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낮은 초미숙아
극정밀 진료로 살려낸다
최의경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를 축소하는 병원이 많다.
상급종합병원조차 최소 규모로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고려대 구로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NICU) 공간을 확장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적극 충원해 귀중한 새 생명들을 살려내고 있다.
이 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장을 맡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최의경 교수를 만나 미숙아 집중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출산율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신생아중환자실은 여유롭지 않다.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산모, 시험관시술로 인한 다태아 임신 등이 늘면서 조산아 등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신생아는 줄지 않았다." 최의경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얘기다. 조산·저체중·선천적 기형·호흡곤란 등으로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들은 상태에 따라 며칠에서 몇 달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다.
특히 요즘은 임신 37주 이전의 조산아가 많다. 산모에게 고혈압·당뇨·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갑상선 기능 이상 등 호르몬 문제, 임신 중 흡연이나 음주, 쌍둥이 등 다태임신, 이전의 조산 이력,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조산아 비율은 2020년 8.5%에서 2022년 9.7%로 증가했다. 유럽 국가들의 조산아 비율은 약 6~7%다.
태아는 임신 초기와 중기를 거쳐, 후기에 해당하는 28~40주 때 몸이 급격히 자란다. 뇌가 성장하고 신경 연결이 복잡해지며 성숙한다. 출생 후 호흡할 수 있도록, 폐가 발달하는 것도 이 시기다. 소화기계와 면역체계가 발달하고, 근육과 뼈가 강해진다. 청각·시각·촉각 등 감각이 생기며, 남녀 생식기가 완전히 분화한다.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성장해야 하는데, 일찍 태어나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게 된다.
생존 한계를 뛰어넘는 치료
"조산아 중에서도 23~24주 이전에 태어난 아이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돼 소생술도 하지 않아요. 그러나 보호자들이 원하면 생존한계를 극복하고 살리는 데 도전하게 됩니다."
최 교수는 현재 입원 중인 한 아이 사례를 소개했다. 엄마 아빠가 난임으로 오래 고생하다가 시험관시술로 어렵게 임신했다.
"다태아로 고위험 임신에 해당하는데다, 산모가 고령에 기저질환도 있어 조산이 예상됐어요. 최대한 시기를 늦추려 노력했지만 일찍 양수가 터졌고, 몇 주를 더 버텼지만 결국 24주 5일 만에 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530g이었죠. 이 정도 체중이면 생존율을 50%로 보는데, 안타깝게도 한 아이만 살았습니다."
아기는 출산 직후, 응급 처치를 받고 인큐베이터로 옮겨졌다. 모든 장기가 다 미성숙했다. 무엇보다 양수 없이 뱃속에서 버티느라 폐가 발달하지 못했고, 호흡에 문제가 많았다. 더 일찍 출생했다면 생존이 불가능했으므로, 만성폐질환은 어쩔 수 없었다. 오렌지보다 작은 아기 얼굴에 인공호흡기가 달렸다. 입에 꽂힌 튜브를 통해 산소가 기도를 지나, 폐에 공급된다.
위장관도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무엇도 먹을 수 없어 수액을 주사했다. 피부가 너무 얇아 투명해 보이는 아기 몸에서 정맥을 찾았다. 혈관이 너무 가늘기 때문에, 머리카락 굵기의 특수 카테터를 밀어 넣었다. 피하지방도 없는 미숙아의 배꼽 혈관, 팔 혈관, 다리 혈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했다.
최 교수는 "28주 미만의 초미숙아에겐 일반 신생아들에게 쓰는 소량도 너무 많을 때가 많다"며 "체중·수유량·소변량 등에 맞춰 0.25㏄처럼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신중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너무 극소량이라 주입이 어려울 때도 있다. 오류가 없도록 100배 희석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의료진들의 세심한 노력이 아기들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밀한 케어와 협진 체계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24시간 내내 심박수·호흡·산소포화도·혈압 등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즉각 대응한다. 일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도록, 인큐베이터 여닫는 횟수도 최소화한다. 구토물·대소변을 치우거나, 검사·치료·수유 등으로 열어야 할 때도 철저한 위생 관리로 감염에 주의한다. 그렇게 살얼음판 같은 긴장 속에서 8주를 보냈다.
미숙아는 호흡과 수유를 동시에 조절하지 못해 질식할 위험이 있다. 콧줄 수유는 미숙아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영양을 공급하는데 필수적이다. 콧구멍에 꽂힌 튜브를 통해 모유·분유가 식도를 지나 위에 전달된다.
24주 차에 530g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100일을 맞았다. 열심히 성장한 덕분에 인공호흡기를 뗐다. 기도 삽관 대신 코로 산소를 공급하여 스스로 호흡할 수 있게 됐다. 체중이 출생 당시보다 6배로 늘고 산소포화도가 안정되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소아 정형외과 치료 등 몇 가지 치료를 더 받기로 했다.
