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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두경부암,
다학제 진료로 부작용 없이 고친다

오경호 교수 사진(1)

오경호 고려대 안산병원 두경부외과 교수가 두경부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두경부는 숨 쉬고, 먹고, 말하는 기능을 하는 기관이 모여 있는 곳이다. 두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다. 하지만 암이 상당부분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율이 떨어지고, 삶의 질 또한 심각하게 나빠진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오경호 교수를 만나 두경부암 조기 발견 및 치료 방법에 대해 들었다.

이비인후·두경부외과(이하 두경부외과)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이 이름에서 두경부는 머리(頭·두)와 목(頸·경) 부분을 뜻한다. 정확히 말하면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까지가 두경부다. 두경부는 척수 신경을 제외한 머리에서 나오는 모든 신경의 통로다. 심장에서 나온 혈관이 머리를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오경호 고려대 안산병원 두경부외과 교수는 "두경부에 암이 생기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환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며 "이 부분에 뭔가 이상하다 싶은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두경부암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혀·입천장·볼·치은 등 입 안에 생기는 구강암, 편도·목젖·혀뿌리 등에 생기는 구인두암과 하인두암, 후두(호흡, 기도보호, 발성의 역할을 하는 기관)에 생기는 후두암, 침샘(타액선)에 생기는 침샘암, 코 주변에 발생하는 부비동암과 비강암, 그리고 갑상선에 생기는 갑상선암 등이 있다. 이 부분에 암의 원인은 무엇인지, 두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오 교수에게 물었다.

두경부암 예방의 첫 걸음은 금연, 금주

최근 국내 두경부암 발병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상황인가.

2020년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두경부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5,666명으로 2016년 5,080명 대비 12% 늘었다. 2011년 4,320명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10년 새 31% 증가한 걸 알 수 있다.

오경호 교수 사진(2)
오경호 고려대 안산병원 두경부외과 교수는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된다"며 "입과 목에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두경부암의 주요 발생 원인은 뭔가.

가장 중요하게 꼽을 수 있는 것이 흡연, 음주, 그리고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HPV) 감염이다. 흡연 시 생기는 발암물질은 구강에서 시작해 인두와 후두를 거쳐 폐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노출되는 모든 부위에 암 발생 위험성이 커진다.

음주 역시 두경부암을 발생시키는 주요 위험 인자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는 사람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 최근에는 이 위험이 최대 35배까지 높아진다고 보고하는 논문도 나왔다. 두경부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일단 술과 담배를 끊을 것을 권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HPV 바이러스 백신 접종이다. HPV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HPV 바이러스로 인한 구인두암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HPV 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맞는 게 좋다. 아직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 가격이 비싸기는 하다. 하지만 접종하면 분명히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니 꼭 맞으실 것을 권한다. 최근 대한두경부외과학회도 나서서 HPV 예방 백신 의료보험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경부암의 증상은 어떤가.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또 두경부에는 통증 신경이 적어 환자들이 문제를 자각하기 어렵다. 그나마 목에 림프샘이 만져지면 병원을 찾는데 이때는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평소 크게 아프지 않아도 삼킴 곤란, 호흡 곤란, 목의 이물감 등이 느껴지면 예사로 넘기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변하거나 입과 목에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암 종류별로 대표적인 이상 증상을 말씀드리면, 먼저 구강암의 경우 입술, 잇몸, 혀 등에 덩어리가 생길 수 있다. 음식물을 씹거나 삼킬 때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구강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설암인데, 설암에 걸리면 혀에 궤양이 생기고, 통증이 심해진다. 귀 주위나 턱 아래 혹이 만져지면 침샘암을 의심할 수 있다. 목에 혹 같은 것이 만져지면 비인두암일 수 있다. 비인두암이 진행되면 코 막힘과 출혈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일반인이 그나마 알기 쉬운 게 후두암 증상인데, 쉰 목소리가 수주 또는 수개월 걸쳐 심해질 수 있다. △구강, 코, 목 등에 궤양이나 반점이 생긴 경우 △치아가 이유 없이 흔들리는 경우 △목에 멍울이 잡힌 경우 △목소리가 달라진 경우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경우 등 두경부에 생긴 이상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된다.

병원에서는 두경부암을 어떻게 찾아내나.

암 중에서 검진이 가장 간편한 암이 두경부암이다. 숙련된 두경부외과 전문의라면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복잡한 검사 단계를 거치지 않고 후두(코) 내시경만으로 암을 90% 이상 진단할 수 있다. 내시경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실시한다. 조직검사 결과 두경부암으로 확진되면 암의 발생 범위나 전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CT나 MRI 등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두경부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크게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는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을 의미한다. 두경부암은 국소적으로 진행하는 특징이 있어 조기에 발견해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암이 상당부분 진행된 뒤에는 수술을 통해 암종을 제거한 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모두 시행해야 한다. 이때 수술 범위에 따라 중요한 신체 기능을 잃게 될 수 있다.

