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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심장질환 치료법,
심장이식 수술 골든 타임은 4시간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심장인형

흉부외과는 가슴에서 발생하는 질병과 외상을 다룬다. 폐와 심장, 대동맥, 대동맥과 연결된 여러 혈관과 다리 정맥에 문제가 생겨도 흉부외과를 찾는다.
흉부외과 치료 중에서도 심장 이식 수술은 심장질환 말기 환자들이 받는다.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손호성 교수를 만나 생명의 불씨를 살려내는 심장이식 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손호성 교수는 '체외 휴대형 인공심장 장치' 등을 개발해 2013년 한국공학한림원에서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에 꼽힌 바 있다. 또한 심장 분야의 연구와 임상 업적을 인정받아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2014년부터 한국인공장기센터 소장도 맡고 있다.

손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가 웬만한 수술을 할 수 있으려면 16년은 수련해야 한다"며 심장 이식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심장 이식술을 받는 환자는 약물이나 다른 수술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 심장 질환자들이다. 손 교수는 "심부전으로 진단되면 환자의 여생을 1~2년으로 본다"며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는 심장 이식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부전이 생기면 온몸에 혈액 공급이 안돼 호흡곤란, 부종, 부정맥 등이 생긴다. 말기 심부전으로 혈액을 온몸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에 심장 이식을 결정한다. 이 같은 심부전과 심근병증 외에도 관상동맥 질환, 심장 판막 질환, 선천성 심장 질환, 부정맥 등으로 진단된 환자들도 심장 이식술로 치료된다.

국내 심장 이식 연간 200여건, 75%가 5년 생존

손호성 교수(1)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손호성 교수가 심장 이식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장 이식술을 받으면 75%의 환자가 5년 이상 살 수 있다. 절반의 환자는 10년 이상도 생존한다. 손 교수는 "병원은 항상 수술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문제는 기증자가 대기자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심장 이식은 1992년 시작돼 연간 20여건씩 시행됐다. 이후 2000년 뇌사자 장기 이식이 허용되고, 심장 공여자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연간 100여건 수준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좀 더 증가해 매년 200여명 정도가 심장 이식을 받는다.

심장이식수술은 먼저 신청했다고 먼저 받는 것도 아니다. 뇌사 상태로 사망한 심장 기증자가 나오면, 적합한 수혜자를 찾는다. 인공 심장, 인공 호흡기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화 공급장치)와 같은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등 응급도가 높을수록 우선 순위다.

심장이식 대기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그동안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해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심한 폐동맥 고혈압, 신장이나 간 기능 장애, 전신 염증 등이 없어야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있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자는 심장이식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이 제한은 없으나 국립장기이식센터에서 응급도를 계산할 때 70세 이상은 가산점을 주지 않기 때문에 젊은 환자에 비해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적합한 심장을 찾아 이식 받을 때까지 인공 심장 기계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기능이 떨어진 심장을 대신해 혈액을 신체 곳곳에 공급한다. 공학과 의학이 만나 인공 장기와 장비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인공심장과 심장 보조 장치가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종류가 다양하다. 기계를 몸 밖에 두는 체외형도 있고, 몸 안에 넣는 이식형도 있다. 원래 심장을 그대로 두고 보조 장치를 착용하거나, 아예 심장을 제거하고 기계를 넣기도 한다.

손호성 교수는 "대개 수축 기능이 저하된 심장의 심실을 보조해주는 '바드(VAD)'를 쓴다"며 "예전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 환자에게 에크모를 1~2주간 달아주는데 그쳤지만 최근엔 우리 경제 수준도 좋아지고 장치 비용도 7000만~8000만원 수준으로 내렸다"고 말했다. 여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말기 심부전 환자도 인공 심장을 달고 10년 이상도 살 수 있다.

기증자 있으면 4시간 안에 이식

뇌사 기증자가 나오면 수혜자가 결정된다. 심장은 A병원, 폐는 B병원, 간은 C병원 등으로 연락해 각 병원 의사들이 기증 장기를 받으러 온다. 심장을 적출해서 이식하기까지 4시간을 넘겨선 안 되기 때문에 기증자와 수혜자 양쪽 병원 수술실 모두 비상이 걸린다.

