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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시도, 10명 중 7명은 실패한다
시행착오 없는 금연 치료법

담배 사진

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15배 이상 높다. 담배를 하루 2갑씩 피우면 폐암 위험률이 25배까지 증가한다.

담배를 오래, 많이 피우면 폐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수많은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담배를 끊기가 어디 쉬운가. 수많은 사람이 고생만 하다 금연을 포기하고 만다. 2024년 담배를 반드시 끊겠다고 결심했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보자. 정재호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나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와 확실한 금연 방법에 대해 들었다.

몇 년 전 금연에 도전했다 실패해 한동안 가족과 동료들의 비웃음을 샀던 흡연자 A씨. 이번에는 약물에 의지해서라도 기필코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뒤 그의 손에 들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전자담배. 업무 도중 스트레스가 쌓이면 담배 생각이 간절해져 흡연실로 나가 전자담배를 입에 물곤 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금연 실패 사례가 적지 않다는 건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운영하는 국가금연지원센터가 2022년 금연 프로그램 운영 실적을 조사한 결과, 전체 금연 프로그램 참가자 중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30.85%에 그쳤다.

문제는 흡연이 건강에 치명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특히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폐암의 주요 원인이자 폐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담배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재호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확실한 인자를 하나 꼽으라면 흡연"이라며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15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흡연 이력 있으면 폐암 발생 위험 ↑

폐암 발병은 흡연량 및 기간에 정비례한다. 담배를 일찍 접하고, 많이 피우고, 오래 피울수록 몸에 좋지 않다는 것. 하루 한 갑을 피우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높다고 한다. 2갑을 피우면 폐암 위험률이 25배까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폐암 가족력이 있는데도 흡연하는 사람의 경우 폐암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 또 지금은 담배를 끊었더라도 오랫동안 흡연 이력이 있으면 위험도가 높다"며 "간접흡연자 또한 비흡연자와 비교할 때 폐암 발병 위험성이 2배가량 높다"고 경고했다.

폐암은 크게 비소세포(非小細胞) 폐암과 소세포(小細胞) 폐암으로 구분한다.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진행이 비교적 느리다. 반면 소세포 폐암은 전반적으로 악성도가 높아 발견될 때 이미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등으로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다.

정재호 교수(1)
정재호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은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침묵의 암'이므로, 흡연자는 사소한 몸의 변화나 호흡기 증상도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폐암은 원래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암으로, 폐암 환자 대다수가 마른기침, 가래, 체중감소, 가슴 통증, 목 쉼 등 일상에서 쉽게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증상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흡연자는 폐암 발생의 고위험군이므로 몸의 작은 변화나 사소한 호흡기 증상에도 관심을 갖고 평소 흉부 방사선 촬영이나 정밀검사 등을 통해 폐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흡연은 폐암 외에 다른 폐질환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기간 흡연으로 폐 확산 능력이 저하된 경우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폐기종, 폐섬유증 같은 질환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이들 질환 또한 폐암 못잖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정 교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오기 전에 담배를 끊어야 한다. 특히 폐암의 약 90%는 금연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흡연이 나쁜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담배를 끊기가 왜 이리 힘들까. 전문가들은 금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생리학적 장애가 '니코틴 의존성과 갈망'이라고 말한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10월 발간한 '담배 폐해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담배에 대한 의존성을 일으키는 주요 물질인 니코틴은 담배 한 개비당 1~2% 함유돼 있다.

흡연자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2~3㎎의 니코틴이 연기와 함께 흡입된다. 이 니코틴이 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초. 니코틴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고 뇌 보상회로를 자극해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 몸이 니코틴에 적응해 규칙적으로 흡연을 해야만 평소 상태가 유지된다. 자연스레 의존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담배를 끊었을 때 나타나는 흥분, 분노, 조급함, 안절부절 못함, 집중력 저하, 불면, 식욕 증가, 불안, 우울 등 각종 금단증상의 원인이 된다. 정 교수는 "담배 연기에는 70종 이상의 발암물질과 수천 개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걸 흡연자들도 잘 알고 있지만, 니코틴의 중독성이 워낙 강해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한 사람조차 담배를 끊는 데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녹차로 니코틴 배출, 금단증상 심하면 약물치료

대다수 흡연자는 금연 시작 후 1~3주 안에 금단증상을 경험한다. 특히 처음 3~4일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흡연자들이 이구동성 토로하는 고통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 담배 생각부터 난다는 것. 정 교수는 "그럴 때는 창문을 열어 환기한 뒤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통해 흡연 욕구를 떨쳐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금연 중에는 의식적으로 따뜻한 물이나 녹차를 자주 마시라고 한다. 체내에 쌓인 니코틴과 타르가 수분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돼 금단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재호 교수(2)
정재호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금연을 결심하면 주변 사람들한테 열심히 소문을 내야 한다. 금단 현상으로 '담배 한 대'의 유혹에 시달릴 때도 주위 사람들 시선 때문에 흡연을 참게 되게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녹차 속 카테킨 성분도 폐와 기관지에 축적된 니코틴 배출을 돕는다. 입이 심심해 담배를 찾게 되지 않도록 틈틈이 사탕 등을 먹는 것도 금연 성공의 한 방법이다.

