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TAVI 시술,
전신마취 수술 없이 심장질환 고친다
최철웅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의료용 카테터를 이용해 체내에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TAVI 시술 전문가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은 심장판막 질환자들이 수술 없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준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TAVI 시술 때는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각계 전문의들이 힘을 모은다. 최철웅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TAVI 시술과 심혈관 다학제 진료에 대해 들었다.
심장은 우리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심장에는 혈액순환 과정에서 열고 닫히며 문 같은 역할을 하는 '판막'이 있다. 심장판막에 심한 협착이나 폐쇄부전증이 발생한 경우 약물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오랫동안 가슴을 가르고 심장 박동을 멈춘 상태에서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년 전 등장한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TAVI는 허벅지 동맥에 가늘고 긴 의료용 관을 넣은 뒤 그것을 통해 인공판막을 체내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수술 없이 심장판막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최철웅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TAVI 전문가다. 난도 높은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시술 후 환자의 회복을 돕는 치료 체계에도 깊이 관여해왔다. 최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은 TAVI 시술 시 여러 분야 의사들이 협력해 최선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섬세한 협진 체계를 구축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수술 없이 인공판막을 환자 체내에 삽입해 대동맥판막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개선하려면 수술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환자를 전신마취한 뒤 가슴 부분을 절개하고 심장을 멈추는 게 첫 단계다. 그 상태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대동맥판막을 제거한 뒤 금속이나 동물 조직으로 만든 인공판막을 넣는다. 심장판막 자체를 교체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위험성이 큰 만큼 고령자 등에게는 시행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 허벅지 동맥에 가늘고 긴 의료용 카테터를 넣은 뒤 그것을 이용해 인공판막을 체내에 삽입한다. 심장을 열 필요가 없다. 널리 알려진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TAVI를 하려면 2시간 정도 전신마취가 필요하다. 대퇴동맥을 통해 시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마취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편에 속한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수술에 비해 비침습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신체에 부담이 적고 시술시간이 짧으며 회복이 빠르다. 수술할 경우 회복 기간이 3~4주 정도 필요한 반면 TAVI는 5~7일이면 된다. 또 수술 위험도가 큰 80세 이상 고령자, 폐 또는 신장 기능이 현저히 나쁜 환자, 전신 상태가 매우 불량한 일부 퇴행성 대동판막 협착증 환자도 TAVI를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면도 주목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TAVI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컸다. 2년 전부터 80세 이상 환자가 TAVI 시술을 받을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고령 심장질환자에게 희망 된 TAVI
TAVI는 2002년 유럽에서 시작된 시술이다. 초기에는 사용하는 장비 크기가 다소 커서, 시술받기 어려운 환자가 많았다. 최근 관련 기술 개발로 점점 사이즈가 작아지고 그만큼 시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 폭이 넓어지고 있다.
TAVI를 하기 전 경흉부초음파, 경식도초음파 검사를 통해 판막 상태를 파악한다. 또 혈관CT, 관상동맥 및 혈관 조영술 등의 예비 검사도 실시하고 모든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종 시술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유럽에서는 75세 이상 환자의 경우 우선적으로 TAVI를 고려한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까지로 대상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시술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의료계에서 이미 표준치료법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이다. TAVI는 상급종합병원급 대형의료기관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 TAVI를 하려면 시술을 담당하는 심장내과 전문의 외에 흉부외과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밖에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과가 진료에 참여해야 한다. 의료진 간 섬세한 협력 작업이 필수적이다.
시술 전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잘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와이어가 대동맥을 통해 심장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대동맥이나 심장 근육에 구멍이 날 수 있다. 이를 심장천공이라 한다. 이런 경우 즉시 흉부외과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이 밖에도 시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동맥에 붙어있던 동맥경화 찌꺼기들이 인공판막과 접촉해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떨어진 찌꺼기들이 다른 혈관을 막으면 굉장히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뇌혈관이 막히면 중풍이 오고 심장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온다. 장혈관이 막히면 장경색이 발생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합병증 위험을 고려해 합병증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만 TAVI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이때 시술팀의 숙련도도 엄격하게 평가한다. 시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의 진료과가 판막수술을 몇 건 이상 했는지 확인한다. TAVI에 대한 평가는 매년 진행된다. 연 1회 점검을 통해 이듬해에 시술을 계속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치료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술과 수술,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시술은 심장내과 담당이다. 수술은 흉부외과에서 이뤄진다. 어떤 치료법이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판단은 진료과 별로 다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의료진 간 소통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경우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가 오면 각 분야 의료진이 모여 열린 자리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 이 의견을 종합해 해당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결론을 도출한다.
