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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수준의 중독관리센터,
독성물질 피해에 적극 대응한다

아세트아미노펜 사진

청소년이 중독되기 쉬운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하면 간독성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청소년과 아동이 유해 독성물질에 중독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생활에서 유통되는 상품들이 다양해지면서 이전에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노출되지 않았던 다양한 독성물질이 일상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나 독성물질 중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안암병원 진료부원장과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이 센터는 2023년 2월 WHO(세계보건기구) 중독관리센터로 등재됐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표준에 따른 중독관리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2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회원국 중 중독관리센터가 없는 유일한 국가였다. 이에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진은 2021년부터 독성물질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상담 채널 운영을 통해 정보 제공과 전문가 양성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WHO 등재를 위한 인력과 장비, 시설을 준비해왔다.

이 교수는 "안암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가 세계적 수준의 중독관리센터로 인정받은 만큼 국내에서 독성물질에 대한 피해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는 어떤 기관인가.

중독사고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WHO는 세계 모든 국가가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를 설립 및 운영하도록 권장한다. 독성물질 중독사고는 신속 정확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병원 도착 이전 단계에서부터 중독질환의 처치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독성물질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콜센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사용 가능하며 중독 질환에 노출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중독관리센터가 운영되는 만큼 다양한 연구 활동과 예방사업의 폭을 넓혀 전국적으로 독성물질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19세 이하 중독 발생 비중 가장 높아

이성우 교수 사진(1)
서울시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이성우 교수.
한국에서 최근 중독 관련 예의주시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센터 상담분석에 따르면 19세 이하 아동 청소년에서 중독질환 발생 비중이 29.6%이다. 성인보다 어린 아이나 청소년의 중독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중독환자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성인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 등 의도적인 중독에 의한 사고가 잦지만 아동 환자의 경우 호기심에 의해 경계심 없이 특정 음식을 섭취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잦은 사례 중 하나는 부모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어린 아이가 먹은 경우다. 당황한 부모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응급실에 방문한다. 센터에선 응급실 단계 이전에 상담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 수준의 권고를 제공하는 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아동 중독사고 양상은 어떤가.

어린이는 안전 취약계층이다. 주로 의약품, 의약외품, 가정용 청소 및 세탁용품에 의한 비의도적 중독 사례가 많다. 특히 영·유아와 아동의 경우 가정용품류에 의한 중독이 37.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행히 중증 중독질환은 매우 적었다.

청소년 중독 사례 가운데 주목할 만한 특성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13세부터 19세 사이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9.2%였다. 청소년 중독 중 다빈도 물질은 '아세트아미노펜'과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그 비중이 각각 23.3%와 21.2%다. 특히 청소년 아세트아미노펜 중독 중 약 45%가 중증 중독질환으로 분류됐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해열진통제의 주성분이며 벤조디아제핀은 항정신성 의약품의 일종이다. 치명률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진통제 중독 문제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이나 흔히 구할 수 있는 소화제는 일반의약품으로 가정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타이레놀 같은 의약품은 과다 복용에 따른 간독성이 생길 수 있다.

생활 화학 제품 사용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지 않은가.

생활 화학 제품을 용량과 용법대로 사용하면 대부분은 안전하다. 1%의 예외적 사례는 용량이나 용법과 다른 방법으로 제품을 소비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냄비를 놔두고 라면 봉지에 음식을 끓여먹는 경우 등이 해당할 수 있다. 현대인은 하루 최대 200종의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세제, 플라스틱, 화장품 등 우리가 입고, 먹고, 쓰는 모든 것들에 화학제품이 들어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현재까지 등록된 화학물질만 약 1억 4,000만 종이다. 문제는 이런 화학물질 중 일부는 매우 유해하고 몸 속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생활화학제품으로 인한 중독 사례로는 바디워시, 휘발성 가스, 목공용 만능 본드 등의 화학제품을 실수로 섭취하거나 잘못 접촉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제품에 노출돼 상담을 요청하거나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잦다.

센터에서 활용하는 의학은 어떤 종류가 있는가.

