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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동맥류,
최첨단 클리닉이 치료 타이밍 정한다

박동혁 교수

뇌동맥류의 위험성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 박동혁 교수.

뇌동맥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머릿속 ‘시한폭탄’이면서, 파열 전까지는 증상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두통과도 관련이 없다. 정교한 첨단 의술을 적용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 박동혁 교수를 만나 뇌동맥류에 대한 최신 진단방식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박 교수는 이 병원의 뇌혈관 클리닉팀의 의료진이다. 이 팀은 환자가 추가 뇌 손상을 입지 않고 잘 회복되도록 고도의 집중치료를 제공한다. 경험이 많고 역동적인 신경외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교수들이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뇌동맥류는 성인의 약 1~2%에서 발견되는데, 급사를 일으킬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지주막하 뇌출혈이 생기기 쉽다. 이때 환자가 30일 이상 생존할 확률은 고작 50%에 불과하다. 발생 환자의 3분의 1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3분의 1은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 또는 병원에서 사망한다.

살아남더라도 생존자의 절반 이상에서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 혈액을 공급 받지 못해 손상되는 뇌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기 때문에 빨리 치료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 박동혁 교수는 "머릿속에 뇌동맥류가 생겨도 그 자체로는 증상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건강검진으로 뇌 영상을 찍었다가 뇌동맥류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시 뇌혈관 검사를 추가해야 하는 이유다. 평소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MRI(자기공명영상)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로 뇌동맥류를 확인해볼 수도 있다.

사망률 높은 지주막하 출혈, 뇌동맥류가 원인

뇌동맥류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의 일부가 풍선이나 꽈리 모양처럼 부풀어 오른 질환이다. 주로 혈관이 나누어지는 큰 분지부에서 발생한다. 일종의 퇴행성 질환으로, 나이기 들수록 혈관 벽이 약해지고 구성 성분이 부족해져 약한 부위가 부풀어 오른다. 구조적으로도 정상 혈관과 달라 쉽게 파열된다.

뇌 동맥류

뇌는 여러 막으로 싸여져 있다. 두개골에서 가까운 밖에서부터 경막(골막+수막), 지주막, 연막으로 부른다. 이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는 뇌에 영양을 공급하고 충격을 받았을 때 완충역할을 하는 뇌척수액이 차 있다.

그리고 이 지주막 아래의 공간을 비교적 굵은 혈관들이 통과하며 뇌척수액과 교통한다. 여기서 출혈이 발생했을 때가 지주막하 뇌출혈이다. 일반적인 뇌출혈이 뇌 실질 안에서 비교적 작은 혈관이 터져 발생한다면, 지주막하 뇌출혈은 좀 더 굵은 뇌혈관이 지주막 아래에서 터진다는 차이가 있다. 뇌 실질 내 출혈의 원인은 고혈압이나 혈관기형 등인데, 지주막하 뇌출혈의 65%는 뇌동맥류 파열이 그 원인이다.

지주막하 뇌출혈이 발생하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아 깨질 것 같은 정도의 극심한 두통을 느낀다. 심한 구역질, 구토, 실신, 의식 소실, 발작, 윗눈꺼풀 처짐 등이 나타난다.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숨지는 경우도 있다. 출혈량과 출혈 부위에 따라 증상은 달라진다.

부풀어 오른 뇌혈관, 혈류 막아 치료

뇌동맥류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박동혁 교수는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예방하는 치료나, 뇌동맥류가 터진 뒤에 수습하는 치료나 방법은 같다"고 말했다. 풍선에 바람을 계속 넣으면 터지듯이, 뇌동맥류에 피가 계속 들어가면 터지기 쉽다. 따라서 머리뼈 일부를 열고 부풀어 오른 혈관에 직접 접근해, 뇌동맥류 안으로 더 이상 혈액이 들어가지 않도록 부푼 부위의 목 부분을 미세 금속집게(클립)로 묶는다. 이를‘뇌동맥류 경부 결찰술’로 부르는데 완치율은 99% 이상이다.

