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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비범한 기법으로
인류의 문제 표현한 예술

올해 9월, 세계적인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되면서 한국 미술계의 위상이 높아졌다.
세계적인 미술 '잔치'는 끝났지만 미술계에는 여전히 굵직한 전시가 이어지며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 중에서 주목도가 높은 한국 아티스트 두 팀의 전시를 소개한다. 이들의 전시는 오늘날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지 묵직한 문제를 표현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관람하며 이야기 소재로 삼아 볼 만하다.

기계라는 생명을 만나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 - 작은 방주

작품. 하나
기계 장치와 방호복 천 등을 이용해 만든 '하나'.
팬데믹 시대 애도하는 마음을 담았다.

'살아 숨 쉰다'는 말은 생명체에 어울리는 표현이지만 이 표현이 어울리는 기계도 있다. 바로 최우람 작가의 기계생명체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살아 숨 쉬는 듯한 기계생명체(Anima-machine)를 제작해 왔다.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 움직임에 있으며,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기계 문명 속에 인간 사회의 욕망이 집약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 키네틱(Kinetic) 작업을 이어온 것. 그는 기계를 통해 인간의 실존과 공생의 의미를 묻는다.

작은 방주 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작품. 원탁
18개의 지푸라기 몸체가 테이블 위 머리를 들어올리는 작품 '원탁'.

최우람 작가의 정교한 기계 설치 작품뿐만 아니라 영상과 드로잉 등 총 53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방향 상실의 시대라는 격랑을 헤쳐 나가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작은 방주'에 비유한다. 특히 기존 작가가 사용해온 최첨단 기술의 융합인 기계 부품 위에 폐종이박스, 지푸라기, 방호복 천, 폐자동차 부품 등 일상의 흔한 소재를 결합해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는 작품 '원탁'은 4.5미터 지름의 원탁을 18개의 지푸라기 몸체가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몸체가 일어섰다가 앉으면 원탁 위의 둥근 머리가 위태로이 움직인다. 마치 머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듯한 이 광경을 천장에 설치된 작품 '검은 새'가 지켜보고 있으며, 수직적 긴장 관계가 고조된다. 꽃이 피어나는 순간을 기계와 방호복 천으로 재현한 '하나', '빨강'에서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작은 방주'는 세로 12미터에 달하는 대형 설치 작품으로, 검은 철제 프레임 좌우에 흰색 폐종이로 꾸민 35쌍의 노를 장착한 큰 배의 형상이다. 기계가 작동되면 서서히 노가 올라가면서 일종의 군무가 시작된다. 흑백의 물결이 앰비언트 사운드(Ambient sound)와 결합하며 이루는 장엄한 풍경은 인간의 모순된 욕망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 작은 방주
'작은 방주'의 측면. 흰색 폐종이로 꾸민 35쌍의 노가 거대한 군무를 연출한다.
작품. 천사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 '천사'.

이번 전시는 다양한 협력자들의 합주로 함께 완성되었으며, 이는 방향 상실의 시대에서 실존과 공존을 모색하려는 전시의 의도과도 일치한다.

  •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박스, 5전시실 및 복도
  • 전시 기간 2023년 2월 26일 까지
  • 관람 시간 월·화·목~일요일 (10시~18시) / 수·토요일 (10시~ 21시) / 1월 1일·설날 당일 휴관
  • 관람료 통합권 4000원
  • 문의 mmca.go.kr

미술관에 차려진 기상관측소 문경원 & 전준호 : 서울 웨더 스테이션

작품. 불 피우기(1)
작품 '불 피우기(To Build a Fire)'.
영상, 사운드 등이 결합된 비인간 관점의 관객 몰입형 설치 작업이다.

2009년 공동 작업을 시작한 문경원 & 전준호 듀오는 정치·경제적 모순, 역사적 갈등 같은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급변하는 세상에서 예술의 역할을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들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기후 위기'다. 기후 비상사태와 생태계 붕괴 가속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8개국 예술 기관들이 발족한 월드웨더네트워크(WWN: World Weather Network) 프로젝트 일환으로 전시가 개최되었다.

서울 웨더 스테이션 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서울 웨더 스테이션
전시장 3층에 마련된 '모바일 아고라:서울 웨더 스테이션'.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담론을 이어간다.

전시장은 일종의 기상관측소다. 관람객이 들어서면 탄소 측정 장치를 장착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설치 작품 '불 피우기'로 안내한다. 작품 제목은 1902년에 발표된 잭 런던(Jack London)의 단편소설에서 가져왔다. 잭 런던의 소설이 혹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통해 자연을 대면한 인간의 생존 문제를 다뤘다면, 문경원 & 전준호는 비인간(non-human)의 관점으로 무한한 시간의 궤적을 종횡하며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을 그려낸다. 공룡이 멸종하기 이전의 급격히 변화하는 지구의 기후, 오랜 세월의 풍화로 큰 바위에서 작은 돌멩이가 된 어느 돌의 시점으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전시장 내에서 영상, 사운드,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마치 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이 치듯 암전되거나 번쩍이고 소리가 몰아치는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은 기후의 존재를 몸소 체감하게 된다. 문경원 & 전준호는 이정재, 임수정, 박정민 등의 배우를 캐스팅한 영상작업으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전해온 바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배우 류준열이 생존과 자유를 위해 분투하는 미래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람객의 관심을 끈다.

불 피우기와 보행로봇
'불 피우기'로 안내하는 4족 보행로봇 '스팟'.
탄소 측정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관객 몰입형 설치 작업
작품 '불 피우기(To Build a Fire)'.
영상, 사운드 등이 결합된 비인간 관점의 관객 몰입형 설치 작업이다.

한편 3층 전시장에 둥그렇게 둘러앉은 의자로 구성된 '모바일 아고라'는 담론 생산과 창의적 협업을 위한 참여 플랫폼이다. 전시 동안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을 총 5회에 걸쳐 진행하며 이를 통해 탄소 정책과 기후에 대한 여러 의견과 해석을 들어본다. 또한 3층에는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 이들과 협업한 배우 류준열의 사진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 전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1, 2 전시실
  • 전시 기간 2022년 11월 20일 까지
  • 관람 시간 화·목~일요일 낮 12시~저녁 7시 / 수요일 낮 12시~밤 9시 / 월요일 휴관
  • 관람료 어른 1만 원 / 어린이 및 청소년 7,000원
  • 문의 및 예약 artsonje.org
  • EDITOR: 이수빈
  •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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