환자, 보호자와 충분히 소통하며 최적의 치료법 선택
수술은 앞서 설명했듯 전신마취를 하고 가슴을 여는 방식이라 환자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환자 신체를 직접 열고 들어가 보면서 처치를 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치료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TAVI 등 시술은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덜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원래 판막 위에 인공판막을 넣는 방식이라 대동맥과 인공판막 사이에 틈이 생길 수 있다. 이 틈에서 역류증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철저한 후속 관리가 중요하다.
수술과 시술의 또 다른 차이점은 역사다. 수술은 치료방법으로 활용된 지 50년이 넘었다. 수술을 받은 환자 사례가 충분히 축적됐고 예후에 대한 연구도 다수 이뤄졌다. 반면 시술의 역사는 이제 20년 정도다. 아직 장기간 추적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할 것이 인공판막의 수명이다. 현재 TAVI 이후 인공판막 수명을 추적 조사한 데이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게 8년이다. 인공판막이 10년, 20년 유지될 수 있을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TAVI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수술과 시술은 각기 장단점이 명확해 의료진 사이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 다학제진료팀은 치료 과정에서 환자 의견을 존중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의료진이 수술과 시술에 대해 논의한 뒤엔, 그 내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해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이 부분은 의사로서 내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상당부분 진행된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면 외래시간 마지막 타임에 따로 약속을 잡는다.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후 환자 본인과 보호자를 모시고 앞서 설명한 수술 및 시술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쉬운 말로 자세히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그래픽이나 동영상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보여드리기도 한다. 궁금한 점에 대한 질문도 다 받는다. 이렇게 하면 환자가 자신이 받을 치료법의 장점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치료 후 만족도가 높아진다.
현장에서 환자,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의료진의 의견과 일치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우리가 의학적인 결정이 이뤄진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의 의견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실제 치료를 받게 되는 환자 의견을 존중한다. 이 경우에도 충분히 숙고하고 내린 결정이라 환자들이 치료 이후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처음에는 일부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말이 나왔다. 대학병원은 보통 굉장히 빠듯한 일정으로 운영된다. 협진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힘들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점차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러운 '루틴'이 만들어졌다.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면서 소통하니 점점 더 익숙해지고, 이런 노력이 환자의 치료 경과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심장혈관 다학제진료팀의 경우 TAVI뿐 아니라 다른 관상동맥질환이나 판막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심장 관련 질환에 대해 수시로 논의한다. 심장질환이나 암 치료에 대해 필요할 때마다 논의하고 환자에게 잘 맞는 최고의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국내외 다른 의료기관을 벤치마킹하지 않은, 오로지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자발적으로 고안하고 노력해 만든 것이다. 환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료진들의 의지가 고려대 구로병원, 나아가 고려대의료원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심장에 병이 생긴 걸 알게 되면 누구나 깜짝 놀랄 것이다. 과거 대동맥판막에 협착이 생기면 수술밖에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술을 통해 좀 더 간단하게 병을 치료할 길도 열렸다.
병원에 오시면 의료진이 심도 있게 논의해 수술과 시술 가운데 더 나은 쪽을 제안할 것이다. 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치료법을 결정하면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심장초음파팀 등 각계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인다. 환자 몸 상태가 수술 또는 시술을 받기에 적합한지, 예를 들어 대퇴동맥과 복부대동맥이 시술 관련 장치가 들어갈 만큼 충분히 큰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함께 검토한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의료진이 최대한 환자 편에 서서 생각한다는 점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TAVI 인증을 받았고, 의료진 경험이 풍부하며 좋은 장비도 갖췄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 과정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너무 걱정하시지 말고, 의료진과 충분히 대화하며 최선의 길을 찾아나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 EDITOR: 박정연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