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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비만,
치명적인 합병증도 유발한다

체중계 사진

비만은 시력저하,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등 수많은 합병증을 일으키고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운동은 줄고 영양 공급이 풍부해진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떠올랐다. 10월 11일 ‘비만예방의 날’을 앞두고,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내분비내과 김남훈 교수를 만나 비만에 대해 다시 물어봤다.

"살 빼고 싶어요.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남훈 교수가 주로 받는 질문이다. 코로나19로 활동이 줄면서 뱃살이 늘어난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질문의 빈도가 크게 늘었다. 김 교수는 저명한 당뇨병 전문의이기도 하지만, 국내 비만 연구의 선도자다. 미국 연수 중에도 비만 치료법을 연구했으며, 현재는 대한비만학회에서 IT융합 대사증후군 치료위원과 연구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김남훈 교수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준비물을 챙기듯 몸무게와 허리둘레를 쟀다. 현재를 알아야 대책을 세울 것 같았다. 체중(㎏)과 키(m)를 재고 체질량지수(BMI)를 계산했다. 25 이상부터 비만이라고 하는데, 아뿔싸! 과체중을 넘어 비만으로 나왔다.

"교수님, 저 좀 굶어볼까요?" 김 교수는 "쥐도 일주일간 물만 먹이면 체중이 급격하게 빠지긴 하지만,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불과 이틀 만에 원래 체중을 회복한다"며 "우리 몸은 각자 몸에 맞게 '설정된 체중(set point)'으로 돌아가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이를 거스르는 게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건강한 사람의 체온이 항상 36~37.5℃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체중도 웬만해선 바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체중이 준다

김남훈 교수
비만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남훈 교수.

단기적으로 급격히 살을 빼는, 연예인 다이어트 식단은 어떤가. 아침에 사과 1개, 점심에 고구마 2개, 저녁에 단백질 음료 1잔만 먹거나 아침에 바나나 1개, 점심에 닭가슴살, 저녁에 채소 샐러드만 먹는 등 혹독한 초저 칼로리로 해결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먹는 양을 줄이면 살은 확실히 빠진다"면서 "그러나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 몸에 들어오는(In) 에너지를 줄이고 내보내는(Out) 에너지를 늘린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체중을 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저탄고지' 식단은 어떨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이 든 음식을 늘려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방법으로, 밥 대신 고기와 비계 위주로 먹기도 한다. 김 교수는 "혈당을 낮추는 식단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고, 그 중 하나인 저탄고지도 혈당을 낮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물음표"라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저탄고지도 결국 칼로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식단이든 대원칙은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를 줄이고 내보내는 칼로리를 늘려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체중 감량에 왜 자꾸 실패하나 봤더니, 몸이 체중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힘이 생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먹는 양을 줄이면 열의 발산과 같은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며 "체중이 빠지지 않도록 생존을 위해 그렇게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살 빼지 못하도록 몸이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김 교수는 "인류 역사에서 비만이 문제가 된 건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체지방을 몸에 잘 비축해야 살아 남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힘들여 노동하지 않아도 하루 24시간 언제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살이 지나치게 찐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벽에도 전화 한통이면 다 조리된 통닭이 문 앞으로 배달된다. 많이 먹으면 기초대사량을 늘려서라도 항상성을 유지하던 몸에, 그 이상으로 에너지가 쌓이면서 비만이 되는 것이다.

비만은 개인을 넘어 사회에도 심각한 문제다. 국내 남성은 10명 중 4명, 여성은 10명 중 3명, 소아청소년은 10명 중 1~2명꼴로 비만에 해당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2030년까지 10년간의 건강정책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을 최대한 억제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비만 개선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서구식 식생활과 운동부족이 만연한 상황에서 더 많은 국민에게 비만이 발병하기 전에 예방·관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비만을 암, 심뇌혈관질환, 치매 등과 함께 집중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비만, 특히 고도비만은 심각한 질병이기 때문"이라며 "비만 인구가 일찍 늘어난 미국의 경우, 암보다 비만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더 많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체질량지수 증가할 때마다 당뇨병 고혈압 급격 증가

비만은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비만이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생위험은 5~13배, 고혈압 발생위험은 2.5~4배, 심장 관상동맥질환은 1.5~2배 등으로 높아진다.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가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높아진다. 김 교수는 "특히 생명에 직결된 심뇌혈관 쪽에 비만 합병증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이 생기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지방간, 통풍, 수면무호흡증, 하지정맥류, 담석증, 골관절염, 역류성 식도염, 불임, 여성형 유방, 발기부전, 대장암, 유방암 등이 초래될 수 있다.

