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메뉴 바로가기본문 내용 바로가기

심각한 청소년 자해 행위,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

우울증 있는 노인의 뒷모습

청소년 자해 행동은 일종의 도와달라는 사인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청소년 10명 가운데 1명은 자해 행동을 해본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청소년 자해는 심각한 실정이다. 의료계가 팔을 걷고 나섰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종하 교수를 만나 자해 충동의 원인과 막을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청소년들이 자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인 생각들, 정서적인 어려움을 경험했을 때 그 고통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자해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스스로에게 처벌을 내림으로써 부정적인 일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적 판타지'도 있다. 또 아이들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행동 중 하나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변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 혹은 방임, 학대,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이 자해를 통해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그런 경험들이 반복되고 학습됐을 때, 자해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 이외에도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속죄의 행위로 자해를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모나 선생님 등 다른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자해 행동과 자살 시도는 어떤 관계가 있나.

예전에는 자해 행동을 자살 시도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지금은 자살 시도와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을 구분하고 있다.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을 '비 자살적 자해'라고 한다. 이는 정식 진단은 아니지만,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의 진단체계(DSM-5)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진단적 상태로 제시됐으며, 임상적 현장에서 보다 심층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다. 외래에서 만나는 자해하는 청소년들에게서 자살 의도는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정말 죽고 싶지 않은데 견디기 힘들 때, 자해를 하면 일시적으로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다는 것이다. 죽고 싶은 의도는 없는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혹은 괴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는 걸 스스로 멈추지 못할 때, 자해 행동을 한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감정의 해소를 경험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자해는 증상만으로 완전히 자살 시도와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자해는 자살 시도보다 덜 치명적이지만, 반복되는 경향성이 있다. 자해를 가벼운 문제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해를 반복할수록 그 방법이 심각해지고, 자살 행동의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특히 11세 이전부터 자해를 반복하였던 아이들의 경우, 심각한 자해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높은 자해 빈도를 보인다. 이는 자살 시도 위험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이라고 해서 절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고, 어떤 경우든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자해 행동을 하는 청소년을 어떻게 치료하는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면담, 심리검사 등을 통하여 청소년의 정서상태, 행동문제를 평가하고, 약물치료, 상담치료, 행동치료 등 증상에 맞춰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진료실에서 치료자는 아이와 부모 모두를 면담하고 청소년의 정서 상태를 평가한다. 부모 면담과 청소년 면담은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부모는 청소년의 행동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자세하게 보고하는 경향이 있으나, 반면에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많이 토로한다. 특히 청소년-부모 간 대화가 부족한 경우에는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학교에서의 기능 평가가 필요할 경우에는 청소년, 부모의 동의를 받아 학교 선생님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동반되었을 경우, 증상에 따른 적절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등을 시행한다. 필요한 경우, 보호자 교육도 같이 진행한다.

이종하 교수(1)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종하 교수가 청소년 자해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왜곡된 인식 바꾸는 면담 치료

약물치료로는 주로 항우울제, 항불안제가 이용되며,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항우울제만으로 치료 효과가 부족할 경우에는, 자해 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리튬이나 데파코트와 같은 약물이나 비정형 향정신성 약물을 같이 사용한다.

상담치료 시 치료자는 부모 면담과 청소년 면담을 따로 진행한다. 초기 면담 시 비밀 유지에 대한 안내, 즉 생명의 위험이나 법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사정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하고, 비밀 유지가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만 보호자에게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을 청소년, 보호자에게 안내한다. 비밀 유지로 청소년들이 치료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면담치료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왜곡된 인식의 변화와 부정적인 심리 상태의 감소를 도모하고, 감정의 해소를 돕는다. 자살 시도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부모 면담 시 보호자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필요 시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자해 행동을 하는 청소년을 대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청소년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살 의도를 물어보는 것은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행동이 아니며, 청소년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자살 또는 자해 행동에 관하여 이야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질문을 통해 어떤 의도로 자해를 한 것인지 혹은 자살 시도를 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어른들의 강압적 태도는 위험

약을 먹는 청소년
청소년 자해 행동의 심각도에 따라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임상 현장에서, 어른들이 많이 하는 잘못된 행동 중 하나가 아이를 혼내는 행동이다. 내 아이가, 혹은 내 학생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마음이 급하고, 답답해서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낼 수 있지만, 이러한 행동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반발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자해하는 청소년 중 많은 수가 자신이 하는 자해 행동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힘들고 그런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 자해 행동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해 행동은 일종의 도와달라는 사인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다가와서 같이 공감해 주고,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나 교사가 혼내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을 때 아이의 마음의 문은 더 굳게 닫힐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가 말하기를 기대하고 '너 이리 와봐', '앉아서 얘기 좀 해봐'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관심을 갖고 기다리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태도가 꾸준하게 지속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대화를 하기 힘든 순간에 말을 꺼내는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바쁘고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이 먼저 걸어온 말과 신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해 충동을 조절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나.

불안 증상이나 우울감이 심한 청소년들이 증상과 관련되어 자해 행동이 반복될 경우,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시행되고 외래에서 상담치료가 같이 진행된다. 상담치료 시에는 청소년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고 조절함으로써 충동적인 행동을 줄일 수 있도록 도모하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약물치료, 면담치료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효과는 있지만 증상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평소 명상이나 호흡법, 이완 훈련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해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 치료자는 청소년들과 자해 충동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같이 논의하기도 한다. 자해 행동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안전한 방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자해 충동이 일어날 때 정해진 행동을 하는 것을 계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향수를 좋아하는 청소년이라면, 불안감이나 자해 충동이 들었을 때 향수를 이용하여 감정 조절을 시도하기도 하며, 운동을 좋아하는 청소년에게 달리기 등 몸을 쓰는 행동을 약속하기도 한다. 분노 등의 감정이 느껴질 때 찬물로 세수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충동 극복 경험 통해 감정 조절 늘려간다

이종하 교수(2)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종하 교수.

불가피하게 자해 행동을 하게 될 때라도 신체적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일례로, 자해 행동 중에 벽을 치는 아이들의 경우, 그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적어도 다치지 않도록 베개를 놓고 치라는 등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일단, 지금의 부정적인 감정,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하고, 상황을 해결하는 연습을 반복한다. 자해 충동을 이겨낸 경험이 누적될 수 있도록 돕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늘려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른들이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해 행동을 허용해서는 안 되지만, 열 번 자해하던 청소년이 다섯 번으로 줄였을 때, '아직도 그 버릇 못 고쳤냐'고 구박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노력과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아이와 부모, 주변 어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청소년과 부모 모두에게 기다림을 강조하고 싶다. 자해 행동이 감소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며, 본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의 관심과 도움도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들도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학교나 병원 외의 지역사회 정신건강 유관기관,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처럼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청소년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들이 많고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라도 도움을 요청했으면 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른들이 잘못하면 아이의 마음을 관찰하기보다는 행동의 변화에만 신경을 쓰게 될 위험성이 있다. 아이가 정서적인 회복을 하기까지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자해 행동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관심을 끊어서도 안 된다. 아이들은 내가 아플 때만 나를 쳐다본다는 식으로 오인할 수 있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