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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대장암, 다학제 치료와 로봇수술로
5년 생존율 45% 이상 기대

치료팀의 회의

고려대 구로병원 다학제 치료팀이 대장암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장암은 수술적 치료를 기본으로 시행한다.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가 자각하고 내원하는 경우에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료하기가 꽤 까다로워지게 된다. 이때 주목받는 분야가 다학제 치료다. 이를 통해 여러 분야의 의료진이 협력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밀한 수술이 보장되는 로봇수술로 완치의 희망을 얻는다. 생존율과 치료 성과를 높이는 다학제 치료와 로봇수술에 대해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민병욱 교수가 설명한다.

이제 15살 된 김○○ 양은 복통이 점점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기본적인 검사를 진행하며 일단 내과에 입원한 그는 흔한 중2병을 앓을 새도 없이 병으로 수척한 얼굴이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영상 정보를 확인하다가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부터 암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염두하고 다학제팀 회의를 통해 김 양의 상태를 여러 의료진에게 알렸다.

15세에 말기 대장암, 다학제 치료로 완치 앞둬

"매우 드물지만 암일 가능성이 큽니다. 조심스럽지만 수술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복통으로만 알고 내원한 김 양과 부모는 의료진의 설명에 화들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앳된 소녀에게 대장암이 의심된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대장암 치료 방법을 설명하는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민병욱 교수.

민병욱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은 다양한 고려 사항들을 설명하면서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 결국 근치적 수술을 하자는 제안에 부모님은 마지못해 결정을 내렸다.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면서 대장암이 한참 진행된 말기암 환자로 밝혀졌다. 다학제팀이 함께 투입돼 적극적으로 치료가 이뤄졌고, 다행히 수술 경과가 양호해 항암치료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민 교수는 "검사 중 영상에서 의심 소견이 발견돼 다학제 치료를 통해 수술하게 된 사례다. 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드문 확률이더라도 암일 가능성을 생각하고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수술을 하려면 진단을 설명해야 하는데, 대장암이 의심된다고 하니 당연히 환자와 가족이 믿지 않았다. 이 환자의 경우 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를 시행해도 암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학제팀 의료진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수술을 진행했고,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원활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종종 환자가 내원해 검사를 받을 때 좋아진 상태를 보고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이처럼 다학제 치료는 최근 가장 많이 주목을 받는 진료 형태가 됐다. 물론 어느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관련 의료진들이 함께 협진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온 형태다. 다만 기존에는 담당 진료의가 필요에 따라 타 진료과에 진료를 의뢰하는 수동적인 방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다학제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적극적, 능동적인 형태로 바뀌어 높은 치료 효과를 얻고 있다. 초기 단계부터 관련 의료진이 모여서 해당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목표 하에 협조한 결과다.

환자1명 위해 다수 분야 의료진이 모여 협의

"예를 들어 대장암 환자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검사가 있다면, 이전에는 검사를 진행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린 후 그 결과를 확인하고 치료방안을 결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은 환자에게 어떤 검사를 시행할지 함께 협의하고, 검사 후 그 결과를 같이 확인하며 수술을 해야 하면 대장항문외과로, 항암치료를 해야 하면 종양내과가 담당하게 된다.

대장항문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간담췌외과, 흉부외과, 핵의학과 등 여러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진료를 봄으로써 기존에 한 달이 걸렸다면 일주일 이내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 담당의 혼자서 치료 방향을 결정했던 것을 각 분야 전문의들이 모여서 협의를 하며 좀 더 정밀한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환자로서는 한 명의 담당의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진료의가 7~10명이 되는 셈이다." 다학제 치료를 환영하는 환자들은 주로 적극적인 치료를 제공받지 못했던 말기암 환자들, 대장암에서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환자들이다. 이들이 다학제 치료를 통해 수술적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보다 나은 삶, 생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민 교수는 대장암의 경우 한 가지 치료법으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없으며, 대장암이 완치될 수 있다는 가정은 수술적 치료로서 병소를 다 제거했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말기 5년 생존율 45% 이상

"예전에는 대장암 말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30% 미만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다학제 치료 등 적극적인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45% 이상으로 상향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경우 타 병원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편인데, 병기별 생존율을 살펴보면 1기암은 98% 이상, 2기암은 95% 이상 완치된다고 보고 있다. 3기암의 경우 국내 평균이 85%인데 비해 구로병원은 90%에 가깝다. 4기암의 경우에는 그동안 만성 말기암이라는 판단에 따라 항암치료 정도만 시행했던 소외된 그룹이지만, 간·폐 등 타 장기 전이로의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부터는 45% 정도의 생존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은 고려대 구로병원의 단기간 수치이므로 향후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말기암 환자에게서 5년 생존율을 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학회에서도 다학제 치료를 통한 적극적인 수술적 치료로 생존율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결과에 놀라워하고 있다."

