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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키 작은 우리 아이
"혹시 '저신장증' 아닐까요?"

강은구 교수(1)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은구 교수는 "키가 작은 것이 병은 아니지만 성장 지연 뒤에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는 '키'다. 특히 또래보다 키가 유난히 작다면, 단순히 유전 때문이라고 넘기기보다는 건강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꼼꼼한 관찰이 필요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은구 교수는 "키가 작은 것이 꼭 병은 아니지만, 성장 지연 뒤에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의 키가 단순한 유전이 아닌 '저신장증'일 수 있는 가능성과 치료 방법에 대해 강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아이들은 태어난 후 만 2세까지는 1년에 약 10~15cm씩 성장하고, 그 이후로는 매년 5~6cm 정도 자란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키뿐만 아니라 체격도 함께 발달하며, 대체로 16~18세 무렵부터는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돼 성장이 멈추게 된다.

'저신장증'은 의학적으로 같은 성별과 나이의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3백분위수(100명 중 3명) 미만, 또는 2표준편차 이하일 때를 말한다. 쉽게 말해, 같은 집단의 아이 100명 중 키가 세 번째보다 작으면 저신장증에 해당한다. 또한, 현재 키가 3백분위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학동기 어린이가 연간 4cm 미만으로 자란다면 성장장애가 있는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강은구 교수는 "키가 작은 것이 반드시 병은 아닐 수 있지만, 막상 검사를 해보면 다른 문제가 동반되거나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아청소년기의 가장 큰 특징은 키가 자란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전반적인 성장 발달 상태를 평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작은 키, 유전일까? 병일까?

저신장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저신장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경우는 가족성 저신장증과 체질성 성장지연이다. 가족성 저신장증은 성장 속도와 골연령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가족의 키가 작은 유전적인 영향으로 키 성장이 작은 경우다. 사춘기도 일반적인 시기에 시작되며, 성인이 됐을 때도 키가 작은 경향을 보인다. 체질성 성장지연은 또래보다 성장 시점이 늦은 경우로, 성장 속도는 정상이지만 골연령이 느리고 사춘기 시작도 늦다. 사춘기까지는 키가 작지만, 성인이 되면 정상적인 키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성장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에 의해 키가 작은 경우는 병적 저신장증으로 분류된다. 주요 원인으로는 성장 호르몬 결핍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의 호르몬 이상, 터너증후군, 다운증후군,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등의 염색체 이상, 연골무형성증이나 골이형성증과 같은 골격계 이상, 만성 신장·심장·소화기 질환, 종양성 질환 등이 있다. 또한 심한 영양 결핍이나 자궁 내 성장지연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신장증의 검진은 어떻게 이뤄지나?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특별한 증상을 보이기보다는 부모가 또래보다 키가 작다고 느껴 소아내분비 클리닉을 방문한다. 내원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정상 범위 내에 있지만 키가 작은 편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 시에는 먼저 키와 몸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고, 성장도표에 대입해 같은 성별과 나이의 아이들과 비교하여 백분위수(percentile)를 확인한다. 이후 병력 청취를 통해 출생 당시의 키와 체중, 영유아 검진 및 학교 건강검진 기록 등을 바탕으로 성장 속도를 평가한다. 이와 함께 부모의 키, 사춘기 시작 시기, 가족의 성장 패턴 등을 조사한다.

신체검진을 통해 사춘기 발현 정도를 평가하고, 성장장애와 관련된 전신 질환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키가 3백분위수 미만이거나 연간 성장 속도가 감소한 경우에는 골연령 측정과 함께 혈액 및 소변검사를 시행하여 성장장애의 원인을 찾는다. 필요에 따라 성장 호르몬 자극검사, 염색체 검사, 유전자 검사, 뇌 MRI 등도 추가로 실시한다.

성장 호르몬 치료, 부작용 주의해야

꾸밈 사진(1)
저신장증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나?