두경부암은 다른 암과 비교할 때 진단은 간편한 반면 치료가 어렵다. 유전적 돌연변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암의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종류도 매우 다양해 종류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또 두경부암이 발생하는 부위는 보통 환자의 기본적인 행복과 직결되는 부위다. 암을 완전히 없애 생존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치료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기 어렵다. 구강과 혀, 후두의 중요한 기능인 식사, 발성, 언어 능력 등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혀에 암이 생겼을 때 그 주위를 광범위하게 절제하면 암의 재발률은 낮아지는 반면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진다. 암을 포함한 정상 조직을 어느 정도 범위까지 절제할지 결정하려면 의사의 전문성이 꼭 필요하다.

또 두경부에는 경동맥이나 두개저(頭蓋底) 같이 수술할 수 없는 부위도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항암 및 방사선 치료 기술의 발달로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에 있는 두경부암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숙련된 전문가에게 최대한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오경호 교수 사진(3)
오경호 고려대 안산병원 두경부외과 교수는 "두경부암 치료 후 재발 및 부작용을 막는 최선의 길은 금연·금주"라고 강조했다.
최근 두경부암 치료에 로봇수술법이 많이 이용된다고 들었다. 로봇수술 효과는 어떤가.

로봇은 기존에 사용되던 내시경이나 레이저보다 수술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구인두암, 후두암, 하인두암 등의 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 경부에 생긴 암을 제거할 때도 로봇수술을 하면 흉터가 크게 생기지 않아 미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로봇수술을 할 경우 환자의 입을 통해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까지 로봇 팔과 3차원 고화질 카메라를 넣어 흉터 없이 환부만 정확히 제거할 수 있다. 수술 시간도 단축돼 환자의 회복 기간을 1~2주 정도 줄일 수 있다. 다만 두경부암은 발생 부위가 다양해 늘 로봇수술이 최적의 치료법인 것은 아니다. 피부절개를 통해 직접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때도 있다. 또 아직은 로봇수술의 부작용 발생률이 기존 수술법에 비해 더 높고 비용도 비싸다. 환자 상황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경부암 수술 후 부작용이나 합병증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목은 매우 좁다. 그 안으로 우리 몸의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다 지나간다. 따라서 두경부암을 수술할 때는 굉장히 세심해야 한다. 수술 전에 치료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수술 중에도 절대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환자의 협조다. 내가 수술 후 환자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결혼한 남성 환자라면 무조건 아내 말을 잘 들으라고 한다. 결혼하지 않은 환자에겐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고 하고, 종교를 가진 환자라면 신의 말씀을 잘 따르라고 한다. 이 말에 담긴 속뜻은 담배를 피우면서, 또 술을 마시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이제는 멀리하라는 의미다. "그런 즐거움이 없으면 삶이 너무 불행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다양하다. 두경부암 수술 후에도 흡연과 음주를 계속하면, 부작용이나 합병증으로 인해 삶의 즐거움을 잃게 될 개연성이 크다.

두경부암 치료에 특화된 다학제 진료 시스템

두경부암 치료에 있어 고려대 안산병원이 가진 장점이 있나.

호흡, 음식물 섭취, 발성 등 각 기관의 기능을 보존하면서 암을 치료하고자 오랜 기간 이어온 다학제 진료 시스템은 고려대 안산병원의 강점 중 하나다. 우리 병원에서는 두경부암 수술 전 두경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핵의학과, 성형외과 등 각 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와 함께 치료 방침을 논의한다.

암의 종류나 진행 상태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를 우선 고려하기도 하지만, 두경부암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 옵션을 적절히 조합해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수술 이후 재활 방법 등에 대해서도 토론한다. 두경부암 가운데 구강암의 경우 치아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 전 치과의사와도 반드시 상의한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이러한 두경부암 특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으며, 치료 후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설암 사진
입 안에 설암이 생긴 모습. 설암은 두경부암의 일종으로, 혀에 심한 통증을 동반한 궤양이 생기면 설암을 의심할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구강암 수술 후 재건 수술 분야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고 들었다.

두경부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발견되면 수술 과정에서 조직 결손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암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때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재건 수술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두암을 치료하고자 후두를 제거한 뒤 인공 성대를 삽입하는 것이다. 하인두암 치료 과정에서 인두를 잘라냈다면 다른 부위 피부를 절개해 인두 모양을 만든 뒤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는 2017년 국내 최초로 구강암 광범위 절제술 후 3D 프린터를 이용한 티타늄 하악골(아래턱뼈) 이식에 성공해 많은 이의 찬사를 받았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티타늄의 하악골의 유용성 실증 연구' 사업자로 선정돼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기존에는 구강암 환자의 하악골을 재생할 때 비골이라는 종아리뼈 옆에 있는 뼈를 이용했다. 그런데 구강암 재발 환자의 경우 혈관이식 등의 문제로 비골을 이용한 하악골 재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비골 구조가 하악골과 달라 미용적으로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고자 종양 제거와 동시에 3D 프린터로 제작한 티타늄 하악골을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재수술 부담을 해소했다. 결과적으로 수술 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줄었고, 미적 우수성도 매우 높다.

재건 수술 후 환자들은 보통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단 음식물 삼킴, 발성, 조음 장애 등을 극복하기 위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보조적으로 방사선 또는 항암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두경부암 환자와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두경부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은 매우 힘들어한다. 치료가 잘 안 되는 암으로 알려져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완치율이 예전보다 굉장히 높아졌다. 암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시길 부탁드린다. 두경부외과 전문의를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반드시 암 발병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이상윤, 고려대의료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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