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위험한 심장 혈관질환 대동맥 박리,
대동맥 판막 협착증,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해야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가 가슴 통증을 느끼면 곧바로 대형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심장의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는 대동맥에 문제가 생긴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들이 한밤중에도 달려 나와 수술해야 할 만큼 응급하다.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 같은 환자들을 위해 24시간 응급실을 열어놓고 있다.
이 병원에서 성인 심장 수술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흉부외과 김희중 교수에게 대동맥 질환과 치료법을 물어봤다.
대동맥은 우리 몸의 가장 큰 동맥으로, 꽤 두껍고 튼튼하다. 심장에서 나온 피를 뇌, 팔, 다리, 복부장기 등 온몸으로 보내준다. 이런 대동맥이 터지면 즉사할 수 있다. 노화나 고혈압, 동맥경화 등으로 대동맥 혈관 내벽이 찢어지면 급사나 장기 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어 응급 수술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대동맥 내막의 미세한 균열이 심장 박동 압력에 의해 길이 방향으로 찢어지면, 대동맥 혈관벽이 내층과 외층으로 분리된다. 이것이 '대동맥 박리'다. 이때 칼로 찢거나 도끼로 내려친 것 같은 통증이 수시간 지속된다. 매우 극심한 통증이 등 쪽으로 퍼진다. 특히 대동맥 중에서도 상행 대동맥 또는 대동맥궁 부위를 침범한 경우, 환자가 급사하거나 살아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했을 때처럼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대동맥 치료가 가능한 병원 응급센터를 빨리 찾아, 찢어진 혈관을 교체하는 등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위험하다.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 크다. 고령에서 흔하며, 여성보다 남성에서 많다. 유전적 결함에 의한 선천적 요인, 노화, 동맥경화 등이 주요한 원인이다. 대동맥 자체 또는 대동맥 판막이 붙어있는 둥그런 판막륜 부위가 확장되어 있어도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혈압이 매우 높거나 다른 위험 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심한 흉통, 등쪽 통증, 복통이 발생했을 때 우선적으로 의심한다.
심장에 가까운 상행 대동맥에 박리가 생긴 경우, 환자의 90%가 1개월 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 다리와 장기로 피를 공급하던 하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급사 위험성은 낮다. 하지만 치료는 최대한 신속 정확해야 한다. 우선, 항고혈압제를 정맥 안에 주사해 혈압과 맥박을 안정시켜 대동맥 파열부터 막는다. 대동맥 박리가 어느 부위를, 어느 크기로 침범해, 어떤 합병증을 남겼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가능한 신속하게 검사와 진단을 마친다. 급성 상행 대동맥 박리로 진단하면 바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행 대동맥만 문제인 경우도 파열 가능성이 있거나, 내과적 치료에도 박리가 진행되는 경우 등에도 흉부외과에서 수술한다. 파열 가능성이 가장 큰 대동맥 부위를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것이 '대동맥 치환술'이다. 대개 처음부터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협력해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대동맥도 노화, 고혈압, 동맥경화 등으로 좁아지거나 딱딱해지면 높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늘어난다. 이것이 '대동맥류'다. 풍선처럼 부푼 동맥류는 뇌와 다리 등 동맥 어디에나 생길 수 있지만 대동맥에서 많이 생긴다. 75%는 복부 대동맥에 생겨 허리나 배가, 25%는 흉부 대동맥에 생겨 가슴과 등이 아프다. 부피가 늘어난 대동맥류는 인접한 장기를 압박하거나 폐쇄시킨다. 진짜 문제는 대동맥류가 뱃속에서 갑자기 터지는 경우다. 쇼크로 사망할 수 있는 순간이다. 복부 대동맥류 5명 중 1명은 갑자기 터진다. 대부분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다. 간혹 뱃속에서 박동하는 덩어리가 만져진다. 건강 검진이나 다른 진료 등으로 발견되곤 한다. 대동맥류가 한번 생기면 약으로는 크기를 줄일 수 없다. 병변 발생 상태를 고려해, 대동맥류를 절제하고 인조혈관으로 대체시키는 수술을 한다. 흡연이 주요 발생 원인이자, 악화 요인이다. 흡연자에게는 금연을 권한다.
대동맥판막 질환, 어지럼증 흉통 동반하면 위험하다
심장에는 4개의 방이 있다. 2심방 2심실. 이곳에서 피를 모았다가 내보내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판막'이 있다. 좌심실 사이, 우심실 사이, 대동맥 사이, 폐동맥 사이에 총 4개 판막이다. 심장 내 피가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도록 돕는데 판막 문이 딱딱해져 잘 안 열리고 좁아지면 피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이것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또한 판막 문이 제대로 안 닫히면 피가 반대 방향으로 역류한다. 이는 폐쇄 부전증이다. 대부분 오래 써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선천적으로 판막 모양이 나쁘거나, 감염으로 모양이 변경되기도 한다. 진행 속도가 느려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 후 경과를 지켜본다. 그러나 호흡곤란, 부종, 흉통, 부정맥,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는 중증이면 사망할 수도 있어, 수술한다.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는 사이에 있는 것이 판막이다. 둥그런 관에 3개의 소엽이 붙어, 'ㅅ'자 모양으로 닫힌다. 노화로 심장 판막에 칼슘이 침착돼 석회화가 진행되면, 대동맥 판막의 소엽이 활짝 열리지 못하고 좁아진다. 돌처럼 딱딱해진다. 피가 못 나가니 심장은 더욱 더 강하게 근육을 쥐어짜다가 결국 기능 이상이 생긴다. 손상된 판막을 고쳐주거나(성형술), 새로운 판막으로 교체(치환술)한다. 심장을 정지시키고 열어, 돼지 소와 같은 동물의 조직 판막이나 기계식 금속 판막을 넣는다. 최근에는 인공 판막 종류가 다양하고 좋아져, 판막 질환이 생기면 미루지 않고 심부전을 일으키기 전에 수술하는 추세다.
