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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없이
내 아이의 척추가 휜다?

서승우 교수(1)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교수.

척추측만증은 척추를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옆으로 굽은 상태, 즉 척추가 똑바르지 못하고 한쪽으로 10도 이상 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외형적으로 눈에 띌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척추 변형으로 인해 장기를 압박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특히 사춘기를 맞은 급성장기의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해 심각성을 더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교수를 만나 청소년을 중심으로 척추건강관리에 대해 물어봤다.

11~13세 사이 여학생에게 많이 나타나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S 또는 C자형으로 휘어지는 척추변형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 인구 중 3~5% 정도에서 발생한다. 11~13세 사이에 유독 빈번히 나타나는데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3배 이상 더 많다. 발병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남성보다 여성의 관절이 유연하고 근골격이 약하기 때문에 더 많이 휘어지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서승우 교수는 "척추측만증의 종류는 다양한데 80%가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 다른 말로 원인불명성 척추측만증이다"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20%는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성 척추측만증, 뇌 신경 또는 근육 조절을 하는 신경이 잘못돼 발생하는 신경근육성 척추측만증, 유전 질환 때문에 생기는 증후군성 척추측만증 등이다.

어린이 척추측만증 진단 사진
척추측만증 진단은 척추 전방 굴곡 검사와 X레이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척추측만증은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는 척추 관절의 퇴행성관절염에 의해 요통이 나타날 수 있고, 특히 장기의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측만증은 기원전 5세기 무렵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힌 질병이다. 문제는 그 이후 지금까지 질병에 대해 알려진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은 사춘기 무렵 성장할 때 주로 생기고, 평소의 신체 자세나 질병과는 관계없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건강한 사람이든 영양이 결핍된 사람이든 발생률은 큰 차이가 없으며 여학생의 비율이 높은데 초경 시기에 많이 휜다. 심각한 환자는 30~50도까지 휘기도 하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성장기가 끝나면 더 이상 휘지는 않고 대부분은 그 상태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처음에는 자신도 잘 모르고 지내다가, 차츰 등이 구부러지고 어깨나 골반의 높이가 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는다. 초기에는 통증이나 피로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도 긴가민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척추측만증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상담하고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종 발병 사실을 깨닫게 돼도 외관상 창피함과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회피하곤 하는데,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되는 질병이다."

척추 휜 각도 따라 치료법 달라져

척추측만증의 진단은 흔히 등심대 검사라 불리는 척추전방굴곡 검사와 X레이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척추전방굴곡 검사는 척추를 앞쪽으로 구부리는 검사인데, 이 검사를 통해 등 높이의 차이를 살펴보고, X레이로 척추 사진을 촬영해 최종 진단한다.

척추전방굴곡 검사는 학교에서 건강검사를 할 때 필수 검사 중 하나다. 때문에 의료진들이 검사 과정에서 척추측만증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은 척추측만증 환자 중에는 척추 휜 정도를 기준으로 20도 전후로 휜 환자가 가장 많고, 각도의 크기에 따라 환자 비율이 피라미드 형태를 보인다.

50도 이상의 중증인 경우는 전 인구 기준 1만 명당 1명 정도로 드물다. 환자 표본을 초·중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심각성이 와 닿는데, 서 교수팀이 지난 2017년 전국 21개구 초·중생 7만 2,747명(남학생 3만 7,106명, 여학생 3만 5,642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남학생의 5.85%(2,710명), 여학생의 10.45%(3,724명)가 5도 이상 척추가 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병률이 8%를 넘는 수치로, 초·중생 8명 중 1명이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승우 교수(2)
서 교수는 "사춘기를 맞은 여학생이 척추측만증으로 고생하며 자존감을 잃고 자책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면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내원한 환자는 10~20도 사이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20도를 넘게 되면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보조기 착용 등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보조기는 증상의 진행을 막아주고 더 이상 각도가 휘지 못하게 하는 역할로, 70~80% 정도의 환자에게는 그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나머지 20~30%의 환자는 증상이 보다 진행된 경우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본래 척추측만증의 치료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심한 경우에는 척추 변형을 막고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있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는 환자의 성별과 연령, 증상의 유형, 휜 정도 등을 살펴보고 성장기의 추이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각도가 20도 이하일 때는 적절하게 운동하면서 3~6개월마다 내원해 관찰하도록 하는데, 이 정도까지는 기초적인 치료로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남성 17세, 여성 15세가 되면 대부분 척추의 성장이 끝나며 증상 역시 진행을 멈추게 되는데, 만약 성장이 끝나지 않거나 각도가 30~40도 이상인 경우, 또 허리의 만곡이 있는 경우 증상이 더 진행될 수 있으므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시기가 지나 40~50도 이상이 되거나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되면 수술적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 더 진전된다면 성인이 돼서도 척추가 휠 수 있으므로 성장이 멈춰가는 시기에 맞춰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을 권한다."