정밀도 높은 로봇수술, 합병증 걱정도 뚝

다학제 치료에 더해 대장암의 치료 성적을 획기적으로 높인 치료법으로 로봇수술을 꼽을 수 있다.

민 교수는 "개복수술, 복강경수술에 비해 굉장히 정밀한 수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로봇수술"이라고 말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민병욱 교수.

특히 직장암처럼 부수적인 합병증이 많이 생기는 수술의 경우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직장은 여러 갈래의 중요한 신경과 혈관이 지나는 부분이고, 굉장히 좁은 공간에 있는 장기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수술하지 않으면 수술 후 기능적인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항문에 가까운 만큼 항문 기능이 상실되는 경우가 있어 더욱 조심을 요한다. 로봇수술은 이러한 걱정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항문 기능의 보존 측면에서 다른 수술보다 탁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성공률인데, 로봇수술은 기존 수술보다 최소한 동등하거나 우월하다는 보고서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봇수술이 대장암 중 특히 직장암 환자를 위한 최고의 수술 옵션이라 생각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나 환자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대장암의 수술적 치료로 가장 보편적인 복강경수술처럼 로봇수술도 복부에 구멍을 뚫어 기구를 삽입하고 시술한다는 방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복강경수술은 기구가 마치 젓가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시술자가 모니터를 보고 직접 조작하는 방식인데 비해, 로봇수술은 기구를 손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연결한다는 차이가 있다. 민 교수는 "흔히 조이스틱으로 게임 속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처럼 로봇 팔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단점은 명확하다. 복강경수술은 기구를 손으로 잡고 조작하므로 손이 떨리면 기구도 역시 떨리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반면 로봇수술은 떨림을 보정할 수 있으므로 떨림 현상이 전혀 없다. 또 기본적인 시야가 복강경수술보다 넓고 3차원 영상이 제공되므로 잘 보이지 않는 구역까지 보여 말 그대로 사각지대 없이 확인이 가능하다. "절제해야 할 새로운 부위를 발견해 추가적으로 치료가 이뤄질 수 있어 여러모로 팔방미인 같은 치료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소한 3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한 복강경수술과 달리 로봇수술은 한 명의 인력으로도 가능하다.

로봇수술을 망설이게 하는 단점이 있다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가의 수술이라는 점이다. 로봇수술에 투입되는 기본적인 장비, 기구들은 일회용이거나 사용 횟수의 제한이 있다. 고가의 부속품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종종 비용 걱정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꺼리기도 한다. 또 다른 단점 하나는 수술 시간이 길다는 점인데, 이것은 최근 들어 기구와 장비가 발달하면서 단축되어가는 추세라 복강경수술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민 교수는 이러한 사항에 대해 "로봇수술의 장단점을 잘 설명하고 가능한 수술 중 최선의 방법이 로봇수술이라고 권하고 있고, 대부분은 로봇수술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로봇수술이 대중화되고 있어서 대장암 중 직장암의 경우 로봇수술을, 기타 암의 경우에는 복강경수술을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의가 아닌 '명팀'이 중요해진 시대

치료를 원하는 대장암 환자의 가장 중요한 고민 지점은 바로 병원 선택일 것이다. 진료체계, 시설과 환경 등도 중요하지만 의료진을 생각한다면 고려대 구로병원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의료진이 얼마나 훌륭한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이제는 명의 한 사람에 의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로봇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의료진.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그보다 좋은 장점을 가진 의사가 있을 수 있고, 따라서 명의보다는 '명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암센터 다학제팀은 정말 훌륭한 의료진이라고 자부한다. 우리 다학제팀의 특장점이라면 '팀워크'다. 단순한 팀워크가 아니라 실질적인 팀워크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보통 의사들은 자존심이 세고 주관성도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진료과의 고집스러운 구분 없이 팀으로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외과와 내과가 기간을 정해 파견을 나가고 함께 진료하고 회진을 돌아 구석구석 숨은 환자들을 찾아낸다. 때문에 대장암 환자가 검사부터 수술까지 진행할 때 소요 기간이 길어야 2주, 보통은 1주면 해결된다. 이것은 다학제팀의 팀워크가 좋아 가능해진 결과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치료의 타이밍을 잡는 것인데, 자칫하면 그 타이밍을 놓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민 교수는 대장암 환자의 치료는 의료진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 본인과 보호자의 지지와 협조가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환자의 여러 상황들, 그 중에서 전신 상태와 경제적인 문제 등을 다양한 입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있기에, 의료진이 전하는 정보와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민 교수는 "환자 중심의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법을 선보일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 EDITOR: 이종철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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