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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난이도 높아진 첨단 치료법,
환자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

최소침습 수술 장면

흉부외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최소침습 수술 장면.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호 교수는 최신 기술로 정교하게 수술하는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로봇이나 흉강경으로 최소침습 수술을 하면 환자의 통증이 줄고, 회복이 확실히 빠르다.
의사가 2~3시간 더 고생하더라도 환자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를 만나 흉부외과의 최신 수술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정재호 교수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날에도 아침 8시부터 5시간 넘게 한 환자에게 공을 들이고 있었다. 폐암 전이가 의심되는 직장암 환자였다. 폐와 늑막에 유착이 심각해 들러붙은 조직을 하나하나 다 떼어내고 나서야 깊은 위치의 종양을 떼어낼 수 있었다.

정 교수는 흉부외과에서 심장 이외의 다양한 부분의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호흡에서 가장 중요한 폐, 폐와 흉곽을 둘러싼 늑막, 음식이 지나는 식도, 폐와 폐 사이에 위치한 종격동 등으로 치료 스펙트럼이 넓다. 질환으로는 폐와 식도에 생긴 치명적인 암, 청소년기에 자주 발생하는 기흉, 종격동에 생긴 종양 등을 치료한다.

수술법 어려워진 단일공 흉부 수술

그가 하는 최소 침습 수술은 절개 부위를 최소로 줄인 수술법이다. 과거에는 흉부를 크게 열어 의사가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며 수술했다. 최근에는 닫힌 방 속의 물건을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보듯 몸에 작은 구멍만 몇개 내고 로봇 팔이나 비디오 흉강경을 넣어 수술한다. 의료 기구의 직경이 2㎜ 수준까지 얇아졌고, 영상은 직접 눈을 가까이 대고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한 고화질로 제공되고 있다. 정밀하고 정교한 최소 침습 수술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정재호 교수(1)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호 교수가 최소침습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최소 침습 수술 중에서도 절개 구멍을 하나만 내고 하는 ‘단일공 흉부 수술’도 하고 있다. 구멍을 2~5개 내는 일반적인 최소침습 수술보다 훨씬 더 어려운 기술이다. 간단한 폐쐐기절제술부터 복잡한 폐엽절제술까지 중에서 적절한 경우, 6㎝ 미만 크기의 절개 구멍만 내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구멍 수를 줄일 때마다 의료진이 기구를 쓰는 자세가 불편해진다. 절개 구멍이 4개일 때는 1개는 흉강경을 넣어 안을 보고, 2개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기구를 넣고, 1개는 보조 의사가 반대편에서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줄이고 줄여서 절개 구멍이 1개이면 어떨까. 오케스트라를 협연하는 연주자들처럼, 다음 동작은 뭘 해야 하는지, 어디를 당겨야 할지 등의 움직임을 엉킴 없이 능숙하게 해내야 한다. 수술실에 들어오는 모든 의료진은 치료 계획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협력해야 한다. 환자 몸 주변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위, 아래, 옆 위치를 잡고 기구 각도를 맞춘다.

정 교수는 "손가락, 손목, 허리, 목을 하도 꺾어서 파스를 자주 붙일 정도로, 관절 곳곳이 굉장히 아프다"고 말했다. 환자가 통증 없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의사가 자신의 몸을 희생한 결과다.

왜 이렇게까지 노력할까. 흉부외과 의사는 안 그래도 매일 엄청난 업무량과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는데, 좀 더 편한 방법을 선택하면 안될까.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저한테 치료 받은 환자가 주변에서 누가 아플 때 ‘흉부 수술은 그 의사에게 가는 것이 최선이야. 고려대 안암병원에 가면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라고 소개할 만큼 환자에게 확실한 만족을 주고 싶다. 그래서 항상 최소 침습 수술을 연구하고, 고집하고 있다."

정 교수는 수술 전 계획을 철저히 짠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수치를 정확히 계산해 그대로 성공하려고 노력한다. 완벽한 수술을 향한 열정과 환자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과 끈기로 실력을 입증하는 모습이었다.

