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공포 반복되는 공황장애,
치료 늦으면 직장 포기할 수도
공황장애를 치료하지 않으면 일상이 불안해지는 증세가 더 심해진다.
어느날 유명 가수나 배우가 갑자기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것을 종종 본다.
공황장애는 한때 '연예인
병'이라고도 불렸지만 최근에는 일반
환자들이 확연히 늘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를 만나 이
질환에 대해 들어봤다.
일상을 불안하게 만드는 공황장애란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윤호경 교수는 "죽을 것 같은 공포,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이 닥쳐 질식할 정도의 숨 막힘과 심한 두근거림, 그리고 손발 저림과 같은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불안장애"라고 설명했다.
이 질환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공황발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황발작 자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예를 들어 천재지변이나 전쟁, 또는 갑자기 당한 사고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누구나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는 외부의 위협에 반응하는 뇌의 정상적인 작용이며,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외부의 자극은 물론 극도의 공포감을 느낄만한 사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공황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윤 교수는 "공황발작은 대개 짧은 시간 지속되며, 10~15분 이내에 증상이 최고조에 도달하는데, 그러한 증상은 일반적으로 20~30분 이내에 소실되며, 1시간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그러나 발작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수일 또는 수개월 뒤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공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응급실에 가도 '이상 없음' 원인은 정신적·신체적 이상
죽을 것 같은 공포감과 호흡곤란, 그리고 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식은땀이 나면서 '내가 이러다가 미치거나 죽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과 함께 어지럽고 몸이 떨리고 뜨거운 느낌이 수 분 내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공황발작을 처음 경험하면 공황장애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심장이나 뇌, 호흡기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정도가 심해 응급실에 실려 가서 심전도나 CT(컴퓨터단층촬영) 등 각종 검사를 해도 결과는 '이상 없음'이라는 소견이 대부분이다.
윤 교수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실신할 정도의 상태에서 응급실에 오는 데, 기본적인 검사를 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더군다나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아도 증상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환자들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럴 때 보통 환자들이 내과를 가게 되는데, 거기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권유를 통해 정신건강의학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는 왜 생기는 것일까. 윤 교수는 "공황장애의 주원인은 정신·심리적인 부분이지만 신체적인 부분도 함께 동반된다"고 설명한다. 공황장애는 병의 역사가 짧아 정확한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주로 생물학적 원인과 함께 학업 또는 회사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경제적 상황, 가족과의 관계 등 외부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물학적 측면에서 뇌 기능 및 구조의 문제들에 의한 원인이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세로토닌(serotonin), 가바(GABA) 등 신경 전달물질 시스템의 이상과 측두엽, 그리고 전전두엽 등의 뇌 구조 이상 등이 꼽히고 있다. 유전에 대한 부분에서 윤 교수는 "병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공황장애의 발병에도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고, 가족 중에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동반 질환 '예기불안'과 '광장공포증'
공황장애에서는 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동반 질환이 있다. 바로 '예기불안'과 '광장공포증'이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언제 다시 공황발작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해하는데, 이를 예기불안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이라고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환자는 엄청난 공포를 겪는다. 예기불안은 지속 기간이 상당히 길다.
광장공포증은 공황발작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심으로 광장은 물론 사회적으로 회피적인 성향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광장공포증이 동반되면 극장이나 공원에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직장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가 만성화되면 예기불안과 광장공포증이 동반되고, 그럴수록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윤 교수는 "광장공포증이 진단체계에서 따로 분리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황장애와 거의 붙어 다니는 부속 진단"이라며, "공황발작이라는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인한 일종의 예기불안으로, 광장공포증이 심해서 병원 외에는 아예 집 밖을 나서지 않는 환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기불안으로 인한 회피가 결국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공황장애를 극복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환자의 병력을 확인하고 정신상태 검사를 통해 공황장애는 물론 공존하는 다른 정신과적 장애를 확인한다. 정신·신체적 검사를 통해 공황장애로 진단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치료를 시작한다.
윤 교수는 "공황장애 치료 방법에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이완 요법 등이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약물치료"라고 설명했다. "공황장애는 심리적인 부분도 있지만, 신경전달물질이나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생길 수 있는데, 약물치료는 그런 부분을 잘 조절할 수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황 발작 자가진단
- 가슴 두근거림. 심장 박동이 심하게 느껴진다.