손 교수는 "공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식 대기자가 있는 병원은 항상 준비 되어있다"고 말했다. 뇌사 판정이 예상되는 시점부터 모든 진료팀이 대기하고, 판정되어 적출이 완료되면 수혜자 병원에서는 심장이 도착하기 전까지 모든 수술 준비를 마친다. 손 교수는 "지금 연락이 와도 4시간 안에 수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 적출이 끝나면 멸균 생리식염수와 얼음으로 심장 온도를 4℃ 이하로 낮춘 상태에서 이송을 시작한다. 새 생명이 될 심장을 든 수혜자 병원의 의사들이 마구 달린다. 그러나 교통 체증이라도 걸리면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우리나라는 헬기 띄우는 절차가 복잡해 구급차로 이송하는데, 시급을 다투는 일이기 때문에 과속을 할 수 밖에 없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사고가 날까봐 조마조마하다."

심장수술 일러스트

수술 전 공여자·수혜자 병원은 초비상

심장 이식술은 병든 심장을 제거한 뒤 뇌사로 장기를 기증한 사람의 건강한 심장으로 바꾸는 수술이다.

심장을 기다리는 동안, 수혜자 병원에선 이식 받을 환자의 원래 심장을 떼어낸다. 흉골을 절개하고 심장을 노출시켜 인공심폐기를 이용하여 심폐우회로를 설치한다.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하게 한 상태에서 심장을 정지시킨다.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 체온도 28~32℃로 낮춘 상태에서 진행한다.

이 준비 과정의 끝은 기증자의 심장이 도착하는 시간과 일치해야 한다. 과거 심장 수술을 받았던 경우에는 심장 주변 조직을 떼어내느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심장이 도착하면 좌심방, 하대정맥, 폐동맥, 대동맥, 상대정맥 순서로 봉합한다.

"혈관 크기도 기증자와 수혜자가 다를 수 있는데, 숙련된 흉부외과 전문의가 요령껏 재단해서 꿰맨다. 다 붙이면 기증자의 심장이 수혜자 몸에서 다시 뛰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반드시 4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손호성 교수(2)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손호성 교수.

이식 후 면역 억제제 복용하고 생활습관 개선

수술 후에는 출혈이 없는지 살피고, 감염에 주의한다. 인공 심폐기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1주간 치료를 하고, 1~2일 뒤에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다. 이후로 3주간 일반 병동에 입원해 이식 거부 반응을 검사하고, 재활 치료를 받는다. 퇴원 후에도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이식 수술 이후 3~6개월 뒤에는 정상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다.

심장 이식도 다른 장기 이식과 마찬가지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나 혈압 저하 등 여러 생체 징후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수혜자는 장기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한다.

손 교수는 "다른 사람 장기를 이식한데 대한 면역 거부 반응이 없도록 약으로 면역반응을 낮추다 보니,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며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로 문제가 없도록 모든 음식은 깨끗하게 익혀먹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간 면역 억제로 악성 종양이 생기거나, 신장 기능 부전증, 관상동맥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 후 산책 정도의 가벼운 신체활동은 회복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심장을 위해 짜게 먹지 말고, 고지방식이나 당류 과다 섭취를 피한다. 면역 억제 치료를 받는 상태이니 익히지 않은 회나 굴, 상하기 쉬운 우유나 요구르트 등도 조심한다. 손 교수는 "원래 심장 질환이 있으면 음주나 흡연은 삼가고, 힘든 운동보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더 좋다"고 말했다.

심장 이식술 가능한 병원 드물어

심장 이식은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최종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술법이다. 손 교수는 "요즘 심장 이식 대기 시간이 많이 길어졌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장기 기증 문화가 활성화되면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로 심장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손 교수는 "환자 증가에 비해 심장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최소 3~4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흉부외과 협업은 물론, 심장내과 등 다른 진료과와 협조도 긴밀해야 한다. 심장 이식술은 숙련된 의료진들과, 시설과 장비 등 전체적인 의료 시스템을 잘 갖춘 병원에서만 할 수 있다.

심장 등 장기 기증을 원한다면

혹시 모를 미래에 뇌사나 심장사가 발생한다면 장기 또는 인체 조직을 기증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미리 해두면 절차가 간소해진다. 기증을 희망하면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신청할 수 있다. 또는 이 기관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도 가능하다. 등록이 완료되면 주소지로 기증희망등록증과 스티커가 배송된다. 신분증과 함께 가지고 다니다가, 실제 기증 상황이 되었을 때는 가족 중 선순위자 1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증자에게는 경제적 대가가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예우 차원에서 장제비와 진료비 등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또한 유가족에 대한 기증 후 가족 관리 상담 등도 제공된다.

  • EDITOR: 이주연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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