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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1기 발견 시 5년 생존율 70~90%,
'통증 없는 혈뇨'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태범식 교수(1)

태범식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방광암 내시경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방광암은 방광에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수술 후 재발률이 60~70%에 이른다. 임파선으로 전이되면 생존율이 25%까지 떨어지는 치명적인 암이지만 1기에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에 달한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는 암이다. 비뇨 생식기에 발생하는 암 가운데 가장 흔하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암이기도 하다. 태범식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만나 방광암 조기 발견 방법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방광은 신장에서 만든 소변을 몸 밖으로 배출하기 전까지 모아놓는 곳이다. 방광암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소변과 직접 접촉하는 요로상피세포에서 유래하는 요로상피세포암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 밖에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악성도와 침윤성이 높은 편평상피세포암 비율이 3%, 요막관에서 발생하는 샘암 비율이 2% 정도다.

방광암 치료에서 중요한 건 암의 종류보다 진행 단계다. 암세포가 방광 점막이나 점막 하층에 국한된 비근침윤성(표재성) 방광암인지, 근육층까지 침범한 근침윤성 방광암인지, 그리고 다른 장기까지 옮겨간 전이성 방광암인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방광암이 1기 이하인 경우 치료는 수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광암 2기 이상일 경우 근치적 방광 절제술이 필요하다.

태범식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방광암의 주된 발병 원인으로 담배를 꼽으며 "흡연자가 방광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의 2~7배에 달한다. 담배만 끊어도 방광암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담배를 피우면 왜 방광암 발생 위험이 커지나.

담배의 발암물질이 폐를 통해 몸에 흡수된 뒤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방광은 소변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전까지 보관되는 장소라, 소변 속 발암물질에 장시간 노출되면 방광에 변성이 생겨 암이 발생할 수 있다. 담배 말고 방광암을 일으키는 또 다른 요인은 각종 화학 독성 물질이다. 전체 방광암의 상당수는 직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된다. 그 밖에 유전적 요인을 언급하는 이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방광암 환자 생존율, 치료율 상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다학제 진료

 태범식 교수(2)
태범식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방광암의 가장 뚜렷한 위험인자는 흡연"이라며 "건강을 위해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광암의 주된 증상은 무엇인가.

방광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 없는 혈뇨다. 이때 종괴가 만져지면 방광암이 상당히 진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광암은 보통 건강검진 과정에서 많이 발견된다. 건강검진 소변검사에서 혈뇨가 발견되면 위험도를 따져 방광암 검사를 시행한다.

여성의 경우 혈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혈뇨가 나오는 질환이 다양하고, 특히 방광염 같은 염증성 질환 영향으로 혈뇨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0세 이상의 여성은 혈뇨가 나타났을 때 적극적으로 방광암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한다. 특히 항생제 치료를 했는데도 잘 낫지 않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광염 발생 빈도가 낮다. 요도 길이가 여성보다 길어 외부 세균이 침투하기 쉽지 않고, 전립선이라는 보호막도 있어서다.

통증이 있는 혈뇨의 경우 만성 방광염 중 간질성 방광염이나 만성 방광 통증 증후군일 개연성이 높다. 과민성 방광 질환도 아랫배 통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광암 발생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혈뇨나 방광 관련 이상 증상이 발견되고 방광암 가능성이 의심되면 먼저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소변검사상 이상 소견이 보이거나 육안적 혈뇨를 보인 환자에게는 방광경 검사를 하며, 이후 컴퓨터단층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법 등을 통해 다른 장기로의 전이 혹은 임파선 전이 등을 확인한다.

방광암을 조기에 발견한 경우 치료법은.

방광암은 60~70% 정도가 초기 또는 1기에 진단된다. 이때는 내시경 방광 종양 절제술을 통해 검사 및 치료를 진행한다. 암이 점막과 고유층에만 나타나는 비근침윤성(표재성) 방광암일 경우 개복수술을 하지 않고 경요도 절제술(내시경)로 치료하는 게 보통이다.

환자의 20~30%는 2기로 진행될 수 있어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방광 내에 약물을 넣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용하는 약물에는 무독화된 결핵균을 이용한 면역치료제(BCG)와 마이토마이신-C(Mitomycin-C) 등이 있다. 방광암 병기와 정도에 따라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하면 된다. 항암제 치료 횟수는 보통 6번이다. 방광암은 잦은 재발과 빠른 진행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난 뒤에도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진단 검사를 실시한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방광암 치료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방광암 치료에서 다학제 진료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

방광암 환자가 고려대 안산병원에 오면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핵의학과, 병리과, 그리고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모여 최적의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이게 바로 다학제 진료다. 특히 병기가 높은 환자의 경우 관련 분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어떠한 항암제로 치료할 것인지 내지는 생존율 향상을 위해 어떤 치료를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 다학제 진료는 환자의 생존율 및 치료율 상승에 크게 기여한다.

