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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뇌동맥류,
유전인자 있다면 위험도 높아져

최종일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최종일 교수가 뇌동맥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병이 있다. 뇌동맥류다. 뇌동맥류는 뇌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 혈관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말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지만 부푼 혈관이 터지면 심각한 뇌 손상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뇌동맥류 완치율은 아직 낮은 상태.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최종일 교수를 만나 뇌동맥류와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배우 윤계상과 정일우가 뇌동맥류를 이겨 낸 스타로 주목받으며 뇌동맥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뇌동맥류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 환자는 2015년 5만 8541명에서 2019년 11만 5640명으로 5년 사이에 가파르게 증가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 가능성이 크다. 40대 이상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60대 이상에서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크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1.6배 많이 발생하고 고혈압 기저질환자는 보통 사람에 비해 1.5배, 심장질환은 2배, 뇌졸중 가족력은 1.8배, 흡연은 1.45배 뇌동맥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최종일 교수는 "뇌동맥류의 발생 기전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이 뇌동맥류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

뇌동맥류와 수술법

뇌동맥류 병변
뇌동맥류 병변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
코일색전술
코일색전술
  • 클립 결찰술 - 두개골을 열어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찾아낸 뒤 클립처럼 생긴 도구로 뇌동맥류를 묶는 고난이도 수술. 혈관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모습이 제각기 다르고 적합한 클립도 천차만별이라 수술 경험이 많은 숙련된 의료진이 필요하다.
  • 코일 색전술 - 머리를 열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해 미세 도관(카테터)을 뇌동맥류 안으로 삽입하고 1㎜ 이하의 아주 가느다란 백금 코일을 채워 넣어 뇌동맥류 파열을 막는 시술.
뇌동맥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뇌동맥류는 왜 생기나.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뇌가 심장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뇌혈관은 팔에 있는 혈관처럼 Y자 형태가 아니라 구불구불하다. 심장이 이완할 때 혈액이 역류해 실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혈관이 두 갈래로 벌어져 있는 탓에 약한 부분에 혈압이 가해지면 동맥류가 잘 생길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기나.

현재까지 뇌동맥류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고령화와 식습관 변화와 관련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나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혈압 변동폭이 커져 뇌동맥류가 파열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혈관 탄력성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더 잘 발병한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자주 마시거나 고지방 식품을 즐겨 찾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 검진으로 뇌동맥류를 발견할 수 있나.

국가 검진에 뇌 검사는 따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주로 본인 부담으로 추가 건강검진을 받거나 MRI(자기공명영상),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를 받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뇌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뇌동맥류를 발견하고자 고가의 뇌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전체 동맥류는 발견되더라도 1년 안에 파열될 확률이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뇌동맥류 검사를 받아야 할까.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에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에게서 뇌동맥류가 발견되는 경우 등이 위험 인자다. 고혈압이나 흡연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뇌혈관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유전적으로 혈관 벽에 문제가 있다면 뇌동맥류가 발생 가능성이 높다. 정맥 기형이나 모야모야병과 같은 뇌혈관 질환이 있으면 뇌동맥류가 자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치에 얻어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동반

뇌동맥류는 소리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증상에 주의해야 할까.

뇌동맥류는 증상이 나타나도 다른 질환과 구별이 쉽지 않다. 편두통, 긴장성 두통, 어지러움 등으로 인해 검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뇌동맥류 환자의 20% 정도는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두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뇌동맥류에서 미세하게 출혈이 생기거나 팽창, 허혈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생성 및 성장 과정에서 사시, 복시(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안검하수(윗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 시력 저하 등과 같은 뇌신경 마비 증상이나, 간질 발작, 급작스러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심각성이 다른가.