돼지 판막이나 소 심막 조직으로 만든 판막은 8~10년쯤 쓸 수 있다. 처음 3~6개월간만 항응고제 와파린을 복용한다. 이후 조직 판막이 망가지면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반면 금속 판막은 20년 이상 쓸 수 있다. 그러나 금속으로 인해 피가 덩어리져 굳는 혈전이 생길 수 있으니, 항응고제 헤파린을 부정맥 질환자보다도 더 강하게, 계속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피가 굳지 않는 약 때문에, 치과 치료 시 발생하는 간단한 출혈도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산이나 다른 치료 수술 등을 하기 전에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항응고제 장기 복용에 따른 뇌출혈 등 부작용도 있다. 판막 종류에 장단점이 있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적합한 판막을 선택한다. 젊은 환자는 재수술 위험성으로 금속 판막이 추천되고, 고령 환자는 출혈과 혈전 위험성으로 조직 판막이 우선된다. 최근에는 60대 초반에서도 조직판막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원래 판막 남겨 두는 경피적 치환술
다리 사타구니 피부만 살짝 절개해 대퇴동맥으로 얇은 관을 삽입해 시술하는 방법이다. 길을 유도하는 철선을 동맥으로 넣어 대동맥 판막에 도달한다. 이때 심장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장을 분당 180회 수준으로 박동하게 만든 뒤, 풍선을 이용해 원래의 대동맥 판막을 밀어서 확장시킨다. 다시 적절한 위치를 잡고, 스텐트 금속 그물을 이용해 인공 판막을 펼친다. 환자의 원래 판막은 대동맥 벽에 바짝 붙고, 그 안쪽으로 인공 판막이 자리하게 된다. 이후 기구를 빼고 피부만 살짝 지혈하면 시술이 끝난다.
심장을 열어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과 경피적 시술은 딱딱해진 판막을 제거하는가, 안하고 남겨두는가 차이다. 환자가 80대 이상으로 매우 고령이거나, 70대인데 기저질환이 많아 개심술이 위험한 경우, 주로 경피적 치환술로 시술을 한다. 판막 모양이나 석회화 정도 등을 보고, 흉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등 심장 다학제 의료진들이 함께 결정한다. 만약 인공 판막을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면 경피적 치환술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조직 판막이 찢김, 혈전, 석회화, 감염에 의한 기능 상실 등으로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시술 받은 사람이, 다시 시술한다고 가정해보자. 대동맥 벽 안쪽으로 제거하지 않았던 원래 판막이 들러붙어 있는 상태에서, 1차 시술했던 인공 판막을 그 안쪽으로 밀고, 2차 인공 판막을 펼쳐야 한다. 피가 지나갈 내부 공간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합병증과 장기적 치료 효과, 생존율, 기대 여명, 재시술 위험성 등을 고려해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판막 질환도 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개심술은 10cm 정도 흉터가 남는다. 최근에는 부분 절개로 흉터를 최소화하고, 무봉합 판막을 이용한 치환 수술로 빠른 회복을 돕는다.
최근에는 운동과 식습관 관리를 잘하셔서, 고령에도 건강한 분들이 많다. 80대도 개심술을 받고, 드물지만 90대도 받을 수 있다. 건강상태를 살펴 결정한다. 심장을 열어 문제가 생긴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조직으로 바꾸는 판막 치환술은 치료 효과가 더 크다. 고령이라고 무조건 못 받을 수술은 아니다. 인공 판막을 넣은 뒤에는 치아 관리를 더 철저히 하는 게 좋다. 잇몸 염증의 균이 심장으로도 들어가, 인공 판막이 조기에 망가질 수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에서는 수술 후 혈압 및 감염 관리 등을 교육한다.
에크모(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체외막 산소화 공급장치)
에크모는 심장이나 폐가 기능하지 못해 생명의 불씨가 꺼져갈 때 되살릴 기회를 주는 보조 장치다.
갑작스레 심정지를 당하더라도 거의 정상에 가깝게 혈액순환을 유지시켜 뇌와 장기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흉부외과에서는 약물 투여나 인공호흡기 등으로는 효과가 없을 때 사용한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으로 호흡 곤란이나 중증 심부전, 심인성 쇼크 등이 발생한 중증 환자 치료에도 활용했다.
상당량의 혈액을 몸 밖으로 뽑아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 뒤 다시 몸으로 넣어준다.
장점이 크지만 출혈과 감염 같은 합병증의 위험도 있다.
환자를 살리려면 많은 의료진이 24시간 내내 관찰하고 치료해야 한다. 전국에 약 400대가 공급돼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는 9대가 있으며, 급성 심폐부전 환자를 위해 24시간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 EDITOR: 이주연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