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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으로 시작해 척추 굳는 강직성 척추염
10~20대 남성 환자 압도적

안가영 교수(1)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안가영 교수.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척추 마디가 굳어지는 류마티스 질환이다. 이르면 10대에서도 나타난다. 단순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착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다른 진료과를 찾으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질환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 치료시기를 놓치면 척추 변형이 진행될 수 있고, 눈·폐·심장·장 등에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어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안가영 교수에게 강직성 척추염의 진단과 치료, 증상의 특이점에 대해 물었다.

강직성 척추염은 천장관절과 척추에 염증이 생겨 척추의 마디가 점차 굳어지는 만성 염증성 관절염을 일컫는다. 주로 젊은 남성에게 잘 나타나고 엉덩이와 허리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일부는 가벼운 요통 정도에 그치기도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허리부터 등, 가슴, 목까지 굳어질 수 있다. 나중에는 척추와 관절의 변형이 진행돼 장애로 고생할 수 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4만 8,294명에 달하는데, 이건 10년 전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3~5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고, 주로 10~20대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일생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에 질병이 시작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진단과 치료는 물론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직성 척추염 표현 사진
강직성 척추염을 방치하면 눈이나 장기에 합병증이 생기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이라 말할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인가.

허리 통증이 가장 흔한데, 다른 질병과는 달리 쉬다 보면 더 아파 오고 움직이면 편해지는 특징이 있다. 또 허리 아래인 엉치 부위에서 통증과 강직감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자고 일어난 후 아침에 통증이 심해진다. 허리 통증 때문에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하는데, 보통 디스크는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나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강직성 척추염은 휴식보다는 일어나서 활동을 해야 통증이 사라지곤 한다. 부모나 보호자 입장에서 자녀가 허리 통증으로 학교 가기 싫다거나 회사 출근이 힘들다고 말하면 으레 꾀병 또는 응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계속 통증을 호소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이 질병의 특징일 수 있는데, 병원에 늦게 오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소염진통제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는 점이다. 소염진통제는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인데다 복용 후에는 증상이 호전되니까 병원에 오지 않는 것이다. 무서운 것은 증상이 조절되는 것 같지만 뼈의 진행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눈이나 장기에 합병증이 생기는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는 몸의 신호를 허투루 생각하지 말고 병원을 찾기를 권한다.

강직성 척추염, 단순 허리 통증 오인 많아

강직성 척추염의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관절뿐 아니라 눈과 장기, 피부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병력을 듣고 신체 전반에 걸쳐 증상을 확인한다. 진단은 X레이를 비롯해 MRI 촬영, CT 촬영, 검사는 유전자·혈액 검사 등이 있다. X레이 촬영의 경우 비용이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기에는 질환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고 환자가 성장기 청소년이라면 뼈의 변화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과 중복될 경우 진단하기 어려우므로 이때는 MRI·CT 촬영이 더 나은 선택이다. 한편 강직성 척추염은 특성상 활성 염증, 만성 염증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유전자검사(HLA-B27)와 혈액검사(ESR, CRP)를 시행해 앞서의 영상 촬영 데이터와 함께 분석해 진단하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가면 질환'이라 불릴 정도로 정확한 진단이 힘들다던데.

그렇다. 강직성 척추염은 발병 원인이나 병태적, 생리적으로 물음표가 그려진 부분이 많다. 전문가들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기계적인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밝혀진 사실인데, 다치거나 당기는 힘을 계속 받는 경우 질환이 생길 수가 있다. 그래서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게 필수적이다. 강직성 척추염의 유병률은 좁게는 전 국민의 0.5~1% 내외라고는 하나 좀 더 흔하리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듯하다. 단순한 허리 통증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10~40대 나이는 정말 많은 일을 하는 시기이고, 인생을 걸쳐 삶의 질에 영향이 크므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진단 이후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치료는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보통 약물 치료는 소염진통제가 가장 대표적인데,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없는지 잘 살펴보면서 환자한테 맞는 약재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절반은 소염진통제로도 어느 정도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반면 소염진통제로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항 류마티스 약재를 쓰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안 되면 생물학적 제재라고 불리는 항 류마티스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운동 치료는 강직성 척추염을 치료하는 데에 반드시 시행되는 것으로, 관절과 허리의 기능 유지뿐 아니라 통증을 낮추고 염증을 조절하는 데도 효과가 크다. 환자 중에는 약물 치료를 하지 않는 대신 운동 치료로 관리를 잘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가만히 있을 때 아픈 질병이기 때문에 꾸준히 움직여주는 것이 좋고, 아래에서 위로 무거운 걸 들어올리는 운동보다는 매달리는 운동이 낫다. 개인적으로는 허리의 가동 범위를 유지하고 코어의 힘을 길러주는 운동들을 추천하는데, 환자들에게는 대한류마티스학회 유튜브 채널에서 강직성 척추염 운동 동영상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수술적 치료는 어떤 경우에 시도하는가.

수술은 치료라기보다는 합병증이 발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강직성 척추염 영역에서 수술의 역할은 교정이 핵심이다. 뼈의 변형이 너무 심해서 허리 일부를 펴줘야 하는 경우가 있고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골절된 경우, 또는 염증으로 인한 합병증이 심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환자로서 꼭 알아야 할 사항은 이 질병은 수술로 완치할 수 없으며, 수술과 합병증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의사의 면밀한 진단과 확신이 담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약을 먹는 청소년
안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가만히 있을 때 아픈 질병이기 때문에 꾸준히 움직여주는 것이 좋고, 무거운 걸 들어올리는 운동보다는 매달리는 운동이 낫다"고 조언했다.

전문 인력, 최신 기기로 세계적 수준 진료 가능

환자에게 어떤 진료 방침으로 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서울과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중증 환자가 찾는 곳이다. 전문화된 인력과 최신의 기기·시설을 확보하고 있어 세계적인 수준의 진료를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류마티스내과의 경우 영상의학과 등 타 진료과와 관계가 돈독해 긴밀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고,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재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충원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대학병원에서는 드문 사례로, 진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을 위한 좋은 자세, 생활 가이드에 대해 조언해 달라.

이 질병의 치료 목표는 환자가 다른 사람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통증과 염증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평생토록 아픈 질병은 아니라는 점, 나빠지다가도 갑자기 호전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점이다. 꾸준한 운동과 금연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증상이 악화될 때 바로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몸의 변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의사의 제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고정기나 코르셋과 같은 기구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20~30년 전보다 훨씬 치료 방법이 많아졌고, 통상적인 소염진통제나 항 류마티스 약제로 잘 치료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옵션들이 개발되는 중이다. 과거에 비해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 환자가 늘어난 만큼, 점차 더 좋은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 EDITOR: 이종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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