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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나쁜 잠' 방치하면
심장질환 온다

나진오 교수(1)

나진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양압기를 한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수면 중 호흡정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면무호흡증은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킨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자는 동안 충분히 쉬지 못하기 때문에 늘 피로를 느끼고, 건강에도 각종 문제가 생기기 쉽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이 유발 또는 악화된다. 나진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수면무호흡증과 심혈관질환에 대해 들었다.

수면 중 숨이 차 깨는 증상이 반복돼 응급실을 찾은 34세 박모 씨.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심한 확장성 심근병증이 발견됐다. 동시에 중증의 수면무호흡증 진단도 받았다. 수면다원검사에서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 증상이 1시간에 97번 측정됐고, 당시 혈중 산소 포화도가 60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그동안 잠을 자면서 늘 물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헐떡였다. 가슴이 빠르게 뛰어 푹 자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8만 3,683명에서 2022년 11만 3,224명으로 3년 사이 35%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수면무호흡증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

나진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건강 전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산소포화도를 떨어뜨리고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바람에 밤에 심장이 충분히 쉬지 못해 고혈압, 심부전 같은 치명적인 심장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수면 중 산소 부족, 뇌 각성시켜 건강에 악영향

수면무호흡증이 뭔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로, 수면무호흡증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호흡을 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상기도 폐쇄로 숨을 쉴 수 없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 둘째, 호흡 노력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중추성무호흡증, 마지막으로 두 가지가 혼합된 혼합형 수면무호흡증 등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어떻게 진단하나.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무호흡-저호흡지수(AHI)를 측정한다. 잠을 잘 때 무호흡과 저호흡이 시간당 몇 회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1시간 동안 5회 미만이면 정상에 해당한다. 5~15회인 경우 경도, 15~30회 사이는 중증도, 30회 이상이면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AHI 지수가 30인 환자는 60분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30번 나타난다는 뜻이다. 2분에 한 번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는 어떻게 다른가.

두 가지를 혼동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코골이는 상기도 협착으로 인한 저항 때문에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호흡은 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상기도가 폐쇄되거나 호흡하려는 노력 자체가 없어 호흡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나진오 교수(2)
나진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협심증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니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증은 왜 문제가 되나.

수면 중 무호흡이 반복되면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지면서 뇌의 각성이 일어난다. 뇌가 깨어난다는 건 숙면에 들지 못한다는 의미다.

원래 인간 삶의 3분의 1은 잠으로 이뤄진다. 잠을 잘 때 우리 몸은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세포 기능을 회복한다. 또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저장한다.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자도 피곤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과도한 주간졸림증, 만성피로, 기억력 및 집중력 감퇴, 두통, 불면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

자신뿐 아니라 주위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형 사고 중 상당수가 졸음으로 인해 발생했다. 타이타닉호 침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일본 신칸센 열차 탈선 등이 그렇다. 국내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도 졸음운전이다.

수면무호흡증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떤 게 있나.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환자의 50% 이상이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3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무려 83%가 수면무호흡증에 해당한다는 보고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 부정맥, 협심증, 심근경색, 울혈성 심부전 등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인지장애, 우울증, 치매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면무호흡증이 고혈압 발생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뭔가.

수면중 무호흡 상태가 빈번해지면 체내 산소량이 감소한다. 몸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고자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혈압이 상승하는 것이다. 고혈압이 생기면 뇌출혈, 뇌경색, 심장마비, 허혈성 심장병 등의 위험성도 높아져 결과적으로 사망률이 상승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사망률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

관련 연구에 따르면 중증 수면무호흡증은 모든 사망률을 약 4배 증가시킨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5배 가까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모든 심장질환은 결국 심부전증으로 발전한다. 심부전증은 심장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혈액을 충분히 순환시켜주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심부전증이 생기면 그로 인한 사망률은 웬만한 암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심부전증이 있는 환자는 수면 중 과도하게 숨을 쉬다 갑자기 숨을 멈추는 것을 반복하는데, 이러한 중추성 수면무호흡과 과호흡이 반복되는 소위 말하는 '체인-스톡 호흡'은 사망 직전 잘 나타난다고 해서 '임종호흡'이라고도 한다.

적절한 운동, 좋은 식습관이 최선의 예방법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할 방법이 있나.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양압기 사용이다. 양압기는 얼굴에 착용하면 수면 중 지속적으로 기도에 공기를 넣어주는 장치다. 치료가 필요한 모든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양압기 사용을 권한다. 물론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람이 새거나, 호흡기가 건조해지거나, 마스크 착용 부위가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할 경우 건강에 훨씬 치명적이니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할 만하다. 환자들에게 양압기 치료가 왜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하고 양압기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불편감과 해결책을 함께 안내해 반드시 양압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양압기 사용 외에 다른 치료법은 없나.

구강 내 장치가 있다. 아래턱이나 혀를 앞으로 당겨 누워 있을 때 상기도가 막히는 것을 완화할 목적으로 사용한다. 지속성 양압기 치료보다는 효과가 떨어지므로 양압기 사용에 적응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2차 옵션으로 제시한다. 체중을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이 다소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해부학적으로 상기도가 좁은 사람은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불면증 표현 사진
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손상된 세포 기능을 회복하고, 생체 에너지를 관리한다.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할 방법도 있나.

낮 시간에 햇빛을 보는 게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자기 전 과식을 피하며, 비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도 금물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수면 질을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혼자 살다 보면 자신의 자는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이 생겨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만약 수면 질을 체크하고 싶다면 수면 중 맥박수나 산소포화도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등을 차고 자볼 것을 권한다. 100% 정확하진 않지만 상태 점검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나.

거울을 통해 입속을 들여다봤을 때 혀에 막혀 목젖과 숨길이 잘 보이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혀가 두꺼워져 수면 중 상기도 폐쇄를 일으키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래도 정확한 판단이 어려우니,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무호흡증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수면다원검사는 어떻게 하나.

병원에 와서 평소처럼 잠을 자면서 하는 검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저녁 8~9시 정도 병원에 도착한다. 이후 몸에 뇌파, 심전도, 산소포화도, 근전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검사 장비를 연결하고 잠을 자면 수면 중 신체 변화가 감지된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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