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가는 길 호수에 비친 풍광 한눈에 담아
사색의 심지 삼아 볼까
청남대 주변 호숫가 풍경.
가을은 침잠의 계절로 불리기도 한다. 한껏 떠들썩했던 여름이 지난 철이라 칩거와 사색의 시간이 몰려온다.
그래서일까.
바다가 아니라 호수, 걷기보다는 드라이브, 영화보다는 책이 더 어울린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여행지는 어디 있을까.
장소를 물색하다가 찾은 곳이 청남대다.
최근 두 차례나 다녀왔는데 매번 그 풍광에 취해 연발하는 감탄사를 가둘 수 없었다.
이 주변에서는 10월 하순 국화전시회가 열리고 12월 초엔 너른 잔디밭에서 감성캠핑 전시회도 열리니 올 해가 가기 전 여행을 준비해보자.
경유지 청주의 가을 정취
청남대 여행이라면 충북 청주시에서 시작해야 제격이다. 대전 쪽에선 호반도로가 물과 멀뿐 아니라 반세기 너머 '청주 관문'으로 각인된 멋진 '가로수길'을 드라이브할 수 있어서다. 그 길은 경부고속도로 청주나들목을 나와 청주 시내로 이어지는 도로의 일부다.
사오십년 전만해도 청주의 가로수는 대개가 플라타너스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른 수종으로 바뀌고 있다. 그 이유는 낙엽이 너무 많아서란다. 떨어지는 낙엽을 청소하기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의 가로수 길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여러 차례 도로확장(6차로)을 하면서도 가로수가 심어진 장소만큼은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이 가을 청주 가로수 길을 달리다보면 어른 손바닥보다도 큰 플라타너스 낙엽의 가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장년이라면 1970년대 대학시절 추억도 되살아날 만하다. 그때 마침 카오디오에서 이브 몽탕이 부르는 노래 '고엽'(Autumn Leaves)이라도 흘러나온다면 눈물을 찔끔할 수 있을 것이다.
은근한 감성 불어내는 청남대
청남대는 대청호반을 품고 있는 대통령 별장을 말한다. 2003년까지만 그랬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을 국민에게 개방하면서 국민관광지가 됐다. 올 5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이자 집무실인 청와대를 개방했을 때처럼 당시에도 관광객들의 호응이 컸다.
청남대의 풍치는 서울에 있는 궁궐 창덕궁의 정원에 견줄 만하다. 다른 점이라면 창덕궁이 궁궐과 정원의 지극히 자연스런 조화가 그 아름다움의 핵심인데 반해 청남대는 산과 호수(대청호)의 지극한 어울림 속에 잘 가꿔진 숲과 산책로, 연못과 잔디밭에서 풍겨나는 은근한 감성이 그 요체다. 청남대로 가기 전 꼭 하나 챙길 정보가 있다. 청남대의 독특한 매표 시스템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입장객은 반드시 스마트폰으로 사전에 입장권을 구입하도록 한 것이다. 그건 주차 문제 때문이다. 청남대는 1983년 완공당시 대통령 별장으로써 최고수준의 보안시설이었다. 그래서 진입로도 호안의 산자락을 절개해 2차로만 냈고 방문객주차장도 필요 없었다. 그런 곳을 국민관광지로 개방하게 되니 주차문제가 부각됐다. 하지만 부지가 한정돼 있어 주차장 확장은 어려웠다.
궁여지책으로 미리 입장권을 구입한 경우에만 주차를 허락하는 선착순 방식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장권을 구입 못한 방문객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경우엔 청남대 인근 문의면의 매표소에서 구입하고 차를 거기 주차하면 된다. 매표소에서 청남대까지는 셔틀버스(유료)로 오가면 해결된다. 매표소는 문의면 중심가에 있는데 청주시내 충북도청에서 13km 가량의 거리다. 청남대 주변에는 식당이 즐비하다. 사실 청남대 여행은 여기부터다. 대청호를 오른 편에 둔 호안도로(편도 1차로)는 무려 11km나 구절양장으로 이어지는데 길 양편의 가로수가 이뤄낸 나무터널의 풍치는 청주 가로수 길의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 특히 가을엔 더더욱 멋지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튤립나무(목백합나무) 가로수가 이뤄내는 샛노란 단풍터널이다. 가히 '무릉도원'의 복숭아꽃 만발한 계곡을 연상시킬 정도다.
청와대의 축소판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청남대는 청와대의 축소판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대문도 규모만 작지 모양이 같다. 한가운데 봉황 휘장이 대통령 시설임을 알려준다. 그 문을 통과하면 넓은 잔디밭이 보이는데 한가운데 봉황조형물이 있다.
헬기장이 있는 곳이다. 별장 본관은 헬기장 바로 옆에 있다. 1983년에 완공한 2층 저택인데 입구엔 멋진 금송이 손님을 맞는다. 대통령과 그 가족은 2층에 묵었다. 1층은 손님맞이 시설. 객실 몇 개가 식당, 응접실과 함께 있다.