의료진 피로도는 낮추고 집중도는 올리는 로봇수술

정 교수는 최소침습 수술 중에서도 흉강경에 안주하지 않고, 로봇수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수술 시야가 넓고 선명한 것이다. 정 교수는 "너무 잘 보이다 보니, 다른 수술법으로는 그냥 지나쳤을 작디작은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다 치료하게 된다"고 말했다. 흉강경 수술을 할 때는 의사가 기구를 쥔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촉감을 안정적으로 느끼며 진행한다. 그런데 로봇수술에서 촉감은 전해지지 않지만, 눈으로 느껴지는 시각적인 피드백이 탁월해 외과 의사의 수술 피로도를 줄여준다. 그 대신 집도의는 그만큼 오랜 시간 집중해서 보다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로봇을 조종하는 콘솔 앞에 앉아 4~5시간 동안 수술해도, 의사가 움직이는 동선은 작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몸이 힘들지 않다"며 "섬세한 그림을 정교하게 그리듯 깊이 빠져들어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재호 교수(2)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정재호 교수.

로봇 팔은 수술 중 의사의 손 떨림도 교정해준다. 로봇 팔의 관절은 자유자재로 꺾을 수 있다. 복잡한 소매 폐엽 절제술 등은 로봇을 활용해 수술하는 것이 더 낫다. 정 교수는 "외국에선 흉강경 수술이 힘들어 개흉술로 진행하는 반면 손기술이 좋은 우리나라 의사들은 로봇수술이 유일한 최소침습 방법인 경우에도 어떻게든 흉강경으로 수술을 해낸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의 단점은 장비가 워낙 고가이니 수술비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로봇 수술이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더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 정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로봇수술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흉부외과 전공의가 없으면, 집도의 혼자 수술해야 하는데 로봇으로는 단독 수술(solo surgery)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학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로봇수술을 익혀왔다. 연구 목적으로 가면 로봇수술을 구경만 하게 될 것 같아, 아예 미국 암센터의 전문의로서 1년간 진짜 근무를 하고 돌아왔다. 어떤 경우에 로봇수술을 하는 게 더 좋은지, 어떻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술할지 등을 실제로 경험하고 온 것이다.

"로봇수술은 확실히 장점이 있다. 진짜 좋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렵다." 왜일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일반 수술보다 2~3배 더 많다.

로봇 수술이 더 좋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억울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수술법을 설명하다 보면, 장사하는 기분이 들어 괴롭다. 흉부외과를 돈 바라고 오는 의사는 없다. 대부분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살려낸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환자가 물으면 그는 "제 가족이었으면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솔직한 판단을 전한다. 환자를 위해 더 좋은 방법을 찾는 의사를 좌절하게 만드는 일은 또 있다. 수술 수가 삭감이다. 정 교수는 "예컨대 오늘 수술도 유착이 없었으면 1~2시간이면 할 수술을 최소 침습적 흉강경으로 안전하게 하느라 5시간 넘게 걸렸다"며 "그런데 수술비용을 청구하면 다 삭감되어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있는 힘을 다해 겨우 환자를 살렸지만 이렇게 몇 시간씩 수술할 리가 없다며 비용이 깎이는 경우다.

흉부외과 의사는 삶의 질을 포기하고 산다. 주말에도, 새벽에도 응급 전화가 오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수술한다. 2~3일간 눈 한번 안 붙이고 당직을 서는 날이 숱하다.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되는 치료

"만약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응급 전화를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된다. 앞으로 20년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때도 있다."

그나마 환자들이 회복돼 "고맙다"고 인사할 때, 그 말 한마디로 힘을 낸다고 한다. 정 교수는 "죽을 때 돌이켜도 의미 있는 삶이었길 바란다"며 "저를 찾아와 몸을 맡기고 누워있는 환자에게, 후회 없는 최선의 치료를 해드리는 게 의사로서 예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EDITOR: 이주연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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