- 땀이 많이 난다.
- 몸이 떨리고 후들거린다.
- 숨이 가쁘거나,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 질식할 것 같다.
-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다.
- 메스껍거나 복부 불편감이 있다.
- 어지럽거나 멍한 느낌이 들어 쓰러질 것 같다.
-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나 오한이 있다.
- 비현실감이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미쳐버리거나 자제력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 손발이 저리고 찌릿찌릿한 느낌이 있다.
재발 방지 위해 1년간 약물치료 유지
공황장애는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심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심장이 뛰고 어지럽고 땀이 나는 등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뇌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공황장애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에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가 있다. 항우울제는 치료 효과가 비교적 오래 유지되며, 습관성이 적으며, 공황발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항불안제는 항우울제와 비교해 치료 효과가 즉시 나타나 불안을 빠르게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치료 효과가 짧고 습관성이 있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일단 공황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대개 1년간은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이 질환을 오랫동안 앓다 보면 늘 예민하고 불안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가 인지행동치료인데,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부정적인 기억이나 감정을 변화시키도록 훈련하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다.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게 될까 봐 항상 불안해하며 위험하지 않은 상황도 자꾸 피하게 된다.
작은 자극에도 최악의 사태를 걱정하는 인지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치료자와 함께 알아내고 교정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사소한 신체감각을 파멸이나 죽음과 같은 파국적 상황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을 교정하고 공황발작이 일어나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자연히 완화되고, 실질적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님을 인지시킨다. 인지행동치료는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신체적 이상 느꼈을 때는 빨리 병원 찾는 것이 최선 공황장애의 가장 큰 적은 '술, 담배, 커피'
"공황장애는 단순히 정신·심리적인 문제만이 아닌 상당히 신체적인 문제다. 따라서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고쳐지거나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병이 아니다. 일단 증상이 의심되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윤 교수는 공황장애 치료의 최선은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라고 말한다. 이 질환은 취약해진 신경전달물질이나 자율신경계로 인한 신체적 이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약물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심해지고 오래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 교수는 "공황장애의 가장 큰 적은 술, 담배, 커피"라며
생활습관 개선도 당부했다.
"술과 담배가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고, 커피의 카페인 성분도 각성을
일으켜 공포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삼가고 조절해야 한다."
평소 호흡을 편안하게 조절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질병 극복에 도움이 된다. 요가나 명상, 스트레칭 등의 근육 이완 활동을 꾸준하게 하면 몸의 이완 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 내 마음 상태를 평소에 잘 들여다보고 지금 내가 지쳐있지는 않은지, 불안하거나 우울하지는 않은지 자주 확인해 본다. 자기 자신을 잘 다독여주고 위로하면서, 지금 잘하고 있다고,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안심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윤호경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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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가설이 있겠지만 이미 예전부터 공황장애 환자가 많았을 것으로 본다. 화병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어떤 형태로는 우울증으로, 또는 공황으로 볼 수 있다. 아니면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공존해서 나타나는 문제일 수 있다. 예전에는 '공황'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고, 본인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에 와서 많은 연예인이 이 질환을 호소하면서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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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에 많이 걸리는 연령대는.
주로 20~30대에서 발병하고, 30~40대에서 정점을 찍는다.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기도 하지만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율신경계는 술, 담배, 커피에 가장 많이 흔들린다.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외부적인 요인이 겹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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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와 우울증의 차이는.
특징적인 진단기준을 보면 공황장애는 신체 증상이다. 우울증 역시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는 증세가 있지만, 공황장애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숨이 막히고, 질식할 것 같은 이런 감각 이상이 대단히 큰 특징이다. 그 이유는 공황장애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간 급격한 자율신경계의 교란이 생겨 조절되지 않으면 발작이 오고 순간 패닉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가 직접 병원을 찾는 빈도는 높지 않지만, 공황장애 환자는 직접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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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나.
공황장애는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데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꾀병으로 치부하거나 단순히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환자 자신에게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해 주어야 한다. '같이 견뎌보자'가 아니라 환자 본인이 거부하더라도 빨리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