동맥류의 입구가 좁거나, 환자가 고령 또는 다른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코일 색전술’로 치료한다. 막힌 심장 혈관을 뚫을 때처럼 혈관 내 중재시술로 진행한다. 환자의 혈관에 조영제 약물을 주입한 뒤, 첨단 영상장비로 보면 화면에 환자의 두껍고 얇은 혈관들이 모두 선명하게 보인다.

이 혈관조영술을 이용해 허벅지 안쪽 피부를 3㎜ 정도 절개한 뒤 대퇴동맥을 찾아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밀어 넣는다. 뇌혈관까지 안전하게 접근한 뒤, 부풀어 오른 혈관 안에 백금코일을 채워 넣는다. 필요하면 그물망 같은 스텐트도 사용한다. 충전재를 미리 채워 그 안으로 혈액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다. 이 코일 색전술은 머리뼈를 열지 않고 치료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모든 뇌동맥류를 일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술법은 아니다.

뇌동맥류는 생사와 직결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뇌동맥류를 곧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에 따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급사를 예방하려고 수술했다가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언어장애, 기억장애 등 중대한 장애를 입을 수도 있다. 냄새를 잘 못 맡거나, 맛을 잘 못 느끼거나, 머리가 자주 아픈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더 이상 커지지 않고, 터지지도 않는 뇌동맥류도 있다.

흡연자에서 혈관 손상 많아…고혈압도 위험

아직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를 비파열성뇌동맥류 혹은 미파열성 뇌동맥류라고 부른다. 박동혁 교수는 "발견된 뇌동맥류가 터질 것 같은가, 안 터질 것 같은가를 잘 예측해야 한다"며 "60세에 발견된 비파열성 뇌동맥류 중에 일생동안 터질 확률은 대략 20% 정도"라고 말했다.

아직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의 크기가 5㎜ 이상이면, 파열 위험이 대략 1년에 1%씩 증가한다고 본다. 방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4㎜ 이하면 좀 더 지켜보며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7㎜ 이상이면 곧바로 치료한다. 4~7㎜ 크기의 뇌동맥류는 모양이나 위치,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소뇌·중뇌 쪽의 후방순환계 뇌동맥류가 대뇌 쪽의 전방순환계 뇌동맥류보다 파열될 위험도가 높아 치료를 더 권한다.

박동혁 교수는 "예컨대 부풀어 오른 모양이 위로 길쭉하거나 울퉁불퉁하게 불규칙한 경우, 터질 위험이 더 높다"며 "환자가 흡연자이거나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위험해 수술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흡연은 혈관을 약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흡연자에서는 혈관 손상이 많아 뇌동맥류 발생도 많고, 크기가 증가하거나 파열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대수명이 많이 남은 젊은 환자는 고령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파열 후에도 재출혈 및 뇌손상 막아야

이미 파열됐다면 재출혈을 막아야 한다. 이미 찢어진 혈관이 응고작용으로 잠깐 막힌 상태이나, 터진 부위에서 다시 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

파열된 뇌동맥류가 재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은 첫날 약 4%, 2주일 안에는 20%, 6개월 안에는 50% 등으로 높아진다. 재출혈을 막기 위한 처치는 비파열성 뇌동맥류 치료와 동일하여 뇌동맥류 결찰술이나 혈관내 색전술을 시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치료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혈관 연축, 수두증, 간직 등의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 박동혁 교수.

다행스럽게 살아남은 환자라도 추가 치료로 어떤 합병증이 발생할 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영구적 장애를 최대한 막는 방향으로 치료를 계획한다.

박동혁 교수는 "뇌동맥류 파열 후 병원을 찾은 환자는 1차 출혈이 멈춘 상태인데, 최근의 치료 경향은 파열 후 72시간 이내 조기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뇌부종이 심하고 뇌압이 높거나 의식이 나쁜 경우에는 각 분야 전문의로 구성된 뇌혈관 클리닉팀에서 신중하게 논의해 최상의 예후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뇌라는 장기는 특성상 조금만 다쳐도 손상된 영역이 바로 눈에 띄고,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최근에는 최첨단 장비들로 합병증을 크게 줄여서 많이 좋아졌다"며 "중한 질환일수록 의사를 잘 만나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EDITOR: 이주연
  • PHOTO: 지호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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