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방치하면 간경화·간암까지
조기 진단·생활 습관 관리가 최선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강성희 교수는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지방간염으로 악화되고, 더 나아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질환으로 흔히 술을 많이 마시거나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병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심지어 젊은 사람에게도 쉽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방치되기 쉽지만, 치료하지 않고 지내다 보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강성희 교수에게 지방간의 위험성과 치료·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고형 장기로, 복부 오른쪽의 횡격막 아래에 위치해 있다. 체중의 약 2%를 차지하는 이 장기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비롯한 각종 영양소의 대사, 해독 작용, 호르몬과 비타민의 저장 및 대사 등 수많은 생명 유지 기능을 맡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간에 이상이 생기면 몸 전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방간은 간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정상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 미만이지만, 간세포에 축적된 지방이 5% 이상이면 지방간으로 진단된다. 국내 성인의 약 30%가 지방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연구에 따라 유병률은 21~44%까지 다양하다. 특히 비만 인구에서는 무려 60~70%에서 지방간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 생긴다
지방이 간세포에 과도하게 쌓이면 간세포가 커져 모세혈관을 압박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제한돼 간 기능이 저하된다. 문제는 간이 손상돼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강성희 교수는 "간은 70~80%가 손상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지방간은 명백한 간 질환"이라며 "방치할 경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되고, 심혈관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에는 주로 음주가 원인이 되는 알코올성 지방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 운동 부족, 당분 섭취 증가 등 생활 습관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음주량 증가뿐 아니라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고당 음료의 과도한 섭취 등으로 인해 지방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강 교수는 "최근에는 20~30대 젊은 환자들도 지방간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음주나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간은 체중 감량, 식습관 개선, 꾸준한 운동 등 생활 습관을 통해 충분히 개선 가능하지만,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간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평소 간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정기적인 검진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반면 술을 마시지 않거나 음주량이 기준 이하인 경우 발생하는 지방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이 용어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는 비만,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 기능 장애가 주요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 간과되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학술지나 언론에서도 이 용어를 더 자주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스테로이드제나 호르몬제의 장기 복용, 드물게는 영양 결핍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가운데 일부는 간에 염증과 세포 괴사가 동반되는데, 이를 지방간염이라고 한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세포에 축적되는 데 그치지만, 지방간염은 이 과정에 염증 반응이 동반된다. 특히 지방간염은 대사증후군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은 대개 증상이 없다. 실제로 환자 대부분이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며, 간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병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는 자각하기 어렵다. 피로, 소화 불량, 식욕 부진, 구토, 복통 등은 간 기능 저하가 있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으로, 지방간 자체보다는 동반 질환이나 간 기능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지방간 자체는 경증으로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지방간염으로 악화되고, 더 나아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모든 지방간 환자가 이 같은 경로를 따르지는 않지만, 연구에 따르면 지방간 환자의 10~20%가 지방간염으로 진행하며, 그중 또 10~20%는 간경변증으로 발전한다. 특히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이 있는 경우 간암 발생률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도 57%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과 치료, 체중 감량과 같은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비만한 경우 지방간을 의심할 수 있지만, 진단은 먼저 혈액검사를 통해 간 수치나 간 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시작이다. 간 내 지방 침착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그 외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간 섬유화 검사 등이 사용된다.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이 의심될 경우 간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조직검사가 어려울 때는 간 탄성도 검사를 통해 간의 딱딱한 정도와 지방 침착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치료의 핵심은 식이·운동과 체중 감량
지방간 치료의 핵심은 원인을 제거하는 데 있다. 비만, 음주,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우선시된다. 섭취 열량을 줄이고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과 채소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을 권장하며, 규칙적인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체중 감량은 치료의 핵심인데, 현재 체중의 10% 정도를 3~6개월에 걸쳐 서서히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3~5%만 감량해도 간의 지방량이 상당히 줄어든다.
전문 약물 치료로는 항산화제인 비타민E나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피오글리타존이 있으나,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 후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치료제들이 연구 중이며, 2024년 3월에는 ‘레스메티롬’이라는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치료제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국내 도입도 기대되고 있다.
만성 C형 간염이 있는 환자는 지방간이 더 잘 생기며, 이로 인해 간경변이나 간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는 경우 지방간 유병률이 1.6배 높고,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2.2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이나 근감소증이 있는 경우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발생에 취약할 수 있다.
지방간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다른 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거나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비만하거나 음주량이 많은 경우 지방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가 권장된다.
지방간으로 진단되면 지방간염이나 간경변 등 합병증 여부부터 확인한다. 합병증이 없으면 식이 조절, 운동 요법, 영양 교육 등을 통해 체중 감량을 유도하고, 간 기능 이상 여부와 간 상태 변화를 추적 관찰한다.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질환의 동반 여부도 평가하며 필요시 다른 진료과와 협진한다. 간 조직 검사 또는 탄성도 검사를 통해 지방간염이나 간경화가 확인되면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과도한 걱정보단 조기 관리가 우선
지방간 예방의 핵심은 원인 차단에 있다. 음주를 자제하고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며, 섭취 알코올의 양과 기간, 식단 구성 등이 지방간 발생에 영향을 준다. 고지방·저단백 식사를 지속하면 지방간이 악화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조절, 당뇨병의 적절한 치료도 예방에 효과적이다.
지방간 환자라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하며,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만성간염,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비만한 경우 열량 섭취를 조절하고, 체내 지방을 줄이는 수준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간을 단순한 질환으로 여기거나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지나친 걱정 또한 필요하지 않다. 자신의 간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면 조기 진단이 가능하며, 생활 습관 관리만으로도 지방간은 충분히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는 질환임을 기억해야 한다.
- EDITOR: 김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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