정 교수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흡연 충동은 곧 사라질 것임을 숙지하라"는 것. 정 교수는 "심호흡을 하고 이를 닦거나 몸을 바쁘게 움직이며 미뤄뒀던 일을 처리하는 식으로 딱 5분만 참으면 흡연 욕구가 사라지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단 금연을 결심하면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에게 '금연 시작'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금단현상으로 '담배 한 대'의 유혹에 시달릴 때도 주위 사람들 시선 때문에 흡연을 참게 될 수 있다.

금연을 성공하려면 자신의 주변 환경도 재정비하는 게 좋다. 집이나 차, 직장 등에 남아 있는 담배를 모두 없애고, 재떨이나 라이터처럼 흡연을 연상시키는 물건도 즉시 버린다. 자신의 평소 흡연 시간, 흡연 장소, 같이 흡연하는 사람, 흡연 욕구가 특히 높아지는 상황 등을 기록해두면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정 교수가 금연을 원하는 폐암환자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맵고 짜고 단 음식을 피하라는 것. 과식과 카페인 및 알코올 섭취도 금물이다. 자극적인 음식이 금단현상을 부추길 수 있어 금연 시작 후 약 3주 동안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금단현상을 줄이는 음식으로 추천하는 것이 비타민과 수분이 풍부한 과일, 채소다. 혈관에 노폐물이 많을수록 우울, 짜증, 불안, 집중력 저하, 불면증, 정서 불안, 식욕 증가 또는 저하, 피로감 등이 촉발돼 니코틴에 의지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금연을 시도할 때는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금단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이미 여러 차례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전국 보건소에 설치된 금연클리닉을 방문하면 무료로 금연 관련 상담 및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필요 시 병원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금연 성공률이 가장 높은 방법은 약물 치료다. 고려대 안암병원 금연클리닉에서는 금단현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약물치료를 비롯해 상담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등을 제공한다. 방문, 전화, 인터넷 접수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정재호 교수의 '팩트 체크'

해마다 금연 실패를 반복하는 '작심삼일 금연족(族)'들 주목. 정재호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담배와 관련된 잘못된 믿음 4가지를 바로 잡아줬다.

담배 사진(2)
  • 1. 금연 실패는 의지 부족 때문이다? NO!

    2015년 국내 담뱃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2016년 1~8월 담배 누적 판매량은 약 24.3억 갑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다. 담뱃값을 올리면 담배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흡연자가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3~5% 미만이라고 말한다. 이미 담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경제적 부담이 커져도 도리 없이 지갑을 연다. 따라서 금연 실패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담배를 끊겠다고 마음먹는 건 의지의 영역이다. 이후 금단현상을 이겨내려면 니코틴 보조제 등 적절한 약물과 행동 요법 등 다양한 금연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

  • 2. 담배를 피우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NO!

    흡연자라면 "식후 담배 한 모금이 소화제 역할을 한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 성분이 위산 분비를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위산 분비가 잘 안 되는 사람의 경우 흡연이 소화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다. 장기간 담배를 피우다 끊으면 일시적으로 소화불량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니코틴을 포함해 담배에 함유된 성분은 해악이 매우 크다. 장기적으로는 신체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소화기관 또한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잠시 소화를 촉진하려고 담배를 피우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같다.

  • 3. 간접흡연은 직접흡연보다 덜 해롭다? NO!

    간접흡연은 비흡연자가 흡연자와 같이 생활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배 연기는 타고 있는 담배 끝에서 바로 나오는 부류연(副流煙)과 흡연자가 들이켰다가 내뿜은 주류연(主流煙)으로 나뉜다. 간접흡연자는 대체로 주류연보다 부류연에 더 많이 노출되는데, 부류연의 발암물질 농도가 주류연보다 훨씬 높다. 정 교수는 "간접흡연은 직접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몸에 덜 해롭다? NO!

    최근 전자담배 인기가 높아지면서 흡연에서 금연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이가 늘고 있다. 전자담배가 연초보다는 몸에 덜 해로울 것 같다는 인식도 전자담배 확산에 기여한다. 연초 흡연자는 담뱃잎을 태워 발생하는 연기를 들이마신다. 반면 대다수 전자담배는 액상 담배물질에 열을 가한 뒤 발생하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흡연자들은 연기를 직접 마시는 게 아니니 전자담배가 좀 낫지 않나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담배의 유해물질은 전자담배에도 다 들어 있다. 또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더 자주 피우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 EDITOR: 김건희
  • PHOTO: 이상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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