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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 갖고 태어난 신생아,
수술로 건강하게 살린다

신생아 사진

나영현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서 신생아의 외과적 치료를 돕고 있다. 고령 산모와 시험관 임신이 늘면서 조산이나 미숙아 출산 비율도 높아졌다. 나 교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를 담당한다. 출생 당시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적절한 수술을 시행한다. 나 교수를 만나 고려대 구로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서 하는 일을 물었다.

오후 11시. 평범한 사람이라면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고려대 구로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의료진이 분주해졌다. 출산 예정일이 한참 남은 산모의 분만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산모는 쌍둥이를 임신했다. 담당 산부인과 교수는 불안한 눈길로 산모 복부에 초음파를 가져다 댔다. 얼마 전 검사에서 태아의 상태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기 출산을 결정했다.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신생아는 고작 1.4kg 밖에 되지 않았다. 산부인과 교수의 '콜'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나영현 소아외과 교수는 이 작은 생명체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다행히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상태가 양호하다.

하지만 다른 아이는 작은 배가 잔뜩 부풀어 오른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아기 상태는 위태롭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확인한 순간 나 교수는 바로 수술을 준비한다. 수술방까지 갈 수도 없는 신생아는 중환자실에서 바로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상황을 전달받은 마취과 교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새벽 3시. 태어난 지 채 몇 시간도 안 된 아기는 중환자실에서 그렇게 수술대에 누웠다.

아기는 장간막에 구멍이 생겨 소장이 말려 들어가 꼬여있는 상태였다. 장이 이미 썩기 시작한 상황이라 의료진은 살릴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장 나머지 부분을 절제해야 했다. 아이가 엄마 배 속에 조금 더 있었다면 장이 모두 썩어버렸을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쌍둥이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 분명하다.

나 교수와 동료 의료진의 집도 아래 아이는 다행히 생명의 위기를 넘겼다. 상황이 좋아지면 한두 달 정도 후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이렇게, 신생아의 생명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의사다.

신생아 탈장, 수술로 건강하게 회복 가능

나영현 교수(1)
고려대 구로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서 신생아의 외과적 치료를 담당하는 나영현 소아외과 교수.
갓 태어난 신생아는 매우 작을텐데,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할 수 있나.

상황마다 제각각이라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태생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라도 출생 후 아이의 전신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아기가 불안정한 이유가 명확하다면 빠른 수술을 결정한다.

신생아에게 가장 많은 질환은 무엇인가.

탈장이 가장 많다. 부모는 어린 아기에게 칼을 대는 것에 대해 많이 걱정하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크게 어렵거나 위험한 수술은 아니다. 대부분은 수술 후 회복도 잘 된다.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생아 수술은 성인 수술과 많이 다를 것 같다. 수술을 하며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나.

아이가 수술 이후 살아갈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수술 자국이 크게 남지 않도록 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의사생활 초기에는 최대한 빠르게 수술하고 마취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몸에 남은 수술 상처가 계속 눈에 밟히더라. 지금은 수술 과정이 다소 번거로워지더라도 상처를 적게 남기는 방식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소아외과 선생님들이 그렇다. 사실 아이는 작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절개를 최소화하는 복강경 로봇 수술을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등 다른 과 의료진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고려대 구로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구성원이 모여 회의를 한다. 입원 환자, 특히 곧 분만 예정인 산모와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는 환아 상태를 브리핑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다. 또 신생아중환자실을 정기적으로 회진하며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상황이 위급한 신생아를 치료하려면 의료진 간 직접적인 협진이 필요하다. 산부인과 외래에서 산전 검사를 하다 문제를 발견하면 출산 이전부터 외래 협진을 통해 산모와 보호자를 면담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생아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 부모님들 걱정이 클 것 같다.

걱정하는 마음에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더 큰 위험이 생기는,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 분명히 있다. 그 내용을 충분히 설명 드린다. 동시에 의사로서 아이에게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심으로 약속하며 보호자분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한다.

소아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외과 수련을 받을 때 소아 탈장 환자를 담당한 적이 있다. 성인 환자와 비교할 때 아기가 너무 작으니,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러던 중 담당 교수님께서 소아외과를 제대로 배워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셔서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하게 됐다. 모든 진료과가 그렇겠지만 소아외과는 교육부터 진료까지, 모든 과정이 엄격하게 관리된다. 수련병원도 학회 차원에서 까다롭게 체크한다.

회복 후 장난치는 아이 보며 느끼는 행복

나영현 교수(2)
나영현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태어나자마자 큰 수술을 받았던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온통 병원을 헤집고 다니는 장난꾸러기가 된 모습을 보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수술이 있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수술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아기가 희귀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수술들이다. 소아외과에서 어려운 케이스로 손꼽히는 건 아기가 항문이 없이 태어난다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담도가 없어지듯이 막혀버리는 사례 등이다. 이런 수술은 까다롭지만, 원인이 분명해 수술만 잘 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희귀한 케이스는 처음에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 고통스럽다. 예를 들어 아기 배 안에 문제가 생긴 것이 확실해 배를 열어보니 위가 녹아 있었던 경우가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장이 괴사돼 있기도 하다. 이럴 때는 의료진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간혹 이런 아기를 만나면 동료 의사들과 매일 논의하며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소아외과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아이를 낳고 보면 산전 검사에서 미처 확인되지 않았던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부모님들이 많이 당황하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수술하는 제 마음도 무겁다. 특히 예후가 안 좋을 수 있는 아기 환자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걱정하며 지켜보던 아기가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때, 또 경과 관찰을 위해 외래에 왔는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낀다. 아이가 장난꾸러기가 돼 병원을 뛰어다니며 장난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마지막으로 아기의 수술을 앞둔 부모님들께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아이를 치료하는 저희 의사들은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걸 먼저 말씀드린다. 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과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모든 부정적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려드릴 수밖에 없다. 걱정이 되실 것이다. 그때는 최선을 다하는 우리 의사들을 믿어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 EDITOR: 홍은심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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