성인 비만에 동반되는 질병들
성인 비만에 동반되는 질병들 이미지

참고 : 대한비만학회

김 교수는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이 이환되면 손발이 저리는 말초신경병증도 생길 수 있고, 신장 기능이 나빠져 몸이 붓다가 투석을 하거나, 실명 위기에 놓이는 환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도비만으로 갈수록 더 다양한 대사질환을 동반한다. 특히, 비만은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당뇨병 환자의 53.2%는 비만에 해당했고, 54%는 복부비만을 갖고 있었다. 체질량지수 1이 늘어날 때마다 당뇨병 위험은 20%씩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왜 그럴까.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유리지방산이나 염증성 물질 때문에 인슐린 작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단백질이다. 우리가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인슐린이 포도당을 세포 내로 섭취하는데 역할을 하여 궁극적으로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한다. 그런데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액 중 포도당이 말초 조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간에서 당생성 또한 억제되지 않아 혈당이 높아진다. 결국 온몸에 고혈당 혈액이 영향을 미치는 당뇨병이 된다.

비만으로 생긴 인슐린 저항성은 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슐린 저항성이 세포자멸을 억제하고, 세포분열 촉진에 관여하는 인슐린유사 성장호르몬을 증가시키는데 이것이 종양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촉진하고 전이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담낭암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최근에는 비만에 의한 지방간질환이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김남훈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남훈 교수.

김 교수는 "비만해진 지방세포는 아디포카인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할 뿐 아니라, 혈관 기능의 장애를 일으킨다"며 "혈관에 탄성이 있어야 심장에서 혈액을 잘 짜주고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데, 비만이 심해지면 혈관 안에 안 좋은 물질이 쌓이고 탄성이 떨어지며 혈압을 높인다"고 말했다.

비만하면 여분의 지방이 혈액 속에 많이 흐르며 이상지질 혈증이 나타나기 쉽다. 무엇보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많아지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적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지방축적은 심부전이나 심장비대도 유발한다. 체중을 지탱하는 허리와 무릎관절에 무리를 줘서 추간판탈출증이나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생긴다. 생식기에도 영향을 미쳐 월경이상과 불임이 생기거나, 호흡기에선 폐기능저하와 호흡곤란까지 나타난다.

전문의 도움 받아서라도 동반 질환 피해야

김 교수는 "체질량지수 35~40 이상은 의심할 여지없이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다"며 "약물치료나 위절제수술을 통해 비만을 치료해야 동반질환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욕억제제(펜터민·토피라메이트)나 당뇨병치료제(리라글루티드) 등 약물치료로 약 5%의 체중 감량을 기대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보험급여 혜택이 없기 때문에 약값이 비싸고, 뇌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며, 약물치료를 끊으면 몸의 항상성 때문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기 쉽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 중이나, 이후에도 먹는 양을 줄이고 활동을 늘리는 다이어트 대원칙은 계속 잘 지켜야 한다. 밥공기는 작은 것으로 바꾸고, 식사 후 포만감이 들지 않더라도 간식 등 섭취를 멈추는 것이 좋다. 먹는 양을 줄여도 몸은 계속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려 애쓰기 때문에 활동량도 늘려야 한다. 혼자하거나 여럿이 함께하는 운동 취미를 갖는다. 등교나 출근은 걸어서 한다.

김 교수는 "몸에 설정된 체중을 크게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이해한다"며 "혼자 어려우면 비만 전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비만 동반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했다.

  • EDITOR: 이주연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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