8년 전 개발한 최소절개수술 효과·만족도 높아

일반적인 척추측만증 수술은 척추 뼈에 나사못을 고정시키고 지지대로 끌어당겨 척추를 바로 세워주어 더 이상 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수술 부위 전체를 절개하는 방식이어서 목 아래부터 허리 아래까지 약 30~40㎝ 정도의 절개가 필요했다. 그러나 서 교수가 개발한 최소절개수술법은 나사못을 고정하는 위치에 동전 크기의 구멍 2개를 뚫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출혈과 통증이 줄고 회복도 빨라, 수술 후 1주일 정도면 퇴원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명하자면 최소절개수술법, 최소침습수술법이라 부를 수 있다. 8년 전(2015년)에 성인 대상 척추 수술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동전 지름 크기의 튜브를 삽입해 수술을 진행하면서 '척추측만증 수술에도 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척추측만증 수술은 절개 범위가 크고 출혈도 많았다. 처음 시도했을 때는 지금보다 절개부위가 컸는데, 수술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갈수록 절개 크기가 작아져 현재 수준으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서 교수가 8년 전 처음 시작한 이 수술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게 된 환자들이 많다. 장애인 시설에 검진을 나갔다가 만난 한 환자는 장기 압박 상태까지 이른 상태였는데 수술 후 많이 회복해 얼마 전 아기를 출산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감사 메일을 보내왔고, 허리가 'ㄷ'자가 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던 한 중학생 환자는 수술을 하고 지금은 농구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건강하게 지낸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서 교수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사춘기를 맞은 여학생이 척추측만증으로 고생하며 자존감을 잃고 신체적 장애가 있다며 자책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옷을 입어도 자세가 삐딱하니 대인관계도 끊게 되고, 부모 역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의사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척추측만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치료도 기대해볼 수 있다.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너무 늦으므로, 이상하다는 의심이 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서 교수는 꾸준히 운동하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힘쓰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한창 예민할 나이에 공부하기에도 벅차지만, 자신을 위해 치료에 소홀하지 않는다면 분명 원래의 밝은 표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서 교수는 "척추 건강은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보험이라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척추측만증, 오해와 진실

척추측만증 표현 그림
  • 1. 나쁜 자세가 척추측만증의 원인이다?

    자세가 나빠 척추측만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척추측만증 때문에 자세가 나빠지는 것이다.

  • 2. 운동을 하면 척추측만증이 악화된다?

    운동은 척추와 관련된 근육을 발달시키므로, 과한 운동이 아닌 한 적극적으로 권한다.

  • 3. 척추측만증은 임신이 어렵다?

    임신은 척추측만증과 관계가 없으며 출산도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 4. 척추측만증은 유전성과 관계없다?

    부모 중 척추측만증이 있는 경우 10%정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척추측만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 5. 척추측만증 환자는 키가 자라지 않는다?

    성장은 척추만의 문제가 아니며, 휜 상태라도 성장기 뼈는 자란다. 물론 척추가 곧다면 키는 훨씬 더 잘 자란다.

  • EDITOR: 이종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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