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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
생활 습관 개선이 생명 지킨다

박주현 교수(1)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주현 교수.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단연 암이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66.7명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장질환(64.8명)과 폐렴(57.5명)이 뒤를 이었지만, 2위와도 100명 이상 격차가 날 정도로 압도적이다. 한 번 발생하면 누구도 예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암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무엇보다 '예방'이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암 예방법에 대해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주현 교수에게 들어봤다.

지난 3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암 예방의 날’이었다. WHO는 암 발생의 1/3은 예방 가능하고, 1/3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완치 가능하며, 나머지 1/3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각각을 의미하는 숫자 3-2-1에 착안해 이 날을 지정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에 따르면, 암 사망 원인의 30%는 흡연, 30%는 식이 요인, 10~25%는 만성 감염에서 비롯된다. 이 외에 직업적 요인, 유전, 음주, 생식 및 호르몬, 방사선, 환경 오염 등은 각각 1~5%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된다.

이 같은 수치를 통해 암 예방의 핵심은 일상 속 생활 습관의 개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연과 금주는 물론, 감염 예방, 식습관 조절 등 위험 요인을 건강한 습관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질적인 암 예방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암 환자와 사망자는 줄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 밝혀진 암 발생 원인 외에도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요인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 숨은 원인을 밝혀내고, 암 예방을 넘어 암 극복까지 나아가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가정의학과'다.

유전부터 식습관까지, 암 위험 요인들

일반적으로 가정의학과는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1차 진료를 통합한 진료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정의학과는 나이와 성별, 질환의 종류를 막론하고 전 생애에 걸쳐 연속적이고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이다. 무엇보다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건강 유지'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암 예방의 관문이라 할 수 있다.

박주현 교수는 "가정의학과 진료의 가장 큰 특징은 질병이 아닌 사람을 본다는 것"이라며 "신체 각 부위는 물론 몸과 마음도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에서 환자를 바라보고, 근본적인 원인을 함께 살핀다. 또한 시간이 지나며 몸과 마음이 변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가정의학과의 주된 목표는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이라면서 "비만이나 만성질환, 노화 관리 등을 통해 심각한 질환의 발생을 막고, 질병이 생기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암이란 어떤 질환이며,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은 무엇인가?

암은 흔히 ‘악성 종양’이라고 불린다. 정상적인 세포는 일정한 수명을 가지고 자라다가 자연스럽게 사멸하지만, 암세포는 비정상적으로 무한히 증식하며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특징을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암은 전체 사망 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 위암, 간암, 갑상선암 순이며, 여성에게는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위암, 췌장암 순으로 발생한다. 최근에는 췌장암의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암의 원인으로 흔히 발암 물질이나 가족력을 떠올리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암은 전체의 5~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암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생각보다 적은 비율이다.

가족은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환경과 생활 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실제 발병률은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 주요 원인으로는 흡연과 음주, 비만, 고혈당, 잘못된 식습관, 바이러스 감염, 호르몬 변화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암도 많아 암 예방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담배·술·비만, 암의 그림자를 키운다

흡연 사진
담배는 수십 가지의 발암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알코올은 국제암연구소에서 정한 그룹1 발암물질이다.
흡연은 암과 어떤 연관이 있나?

담배는 수십 가지의 발암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암과 관련이 있다. 흡연 시 담배 속의 발암 물질이 호흡기나 소화기의 점막을 통해 혈액으로 흡수되어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흡연과 관련된 암에는 폐암, 인후두암, 구강암을 비롯해 식도암, 위암, 간암,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 대장암 등 소화기계 암이 포함된다. 또한 방광암, 신장암, 백혈병 등의 발생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음주는 어떤 암을 유발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알코올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정한 그룹1 발암물질이다. 이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의미다. 체내에서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되는데, 이 물질이 강한 발암 물질로 작용한다. 술의 종류와 상관없이 알코올이 포함돼 있으면 발암 위험은 높아진다. 또한 알코올은 면역기능 억제와 간 손상 등을 유발해 간접적으로도 암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주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암으로는 인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간암 등이 있다.

비만과 스트레스도 암 발생에 영향을 주나?

비만은 암 발생과 관련된 대표적인 생활 습관 요인 중 하나다.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 호르몬 변화, 면역기능 저하 등이 암을 일으키는 주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은 대장암, 췌장암, 간암, 담도암, 담낭암 등 소화기계 암뿐 아니라 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과 같은 여성암과도 관련이 깊다.

스트레스는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역시 만성 염증이나 면역기능 저하, 호르몬 변화 등을 일으켜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해 음주와 흡연, 과식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이 형성되면서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유전이나 가족력에 의해 생기는 암은 예방할 수 없는 건가?

유전적인 요인으로 생기는 암을 일반적으로 '유전성 암'이라고 부른다. 이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난 경우를 뜻한다. 이런 경우 암 발생을 완전히 막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금연과 절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유전력이 없는 사람보다 이른 시기에 선별 검사를 시작하고, 더 자주 검사하는 것이 권장된다.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처럼 예방적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암 예방 키워드 '나에게 맞는 건강 관리'

러닝 사진
적정 체중 유지와 규칙적인 운동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은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암을 유발하는 식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과학적으로 암과 관련이 있다고 확인된 식습관으로는 가공육 섭취, 당분이 많은 식품, 짜게 먹는 습관, 고지방 식단 등이 있다. 반대로 자연 그대로의 신선한 채소나 곡류 중심의 식사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주의해야 할 식품으로는 당 함량이 높은 과일과 지방이 많은 삼겹살 등 고열량·고지방 음식이 있다.

암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암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생활 습관은 금연과 절주다. 여기에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가 더해져야 한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진다는 점은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더욱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긍정적인 사고와 정서적 안정 역시 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과 여성에게서 흔한 암이 다르다. 각각 어떤 부분을 유의해야 하나?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암 발생 위험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호르몬과 면역 반응의 차이 등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지만,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암 예방을 위한 노력은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성별에 따라 발생률이 높은 암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라 맞춤형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젊은 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젊은 연령에서 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30~40대에서 조기 암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많은 연구자가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원인 중 가장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비만이다. 그러나 비만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으며, 이에 대한 더 정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박 교수는 그동안 여러 암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환자들의 다양한 건강 문제를 폭넓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료해 왔다. 진료 중 가장 마음이 아픈 순간은 암을 진단하게 되는 경우다. 암은 여전히 두려운 질병이고,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암 발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많은 훌륭한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여러 성과도 얻었고, 감사하게도 상도 받았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삶을 돕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는 큰 보람이 된다.

건강한 일상, 암 예방의 첫걸음

박주현 교수(2)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주현 교수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절주,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

암 외에도 심혈관 질환, 신경 질환, 골절 등 여러 질환의 위험 요인을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췌장암과 담도암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이들 암은 치명률이 높고 선별 검사 기준이 없어 진단이 어렵다. 그중에서도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음주가 담도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정상 혈당을 가진 사람에게는 중등도 음주가 담도암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았지만, 혈당이 높은 환자에게는 중등도 음주도 위험을 높였다. 이 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저널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돼 큰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계획 중인 연구 과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암은 아직 원인과 예후, 치료에 있어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은 질환이다. 앞으로도 암 발생 예측과 조기 진단,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더 많은 환자가 암에 대한 두려움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암 예방을 위해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암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WHO는 암의 50%까지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으로는 금연, 절주,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이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체질과 질환 이력, 가족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자신에게 꼭 맞는 주치의를 찾아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암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이상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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