증상을 동반한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무증상인 경우보다 파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지주막하 뇌출혈에 의한 격심한 두통이 발생한다. 또한 목이 뻣뻣해지는 경부 강직, 요통 및 좌골 신경통, 간질 발작, 신경학적 장애, 의식 저하, 고혈압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참고로 지주막하 출혈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그 중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비중이 65%에 달한다. 뇌막은 경막, 지주막, 연막의 3종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중간에 있는 막이 지주막이다. 지주막하 공간은 가장 안쪽에 있는 연막과 지주막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뇌의 혈액을 공급하는 대부분의 큰 혈관이 지나다니는 통로다. 여기에 출혈이 생기면 지주막하 출혈이라 불리며 이때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심한 구역질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갑작스럽고 머리를 망치로 맞아 깨질 것 같은 정도의 극심한 두통이나 실신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뇌동맥류는 어떻게 진단하나. 검사법이 따로 있나.

뇌동맥류는 뇌혈관 CT(컴퓨터 단층 촬영), MRA(자기공명 혈관조영술)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MRA 검사로 뇌동맥류의 95%를 잡아낼 수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동맥류와 주변 혈관을 더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뇌동맥류 자가진단

뇌동맥류는 아무런 예고나 합병증 없이 갑자기 나타난다. 다음과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코일색전술
  • 이유 없이 구토감이 밀려온다.
  •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 갑작스런 의식 저하가 일어난다.
  • 신체 일부에 마비가 일어나 움직이기 힘들다.
  • 전신 발작이 일어난다.
  • 갑자기 시야가 흐려진다.
  •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든다.
  • 갑자기 뒷목이 뻣뻣해진다.
치료 시기를 놓쳐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어떻게 되나.

안타깝게도 파열성 뇌동맥류의 약 15%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하더라도, 30% 정도는 치료받는 도중에 목숨을 잃는다. 생존자들 중에서도 18% 정도만 장애 없이 정상 생활을 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한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첫 출혈 이후 24시간 이내에 재출혈의 빈도가 가장 높아진다. 이런 경우 사망률이 70% 이상으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빠른 치료를 요한다.

MRA 검사로 95% 잡아낸다

뇌동맥류의 크기가 다양한데, 치료 방법이 다른가.

크기와 위치에 따라 파열 가능성이 다르고,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출혈 가능성은 크기가 클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전순환계(뇌의 앞쪽)보다는 후순환계(뇌의 뒤쪽)에 위치한 경우일 때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에 근거하여 치료 여부와 치료 시점을 결정하고 있다.

뇌동맥류의 크기가 크면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비파열성 뇌동맥류 연구자들의 국제 연구 모임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뇌동맥류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년 0.05~1% 정도에서 파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거대 뇌동맥류의 파열 가능성은 30~50% 정도로 높기 때문에 뇌동맥류의 크기가 클수록 조기 치료를 권유하고 있다.

최종일 교수
뇌동맥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최종일 교수.
뇌동맥류의 치료법을 설명해달라.

뇌동맥류의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개두술 및 결찰술이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신경외과에서 시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의 수술로서, 두개골편을 제거하고 뇌조직 사이에 위치해 있는 뇌동맥류를 확보한 뒤 작은 클립으로 해당 부위를 결찰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혈관 내 코일 색전술이다. 허벅지의 대퇴동맥에서 카테터를 삽입하고 뇌의 동맥으로 접근하여 뇌동맥류 안에 코일을 채워 넣어 뇌동맥류를 막는 방법이다.

결찰술과 색전술 두 가지 치료법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뇌동맥류 결찰술은 동맥류 외부에서 혈액의 흐름을 막는 방식이고 뇌동맥류 색전술은 백금으로 만든 코일 등을 동맥류 안에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최근까지의 연구결과로는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과 코일색전술의 치료 결과는 비슷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코일 색전술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개두술을 하는 결찰술보다 부담이 적은 치료법이지만, 모든 동맥류를 코일 색전술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뇌동맥류의 경부가 너무 넓은 경우에는 코일색전술을 통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 중재시술의 발전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플로우 다이버터 스텐트, 웹 등의 다양한 기구가 개발되어 진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 뇌혈관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신중히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뇌동맥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금연, 혈압관리, 뇌동맥류 발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조기 뇌혈관 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이 뇌동맥류 발병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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