 태범식 교수(3)
방광암 치료에 있어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태범식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방광암이 2기가 넘어서면 치료 양상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2기 이상의 방광암은 진행성 암으로, 근침윤성 방광암이라고 한다. 주변 장기로 전이는 없지만 뿌리가 깊은 2~3기 침윤성 방광암의 경우 대부분 개복 후 근치적 방광 절제술, 인공 방광 조형술 등을 실시한다.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라도 방광을 보존할 수 있다. 이때는 경요도 내시경 하 방광종양절제술,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방광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한 4기의 경우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과 항암치료를 모두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2기 이상의 침윤성 방광암은 공격성이 매우 높아 2년 이내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근치적 방광 절제술을 하는 데는 총 3단계에 걸쳐 보통 3~4시간, 길게는 5~6시간 정도 걸린다. 비뇨기계 수술 중에서 가장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1단계는 남자의 경우 방광과 필요한 경우 전립선을 같이 절제하고, 여자는 방광과 필요한 경우 자궁을 함께 절제한다. 2단계는 임파선 절제술이고 3단계는 요로전환술로, 방광을 절제한 환자 소장의 일부를 잘라 인공 방광을 만드는 수술이다.

요로전환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도 많을 것 같다.

방광을 적출한 후에는 소변을 저장하거나 배출할 수 있게 하는 요로전환술이 꼭 필요하다. 환자 장을 이용해 방광을 대체할 요루를 만드는데, 이때 환자가 느끼는 절망감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요로전환술은 굉장히 안전한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소장을 자르고 방광을 안에서 만들어 이어주는 인공방광 조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없고, 요로에 특별한 기형이 없으면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인공방광 조형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겉으로 보이는 요루가 없기에 좀 더 활동이 자유로울 수 있다.

개복수술과 로봇수술 사이에서 고민하는 환자가 많다. 교수님 의견은 어떤가.

근치적 방광 절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개복수술을 할 것인지 로봇수술을 할 것인지는 요즘 비뇨의학과 의사들 사이에 가장 큰 이슈다. 현재까지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첫 번째 옵션은 개복수술이다.

하지만 로봇수술도 이점이 많다. 로봇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상처를 적게 낼 수 있고, 주변 신경을 살릴 여지가 크다. 또 발기 신경이나 요실금 신경 등을 보존하면서 더 정교하게 수술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로봇수술을 하면 성기능을 100%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느 정도 보존하는 데 개복수술보다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수술비가 비싸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로봇수술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장점이 많고 날로 술기가 발전하기 때문에 추후 많은 환자들이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방광절제술의 혜택을 볼 것이라 생각한다.

방광암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나.

요로전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요루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소변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 않고 안쪽으로 모여 양쪽 콩팥에 수신증(배출되지 않은 소변으로 인해 압력이 상승해 콩팥의 신우와 신배가 늘어나 있는 상태)이 오거나, 이쪽을 통해 균이 올라갈 수 있다. 요로전환술 시행 후 신우신염을 예방하려면 위생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한다.

인공방광 조형술을 할 경우 양쪽 콩팥에 압력이 많이 작용해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복부 압력으로 인해 소변이 잘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 의지대로 소변을 조절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요실금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장기적으로 기저귀를 착용하게 될 수도 있다.

방광암 조기 발견하면 성기능 유지 가능

방광암 수술 후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방광암은 초기에 발견해도 50~70% 이상 재발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다. 재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방광이 항상 소변과 맞닿아 있는 특수한 장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암세포가 계속 옮겨 다닐 수 있는 환경이라 재발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방광암 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금연이다. 무조건 담배를 끊어야 한다. 또 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일할 때 반드시 보호장비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그을음이나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요리를 피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한다.

방광암 구조도 사진
소변을 보관하는 장기인 방광에 악성 종양이 생겨 발생하는 방광암 구조도. 방광암을 예방하려면 흡연과 화학 독성 물질 노출을 피해야 한다.
앞서 방광암 수술 후 성기능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남성의 경우 방광암 수술을 하면 모두 성기능이 떨어지나.

아니다.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은 남성 환자가 내시경 수술을 할 경우 성 기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근치적 방광 절제술을 하면 전립선을 같이 절제하는 경우에는 성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때 전립선을 살리면 상대적으로 성기능 관련 부작용이 적게 발생한다. 개별 사례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교수님은 방광암과 혈뇨의 관계, 그리고 방광암 환자의 생존율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다.

2008~2009년 혈뇨 환자 13만 명을 대상으로 방광암 발생 추이를 분석해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저위험도 환자의 경우 혈뇨와 환자 생존율 사이에 큰 연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위험도가 높은 환자, 특히 흡연 경력이 길거나 나이가 많은 환자, 가족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생존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또 혈뇨를 처음 발견했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경우 생존율이 10%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내용을 정리해 2024년 대한비뇨의학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방광암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궁금하다.

로봇수술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방광암 치료 성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치료제 부분에서는 과거 항암제 대부분이 독성항암제였던 반면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개발이 활발하다. 좀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항암제 관련 임상 연구가 거의 발표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면역항암제가 빨리 국내에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방광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방광암 재발률이 높긴 하지만 치료하지 못하는 암은 결코 아니다. 방광암 대부분은 비근침윤성 방광암이므로, 절대 치료를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가 어떤 치료가 가장 좋은지에 대해 계속 연구하며 치료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주변 말에 현혹돼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도 완치의 희망을 잃지 말고 병원과 의사를 믿어주시기 바란다.

  • EDITOR: 김은식
  • PHOTO: 이상윤, 고려대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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