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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미래의학 준비한다"

최종일 교수

최 교수는"정보통신기술은 개인의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정밀의료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최종일 교수(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안암병원에서 '미래의료'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교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심장부정맥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연구하는 그는 환자가 일상적으로 질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기술과 도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미래의료의 핵심인 정밀의료를 구현하기 위해 유전체 연구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최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의료경제정책으로 석사학위를 새로 취득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기술이 환자분들에게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하려면 의사가 정책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유전자-이온채널 기초실험실 미국 연수 시기, 동시에 듀크대 의대(Duke-NIH Clinical Research Training Program)에서 임상의학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2022년의 마지막 날 오후, 고려대 의대 의학도서관에서 만난 최 교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학 시대를 준비하려면 기술에 대한 연구와 검증은 물론, 이러한 기술을 우리나라 의료실정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정책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의학의 핵심인 '정밀의료'를 정의한다면.

정밀의료는 미래의학을 얘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키워드다. 하지만 정밀의료의 정확한 정의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정밀의료는 종양내과에서 암환자를 위해 처음 만든 개념이다. 개인이 가진 고유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진료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상당수 질병은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원인과 치료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을 뛰게 하는 힘인 전기적 이온 흐름 통로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이온채널병증'이나, 심장 근육을 구성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심근병증'을 보자. 이런 질병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잡아낼 수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병을 일으키는 원인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부정맥의 원인인 긴QT증후군은 개인에 따라 촉발 요인이 다르다.

수영 등 수중활동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자명종 소리나 모유 수유가 돌연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심방세동 또한 기저에 특별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치료법이나 생활요법이 달라질 수 있다. 각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병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정밀의료의 기본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정밀의료의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안다. 유전자 정보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데.

그렇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료는 고전적인 의미의 정밀의료라 할 수 있다. 현재 정밀의료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상현장에서 수집한 모든 정보,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획득한 각종 데이터가 모두 정밀의료의 구성 성분이 된다.

특히 진료실 밖 생활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한 심전도 측정이다. 심부전의 주요 증상은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빈맥'이나 반대로 느리게 뛰는 '서맥'인데, 이런 현상이 언제 발생할지 알기 어렵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한데 이때 웨어러블 기기가 큰 역할을 한다. 현재 사용되는 패치(patch) 형태의 심전도 측정기기는 최장 2주까지 실시간 측정이 가능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홀터 기기의 최대 사용시간은 48시간이었다. AI 기반 ICT 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면서 증상이 있을 당시의 심전도 기록이 가능해져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또 다른 장점은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의료진이 환자가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에서 전송되는 심전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진료실 밖에서도 안전한 환자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2020년 규제샌드박스 하에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 기기 실증사업을 진행하던 당시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환자가 있었다. 아직 정확한 부정맥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였는데, 그의 몸에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확인한 정보로 이틀만에 심실빈맥으로 진단돼 바로 시술을 받고 완치됐다. 병원에 직접 내원하여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반적인 진료 환경이었다면 진단이 훨씬 늦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반 정보통신기술은 개인의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정밀의료의 구현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의료 현장에서 첨단기기를 활용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 최근 주목하는 기기는.

부정맥 환자에게 부착해 심장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초소형 무선인공심장박동기를 꼽을 수 있겠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초소형 무선인공심장박동기는 미국 메드트로닉사의 '마이크라VR' 모델이다. 길이 25mm, 지름 6.7mm, 무게 1.75g에 불과한, 그야말로 '초소형' 기기다. 기존 인공심장박동기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50mm, 두께 8mm였다. 그 절반도 되지 않는 크기다.

마이크라VR은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과 같이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접근한다. 기존 기기는 가슴 피부에 이식해 외관상 흉터가 보였는데, 마이크라VR은 겉으로 흉터가 드러나지 않는다. 또 심장과 혈관 내 전극선으로 인한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첨단기기의 발전은 곧 환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최신 의료 기술등의 현장으로의 적용까지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들어, 한국에 최근에야 도입된 초소형 무선인공심장박동기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관련 논문이 이미 2010년대 중반에 발표되었으나 실제 대한민국 임상에의 도입은 외국보다 적어도 5년은 늦은 것이다.

최근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의료경제정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래의료와 관련해 무엇을 배웠나.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대한부정맥학회 총무이사 등의 학회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하고있는 진료에 대한 의학적 평가뿐아니라 사회경제성 평가등을 통해 보다 나은 정책 반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이 있던 차에, 대학병원 의사로서 진료, 연구 및 교육 등의 활동들이 환자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능성 있는 첨단기기 및 의료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선 연구를 통한 의학적 근거 이외에도 경제성 분석을 통해서도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는 것도 영국행의 계기 중 하나였다. 실제 환자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의학적 의견과 더불어 경제정책적인 근거도 정부나 학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나라 의료현장을 더 발전시킬 첨단 의학을 국민보건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적용시키려면 이러한 부분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국 LSE에서의 학업을 통해 얻은 지식과 통찰력은 앞으로 효율(efficiency)과 형평(equity)이라는 의료정책 결정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측면에 대해 최적의 해결책을 도출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 EDITOR: 박정연
  • PHOTO: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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