첫째로 임상독성학이 있다. 어떤 사고에 의해서 원치 않게 물질에 노출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받거나 위험성이 높은 경우 임상독성학에 기반한 진료가 위험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둘째, 소생의학도 독성물질 중독관리센터에서 활용되는 학문 중 하나다. 소생의학은 쉽게 말해 심정지나 심장마비가 오기 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독성물질로 인한 중독 사례는 드물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특정 약물을 과다 복용하고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면제를 과다하게 복용해 중독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해독제 없는 농약, 사용에 주의해야

농약 사진(1)
농약은 대부분 해독제가 없어 위험한 독성물질이다.
치료하기 어려운 독성물질은.

특히 조심해야 할 물질은 농약이다. 치명률이 높은 중독물질이다. 세간에도 잘 알려진 그라목손이란 농약 생산 및 판매가 한국에서 금지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상독성학 연구자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독 환자의 치명률을 따졌을 때 농약류가 가장 많다.

농약 중독이 심각한 또 다른 이유는 정해진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에서 발생한 중독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그라목손은 중독 해독제가 없다. 그라목손은 활성산소에 의한 자기파괴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소량에 노출돼도 신체 군데군데 치명적인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 활성 산소에 의한 자기파괴 현상이 일어나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호흡과 배뇨 활동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며칠 내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중독의 각 단계별로 얼마나 진전됐는지 살피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빨리 씻어 내거나 위세척 등의 방법이 효과를 볼 때도 있다. 독성물질이 체내에 흡수됐을 경우에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독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때 사용할 수 있는 해독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위험 중독물질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특정한 독성물질 자체가 지니는 위험성이 너무나도 큰 경우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산을 중단하기도 한다. 반면 청소년과 아이에게서 중독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타이레놀 같은 의약품은 생산이 중단되지 않는다. 이러한 의약품의 유통을 제한하는 것보다 의약품을 사용함으로써 공중 보건이 얻게 되는 이익, 즉 사회적 효용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독성물질이 갖는 리스크(위험성)와 이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센터 전문가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도 이와 같은 것이다.

지역별 연령별로 중독 문제에 차이가 있나.

과거에는 시골은 주로 농약, 도시는 수면제 중독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도농 간에 차이가 없어지는 경향이다. 요즘엔 야외활동이나 캠핑을 하다 벌에 쏘인다거나 뱀에 물린다거나, 독초와 접촉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아졌다. 또한 불행하게도 극단적 선택 시도 관련 일산화탄소 중독이 많아졌다. 해산물에 의한 중독 사례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해파리에 쏘이거나 어패류 음식물에 의한 중독 사례 등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연령에 따라 물질에 노출되는 정도도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벌에 의한 중독 피해 사례는 벌초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60~80대 어르신에게 많다.

화학물질 정보는 중독관리센터에서 제공

이성우 교수 사진(2)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중독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가지 예방책이 있다. 예를 들어 약 포장재를 뜯기 어렵게 만드는 전략은 수동적 예방에 해당할 수 있다. 수동적 예방의 경우 완벽한 예방책이 될 수 없는데, 어린 아이가 약을 잘못 섭취해 중독되는 사고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부모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중독물질을 아이 손에 닿지 않도록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혈압약은 한 알만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약장을 만드는 것을 능동적 예방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화장실을 갖고 있는 가정집에서는 청소와 소독 과정에서 중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 창문까지 없다면 락스와 같은 독성물질을 사용할 때 공기 중에 유독물질이 퍼져서 위험할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충분한 환기상태를 유지하는 등의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화학제품을 허가 용법 및 용량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활화학제품의 성분, 사용 시 주의사항, 부작용 및 응급조치 요령 등을 미리 파악하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화학제품에 노출됐다면 그 부분을 깨끗이 닦아내 노출 시간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이미 노출됐거나,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면 우리 센터(헬프콜: 1588-2221)에서 독성물질 정보와 물질별 응급처치 방법에 대해 확인할 것을 권한다. 증상이 나타나거나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를 즉시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EDITOR: 박정연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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