양수 없는 뱃속에서 쌍둥이 형제와 비좁게 지내느라 발목이 틀어졌다. 발바닥이 안쪽을 향한 내반족이었다. 아킬레스건을 늘리는 시술을 하고, 깁스로 모양을 바르게 잡아줬다. 걷는 데 문제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치료할 예정이다.
이처럼 아픈 신생아를 키우는 데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퇴원한다고 끝이 아니다"라며 "자라는 동안 소아 안과, 소아 이비인후과, 소아 신경과 등에서 망막증, 난청, 발달지연 등을 추적 관찰하며 진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살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아이와 부모 그리고 여러 의료진의 노력이 하나하나 모이면 죽을 것 같던 아이가 살아나고, 평생 누워 지낼 것 같던 아이가 앉거나 걷고, 말을 못할 것 같던 아이가 노래를 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며 "그랬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걸 보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서울 서남권역 내 20병상을 운영하는 유일한 상급종합병원 시설이다.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산모 및 태아·신생아 치료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저출산 시대지만 2023년 1월 신생아중환자실과 신생아실 공간을 확장하는 등 리모델링 공사를 시행했다.
병상 간 거리 2.0m를 유지하고 있으며, 음압격리병실 3개를 갖춘 선진화된 시설이다. 특히 최신 인공호흡기와 모니터링 장비를 구비했으며, 일산화질소 치료와 저체온요법 등을 위한 장비도 있어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
젊은 의사 지원이 줄어 전공의는 없지만, 그래도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의료수가가 개선되고 병원의 노력으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신생아 세부전문의 2명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5명 등 총 7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아이들은 간호사가 키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간호 인력이 정말 중요한데, 우리 병원은 숙련된 경력 간호사들이 많다. 환자를 위한 일이라면 뭐든 노력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그래서 더 다양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역량을 향상하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는 신생아 전문의 한 명이 살려낼 수 없다. 입원 후 환자에게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각 분과 및 타과와의 협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소아청소년과의 소아 심장, 소아 신경, 소아 내분비, 소아 호흡기, 소아 신장, 소아 소화기영양 등 각 분과 전문의 협진 프로토콜이 마련돼 있다. 퇴원 후에도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추적 진료를 진행함으로써 진료의 질을 높이고 있다. 출산 전까지 산모와 아이를 책임져주시는 산부인과는 물론, 조산아와 신생아의 응급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외과와도 긴밀하게 협진하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을 검사·진단·치료하는 소아정형외과, 장기적인 뇌신경 발달에 영향을 주는 재활의학과, 안과, 이비인후과까지 꼭 필요한 진료과와의 협진 체계가 폭넓게 잘 갖춰져 있다. 신생아들은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검사가 어려운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영상의학과 및 진단검사의학과와 협업도 매우 잘되고 있다. 감염관리실도 철저한 감염관리를 통해 진료 수준을 높여주고 있다. 영양사, 약사와도 정기적으로 회진을 함께 한다. 신생아들의 부모님들의 사회, 경제적인 도움, 정서적인 도움을 위해 사회사업팀이나, 소아완화의료팀도 노력하고 있다.
전에는 이른 시기에, 작게 태어난 아이들을 보는 것이 의사로서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부모가 없거나, 사회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픈 아이들을 보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임신기간 25주에 700g정도로 태어난 아기가 있었는데, 엄마는 미혼 상태였고 한국에 잠시 여행 왔다가 아이를 낳고 다음날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이는 상태가 아주 안 좋았다.
생후 1주일 사이에 뇌출혈이 크게 생겨 중증 장애가 생길 수 있는 상태에서 생사 고비를 넘기는데, 부모가 없으니 진료를 하는 데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 아이는 1년 넘게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그 사이 심장, 장, 눈 등 여러 응급 수술을 받았다. 부모 동의서 없이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엄마가 외국인이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진료비가 엄청 올라갔고 경찰서 등과 회의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아이는 서서히 좋아졌고 결국 좋은 후원시설과 연계가 돼 위탁시설로 퇴원했다. 치료를 받은 뒤 말도 하고 걷는 모습을 보고 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돌봐준 모든 의료진과 병원관계자분들께 감사했다.
신생아 중환자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밀하게 치료하는가에 따라 치료 경과가 달라진다. 우리는 환자를 최대한 꼼꼼하게,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혼자서는 실수도 할 수 있기에 여러 직종의 의료진이 함께 아이 상태를 살핀다.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지 여러 의료진이 함께 상의하기도 한다. 많은 미숙아를 봐왔지만 경과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아이에게 최선의 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 매번 고민한다. 최신 치료를 국내외 연구결과를 분석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논문 분석 등도 꼼꼼히 한다. 또한 첨단 의료 장비도 효과가 좋으면 최대한 빨리 도입하고자 노력한다.
- EDITOR: 이주연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