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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

포항 내연산 여행 진경산수에 몰입하며
시시각각 秋色의 변화를 느낀다

근 10km에 이르는 내연산 계곡에서 최고 비경으로 손꼽히는 선일대와 주변.
암봉의 절벽 가에 누대가 들어서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을 빼앗긴 지 벌써 1년하고도 열 달이 넘었다. 평상이 유지되는 한에서 뭔가가 바뀌면 '변화'. 그렇지만 그게 기존 질서를 바꿀 만치 크면 '개벽'이다. 마스크의 일상과 '혼밥', '혼술'이 당연시 되듯 '비정상'과 '정상' 도치된 세상. '뉴 노멀'(New normal)은 개벽의 동의어다. 이런 시대의 가을 여행은 사람들과 떠들썩하게 다니던 과거와는 크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코로나 세상에선 여행라이프마저 '개벽'했다. 랜선(Lan)투어(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중계하는 영상과 음향에 기대는 간접 여행)니 무기착 비행(목적지 공항에 착륙 않고 부근을 선회하는 여객기로 즐기는 여행)이니 하는 미증유의 여행에 사람들이 몰린다. 무려 25년을 여행전문기자로 일해 온 필자에게 뉴 노멀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건 '자연회귀 인문여행'이다. 수려한 자연 속에서 선인의 자취를 더듬으며 사유와 관조의 시간을 좀 더 갖는 '정중동'의 여행이다.

오어사
오어사. 숲에 가려 사찰이 보이지 않는데 한 가운데 물가의 노란 은행나무 있는 곳이 사찰이다.
상생폭포
열두폭포 중 첫번째 만나는 상생폭포

겸재송 찾아보기

겸재송은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 '내연삼용추'에 등장하는 소나무 두 그루. 위치는 선일대가 바라다 보이는 연산폭포 부근. 소나무는 천 길 낭떠러지 절벽인 비하대의 정수리에 있는데 우회하는 길이 있어 걸어서 오를 수 있다. 실제서 거기 가서 보니 거북 등처럼 갈라진 수피의 노송 한 그루가 비하대 암봉의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용트림하는 모습이다. 추정되는 수령은 500년. 겸재가 여기를 다녀간 건 1733년. 당시 그의 나이는 57세. 그림 속엔 비하대와 학소대, 관음폭포와 잠룡폭포가 다 들어있다. 아쉽게도 연산폭포는 바위에 갇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당시 보이는 것만 그렸다. 그가 여길 찾은 때는 청하 현감으로 재직할 당시다. 이 소나무는 '고사 의송 관란도'(高士倚松觀瀾圖)라는 부채 그림에도 등장한다. 한 도인이 소나무에 기대어 선채 먼 산을 바라보는 장면인데 노송 한 그루가 정밀하게 묘사됐다.

겸재송
겸재송이 있는 비하대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관음폭포. 절벽바위와 폭포, 단풍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청하골 폭포와 단풍

내연산 계곡
내연산 계곡에 단풍 곱게 물드니 사찰로 가는 스님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그렇게 하기에는 포항 내연산 계곡은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산은 높고 계곡은 깊은 데 거기에 진경산수(眞景山水·실제 경치에 치중해 그린 작품)로 조선의 화풍을 일신하고 고양시킨 겸재 정선(1676~1759)의 발자취까지 또렷하니…. 그가 남긴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라는 산수화가 바로 여기서 그려졌음이다. 그런데 이 여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림에 등장한 소나무까지도 찾아본다. 근 삼백년 전 그려진 나무는 지금도 그 절벽 위에 낙락장송으로 홀로 독야청청하다. 그렇다보니 겸재의 그림을 좇는 내연산 여행은 통상의 어떤 여행과 달리 흥미진진하고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포항이라고 하면 대개는 바다를 떠올린다. 울릉도 여행길에 여객선을 주로 여기서 타고 새해 일출명소 호미곶이 여기 있어서 그럴 게다. 국민가요 반열에 오른 최백호의 노래 '영일만 친구'도 한 몫 했을 거다. 영일만은 포항 앞바다다. 그래서일까, 내연산을 추천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포항과 산의 조화가 어쩐지 낯설어서다, 그렇지만 여행이란 게 뭔가. 호기심의 발로 아닌가. 여행에서 얻는 행복감 역시 호기심 충족에서 오는 지적 만족감에서 오지 않는가. 이렇듯 생소하거나 생경한 여행일수록 몰입감은 커지고 기쁨 또한 그렇다.

