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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증, 원인에 따른 증상완화 치료 필요
치료시기 놓치면 생활에 지장 받는다

수전증 이미지

손이 저절로 떨리는 수전증 이미지.

수전증은 널리 알려진 질환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불수의적으로 떨리는 증상으로, 다른 말로 '진전(tremor)'이라고 한다. '진전'은 '떨림'의 의학적 용어다. 이 떨림 증세는 머리, 다리, 턱 등 몸의 어느 부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수전증은 진전이 손 부위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수전증 치료 전문가인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명지 교수를 만나 이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들어봤다.

수전증은 보통 중장년층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물게 젊은 환자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35세 이후에 발병률이 높고 대다수 환자층은 40대 이상이다. 과거에는 환자들이 흔한 노환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은퇴 시기가 점점 늦춰짐에 따라 수전증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김명지 교수도 이 질환의 발병 연령대에 주목하며 "요즘처럼 나이가 들어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전증은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교수가 진료한 한 환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점심을 먹다가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잡았는데 갑자기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컵을 제대로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김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쉬운 증상이라서 사람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을 잃게 될 수 있는데, 심한 경우 우울감을 동반해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발병 원인…생리적, 유전적 영향과 파킨슨병 등

김명지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김명지 교수.

수전증은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생리적 수전증, 본태성 수전증,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으로 나뉜다.

생리적 수전증은 잔뜩 긴장하거나 크게 흥분하면 나타날 수 있다. 흥분, 불안, 피로 혹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긴장상태일 때 손이 떨리는 경우가 있다. 카페인을 섭취 한 후의 미세하고 간헐적인 떨림도 생리적 수전증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회복이 가능하기도 하다.

본태성 수전증은 특별한 감정 변화나 컨디션 저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컵 들기, 수저·젓가락질 등 손을 쓸 때 발생하는 떨림이다. 본래의 체질, 유전적 영향 때문에 일어나기에 '본태성'이라 불린다. 본태성 진전은 손이 떨리는 것 이외의 다른 증상은 없고 마음이 진정되거나 술을 마시면 증상이 약해지기도 한다. 건강상에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할 수 있다. 본태성 진전은 치료를 받아야 증세가 완화될 수 있다.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은 중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수전증의 원인인 파킨슨병 자체를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생성과 분비가 잘 되지 않아 뇌 운동회로에 변화를 야기한다.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과 본태성 수전증은 어떻게 구별될까. 본태성 수전증은 특정한 동작이나 자세를 취할 때 떨림이 발생하는 반면,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도 떨림 증세가 생긴다. 안정 상태임에도 신체 한쪽에서 떨림 증상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파킨슨병과 이에 의한 진전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 자체가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기도 하다. 파킨슨병이 의심될 경우 면밀한 병원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영상검사 및 여러 신경학적 검사가 필수다.

이 밖의 수전증 원인으로는 당뇨나 저혈당, 갑상선기능항진증, 뇌 질환이나 근육 이상,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이 꼽힌다. 김 교수는 "현대의학이 발달한 상황에서도 수전증의 다양한 발병 요인에 대한 완벽한 해명이 이뤄지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최근 발전한 의술은 분명히 이 질병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 치료효과 없으면 수술 시행

수전증에 대한 치료법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수전증에 대한 치료는 단계별로 이뤄진다. 증상의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를 시도한다. 먼저 본태성 진전에는 교감신경의 흥분을 억제하는 베타차단제나 몇 가지 종류의 항경련제를 사용한다. 또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 떨림은 치료하는 과정에서 대증요법으로 베타차단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에 의한 떨림 역시 베타차단제인 프로프라놀롤이 사용된다. 말초신경질환에 의한 떨림도 약물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일 중풍이나 뇌출혈로 인한 떨림이라면 재활치료로 방향을 전환한다. 한 번 손상된 중주신경계는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 완화를 위한 재활치료를 시행한다.

일정 기간 동안 약물적 치료 시행 후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는 수술적 치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에서 가장 보편화된 수술적 치료법은 '뇌심부 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이다. 김 교수는 "쉽게 설명하면 뇌에 전기자극을 주어 뇌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의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수전증 환자
손목을 잡고 있는 수전증 환자.

뇌심부 자극술을 받는 환자는 수술 전 MRI(자기공명영상) 등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검사 과정을 통해 수술이 이뤄질 3차원 좌표를 확인한다. 수술이 시작되면 두피에 3cm 가량의 피부를 절개한 뒤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내고 계획된 좌표대로 가느다란 전극을 삽입한다. 수전증 환자의 경우 '시상'이라는 부위에 전극을 삽입한다. 뇌 부위에 지속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가장 적절한 부위를 찾기 위해 수술 중 의료진과 환자는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또 이 전극은 환자의 가슴부위에 삽입되는 자극발생기·배터리와 연결된다. 수술을 마친 후에는 입원치료를 받으며 회복을 기다린다.

뇌심부자극술을 받은 뒤에는 가슴 부분에 삽입된 자극발생기·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진료를 받는다. 김 교수는 "뇌심부 자극술은 수술 이후에도 계속해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담당 의료진은 '평생 주치의'처럼 환자를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뇌'라는 부위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만큼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환자와의 소통에도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집적 초음파술, 비침습적 수술로 당일 퇴원 가능

수전증 치료법으로 최근에는 '고집적 초음파 수술(MRgFUS, Magnetic Resonance-guided Focused Ultrasound Surgery)'이 주목받고 있다. 이 수술의 최대 장점은 절개 없이 치료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초음파를 사용해 뇌 속 병변을 절제하는 것이 이 수술법의 원리다. 의료진은 MRI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뇌 속을 관찰하면서 수술을 진행한다.

김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 수술은 침습적 수술과 달리 당일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환자의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국내 병원에서 이 수술에 필요한 기기를 도입한 곳이 많지는 않아 아쉽다. 환자 편의를 위해서라도 향후 수술법이 더욱 보편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뇌심부자극술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고집적 초음파 수술은 그렇지 않다.

정위기능신경외과 전문가인 김 교수는 수전증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수전증은 나이가 들수록 악화되는 증상으로 조기에 내원해 치료를 받을수록 효과가 좋다"며 "증상을 느낄 경우 조기에 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수전증은 '완치'의 개념이 아닌 '평생 관리 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EDITOR: 박정연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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