저신장증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은 성장 호르몬 주사제를 활용한 약물 치료다. 성장 호르몬은 뇌하수체전엽에서 분비돼 뼈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 사용되는 주사제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된 것으로, 1980년대 이후 다양한 성장 관련 질환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성장 호르몬 치료는 성장 호르몬 결핍증뿐 아니라 터너증후군,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만성 신질환, 출생 시 체중이 3백분위수 미만인 부당 경량아 중 따라잡기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시행된다. 이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원인 질환이 없지만 키가 3백분위수 미만인 경우는 특발성 저신장증으로 분류되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성장 호르몬 치료의 적응증에 해당한다. 다만 개인별로 치료 효과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연골무형성증처럼 기존에는 치료 방법이 없었던 질환에 대해서도 'CNP analog'라는 신약이 국내에서 승인돼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장 호르몬 치료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성장 호르몬 치료제는 전반적으로 안전한 약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약물들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의 두드러기나 피부 발진 등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치료 초기에는 얼굴 부종, 두통, 뇌압 상승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갑상선 기능 저하, 혈당 상승 등 내분비계 이상이나 척추측만증 악화, 대퇴골두골단분리증 같은 골격계 질환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종양 치료 이력이 있거나 유전성 종양의 소인이 있는 경우, 성장 호르몬 치료가 종양 발생 가능성을 자극할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저신장증이 아닌 경우에도 성장 호르몬제의 효과를 볼 수 있나.

성장 호르몬 치료는 성장 호르몬 결핍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크다. 정상 범주의 소아·청소년에게 성장 호르몬을 투여하는 경우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는 부족하며, 이는 치료라기보다는 미용적 목적에 가까운 사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대학병원에서는 치료를 권하지 않으며, 만약 사용하더라도 연간 1~2cm 정도의 성장 효과가 나타나는 수준이다. 또한 아이가 실제로 성장한 것이 호르몬 치료의 결과인지, 원래 성장할 시기였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성인의 경우에는 성장판이 닫혀 있기 때문에 성장 호르몬 치료의 효과는 전혀 없다.

최근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시중 제품들에 대해 어떻게 보나?

최근 들어 건강기능식품, 영양제, 운동기구 등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대부분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수준에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키를 자라게 하는 직접적인 효과가 입증된 것은 없다. 제품 광고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근거는 소규모 동물 실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성장기 아동의 일반적인 성장 과정과의 객관적인 구분이 어렵다.

실제로 키가 컸다고 한다면, 그것은 식품이 아닌 의약품으로 분류돼야 할 정도의 효과여야 한다. 비타민D나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아이에게 영양 보충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현대 사회는 전반적인 영양상태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고가의 키 성장 제품이 영양제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런 제품에 의존하기보다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키에 대한 고민, 약이 아닌 말이 먼저"

강은구 교수(2)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은구 교수.
저신장증으로 인한 정서적인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하나?

저신장으로 인해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직접 성장 평가를 요청하거나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고자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사춘기 전후 시기에는 또래와의 차이로 인한 자존감 저하나 심리적 위축이 심해질 수 있어 정서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역사회 심리상담 연계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병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말과 태도다. 부정적인 표현은 아이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키 자체가 질병은 아니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심리적 지지와 안정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바른 성장을 위해 어떤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좋을까?

성장은 유전적인 영향이 크지만, 영양상태와 운동, 수면 등 생활 습관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려면 하루 30분 이상 활동적인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으며, 건강기능식품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

수면 또한 키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고,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며, 부모 역시 늦은 시간의 소음이나 활동으로 숙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좋은 수면 환경은 성장 호르몬의 원활한 분비를 도와 키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부모도 사회적 기준에 휩쓸려 아이의 키를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압박감을 주는 태도는 오히려 아이에게 정서적 스트레스와 위축감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마다 성장 속도는 다르며, 키가 작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질병이나 결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인 키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아이는 자신만의 성장 리듬과 방식으로 자라고 있다. 정확한 평가와 시기적절한 치료를 통해 아이가 건강하고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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