2층에 가보니 침대와 소파를 들인 침실과 온돌식 안방이 중앙의 널찍한 거실과 그 옆 식당에 붙어 있다. 거실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식당에는 식탁이 그대로 보인다. 나머지 공간은 자녀들의 객실이다. 1, 2층은 계단과 승강기로 연결돼 있는데 승강기는 다리가 불편한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추가로 가설했다.
본관 앞엔 자그만 잔디밭이 있다. 가든파티를 하거나 산책 후 손자손녀들과 함께 휴식하던 정원이다. 거기서 산책로를 따르다보면 오각정에 이른다. 청남대의 대청호 전망 포인트 중 하나로 울창한 숲 너머로 대청호와 건너편 호안 숲이 조망된다. 오각의 정자는 여기가 유일한데 나라꽃 무궁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곳 청남대에선 20년 동안 모두 다섯 명(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대통령이 휴가를 보냈다. 통상 한 해 4, 5번 찾았는데 여덟 번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을 국민에게 개방한 건 취임 두 달 만인 2003년 4월 28일. '권위주의의 상징인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던 대선 공약의 실천이었다. 그리고 그건 16년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해대'(경남 거제시 저도) 대통령별장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이로써 대통령 별장은 더 이상 남지 않게 됐다.
청남대에서 바라본 호수
왼쪽에 대통령기념관(별관)이 보이고 한가운데 푸른 지붕의 집이 별장, 그 사이의 잔디밭은 헬기장이 보인다.
청남대 호반은 호수 물에 네 손가락(오른 손에서 엄지 제외)을 닮은 돌출지형이 담겨 있는 모습이다. 검지 모양의 지형(호반)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초가집을 볼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 하의도에서 가져온 물건도 전시돼 있다. 그 옆쪽에는 세족장이 있다.
본관과 오각정이 들어선 중지 모양의 호반에는 '봉황의 숲'이 울창하다. 약지 모양의 호반에는 대통령기념관 본관과 별관이 있고 그 물가로는 '솔바람 길'이 나있다. 마지막 소지(새끼손가락) 모양의 호반에는 숲과 물가로 한바퀴 두르는 '호반길'이 조성됐는데 그 한가운데 마루에는 5층 높이의 목조전망대(산불감시탑)가 있다. 그 꼭대기에선
대청호와 주변 산악이 360도 파노라마로 조망된다. 청남대에서 대청호를 한눈에 담고 관조(觀照)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으면 가을의 정취가 저절로 느껴진다.
청남대 손가락 지형의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시설과 볼거리가 있다. 검지 중지 사이 드넓은 잔디밭(과거 파3 골프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광장이고 거기엔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이 올해 개관했다. 일제강점기에 중국의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던 임정수반을 기념하는 곳이다.
중지와 약지 사이엔 메타세쿼이아 숲이 연못가에 있는데 대통령기념관 별관 앞 이 연못에선 음악분수가 춤을 춘다. 약지와 소지 사이 언덕(현장 매표소 아래)엔 갤러리가 있다. 이곳은 휴식을 즐기며 충북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로 조성하고 있다.
Travel Information
대개는 한두 시간 둘러보고 간다. 하지만 그 보다는 운동화나 트래킹화 제대로 갖춰 신고 여러 산책로를 두루 섭렵하면서 5, 6시간가량 청남대를 온전히 즐기기를 권한다. 수질오염방지 제한규정으로 식사가 여의치 않으니 도시락을 싸오면 피크닉분위기로 들 수 있어 좋다. 매점에서는 컵라면만 판매한다.
- 입장료: 6,000원 (월요일 휴무)
-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전화: 043-257-5080)
- 문의면 매표소: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의시내로6 (전화: 043-220-6418)
- 입장권: 사전 구입은 홈페이지에서 가능
수도권에서 아침에 출발했다면 청주 가로수 길을 지날 즈음 허기가 질 터. 청남대로 향하기 전 요기할 곳으로 꽁보리밥 집을 추천한다. 청주 시내 여러 곳이 있는데 그중 청국장을 맛본다면 '대산 보리밥'을 추천한다. 돼지편육 등 여러 다양한 반찬을 비벼 먹도록 양푼에 밥을 담아 뚝배기에 끓인 청국장과 함께 나온다. 여기에 고등어구이가 무료로 추가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대신에 고르곤졸라 피자를 선택해도 된다. 청국장 백반에 고르곤졸라피자 후식, 생경한 조합에다 꽁보리밥집의 진화와 변신 역시 기막혔다.
- 주소: 충북 청주시 서원구 죽림동 77-2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목요일 쉼)
- 청국장세트: 2인분(2만 8,000원)이상 주문 가능
더(The) 대청호(충북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반로 786-25).
- WRITER: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유튜브 '로드마스터' 크리에이터
- PHOTO: 조성하,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