 96%에 이를 정도로,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만 이뤄지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조기 검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립선암은 간단한 혈액검사(PSA)만으로도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지만, 아직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검사를 미루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암은 결국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고려대 구로병원 로봇수술센터가 구축해온 비뇨기암 수술 체계는 정밀한 기계의 움직임을 넘어, 환자의 삶 전반을 살피는 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봇수술은 도구일 뿐"이라는 김 교수는 "진짜 의술은 그 도구를 통해 환자의 마음과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밀함과 회복력, 그리고 공감. 수술대 위의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한 의료를 완성해간다.
- EDITOR: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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