한반도 지형은 동고서저(東高西低). '동고'의 기반은 백두대간이다. 그 동편은 산줄기가 바다에 치우친다. 그래서 동해안은 산과 바다가 맞붙은 형국. 서해는 반대다. 멀리 서해로 잦아드는 서쪽 사면은 완만하다. 하지만 산 바다의 혼재 형국은 동해안에서도 태백산 이북뿐. 그 이남은 그렇지 않다. 산도 높아봐야 1000m 안팎이다. 내연산(712m)도 그 축에 드는 데 포항의 북쪽, 영덕군과 경계를 이룬다. 이곳은 경상도 동해안에서도 명산. 계곡 초입의 보경사가 그걸 웅변한다.

보경사 입구
내연산 계곡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보경사 입구.
보경사 경내 석탑
보경사 경내의 석탑과 나무.

사찰은 7세기 중국서 유학 후 돌아온 신라의 지명법사가 세웠다. 내연산 여행의 시작은 직선거리로 10km에 이르는 계곡 걷기다. 아 계곡은 '청하골'이라 불린다. 내연산군립공원은 향로봉(해발 930m)등 여섯 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내연산의 깊은 골짜기를 품고 있다. 공원에는 모두 열두 개의 폭포가 걸렸는데 낙차는 7~30m. 걷다가 잊을 만하면 하나 둘 폭포가 다시 나타나니 걷기의 묘미가 남다를 밖에.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폭포가 펼치는 계곡경관이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의 무인지경(無人之境-사람이 없는 외진 곳)이다.

보경사 마당 장독대
보경사 마당의 장독대.
사찰 건물 메주
사찰 건물에 매달린 메주.

백미는 날렵한 처마선의 아름다운 누대가 얹힌 절벽 암봉 선일대(해발 298m). 여기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신선의 세상이 여기 아닐까 싶다. 연산폭포와 관음폭포, 학소대 등 청하골 명승이 여기서 두루 조망된다. 혹시 여길 찾았던 때가 2015년 전이었다면 그때의 여행은 '무효'로 돌리고 싶다. 선일대 누각 때문인데 그게 앉혀진 후 풍경은 과거와 절대 비교불가라 할 수 있다.

내 오랜 기억 속에 내연산은 유독 단풍이 든 모습으로 생생하다. 내연산 단풍이 도발하는 만추지정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말한다. 올 가을 만산홍엽(滿山紅葉)늬 장관을 예서 목도한다면 평생토록 단풍 갈증은 타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 자신감의 근거는 어디에서 올까,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온 산이 불타 듯 발갛게 물들이는 단풍을 공중에서 굽어볼 전망대(소금강)가 그런 곳이다. 그리고 수려한 계곡에선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이런 숲에선 도시의 습관을 내쳐야 한다. 바쁜 걸음만 죽여도 초단위로 달리하는 추색의 변화를 확인하며 온몸으로 이 가을을 느낄 수 있을 테니.

Travel Information

◇ 찾아가기

서울~영동 고속도로~중부내륙 고속도로~대구포항 고속도로~포항IC~7번 국도~흥해~청하~송라~보경사(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 보경사(종무소) 054-262-1117

◇ 행선지 주변 볼거리
  • 내연산 계곡: 보경사~연산폭포 구간(2.7km)만 걸어도 계곡의 풍정을 올곧게 느낄 수 있다. 어린이를 데리고 걸어도 좋을 만큼 평이하다.
  • 죽도어시장: 주변 바다에서 막 잡은 싱싱한 생선이 즉시즉시 들어오는 대규모 장터. 즉석에서 산 생선을 잡아 회를 쳐주는 생선회 노점이 골목을 이루는데 노점 뒤편의 식당은 그렇게 구입한 생선회를 매운탕과 함께 식탁에 차려주는 식당이 즐비하다. 죽도 어시장의 명물은 무엇보다 물회. 식탁에서 직접 냄비에 끓여내는 매운탕이 덤으로 제공된다.
  • 오어사: 오어지 연못 물가에 자리 잡은 불교 사찰. 언덕 마루에서 아래로 펼쳐지는 물에 둘러싸인 사찰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로 1.
  • 호미곶등대: 한반도를 호랑이모습으로 그린 지도에서 꼬리에 해당되는 부분에 있다. 영일만의 동편에 있어 해맞이 장소로도 유명하다. 등대의 높이는 26.4m로 규모가 크기로도 이름이 나 있다.
죽도어시장
죽도어시장.
호미곶등대
호미곶등대.
  • WRITER: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유튜브 '로드마스터' 크리에이터
  • PHOTO: 포항시청제공, 게티이미지,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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