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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림프관 조영장비' 개발
"림프부종 더 이상 불치병 아닙니다"

김덕우 교수

자체 개발한 림프관 조영장비로 진찰 중인 김덕우 교수.

우리 몸속 혈액은 혈관을 통해 흐르고, 세포와 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맑은 체액(림프액)은 림프관을 통해 흐른다. 이 림프액은 다시 중심 정맥을 통해 혈액과 섞이는데, 간혹 림프관이 막혀 림프액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면 부종이 발생한다. 바로 림프부종이다. 과거에는 못 고치는 병으로 인식돼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치료 가능한 분야로 인식이 바뀌었다. 림프부종 수술의 새 역사를 써나가는 고려대안산병원 성형외과 김덕우 교수를 만나봤다.

한 젊은 여성 환자가 유방암이 상당히 진행된 채로 병원을 찾았다. 암은 이미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로 한쪽 팔은 부종이 워낙 심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상태였다. 김 교수가 이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 환자는 팔의 림프부종 탓에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김 교수는 우선 유방절제술로 암을 제거한 뒤 일주일 후 림프부종 수술을 시행했다.

결과는 대만족. 치료하려는 의지조차 없을 만큼 우울증이 심했던 환자는 팔의 부종이 사라지자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김 교수는 "림프부종은 충분히 치유 가능한 병"이라며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발생 확률, 여성이 남성보다 20배 높아

고려대안산병원 성형외과 김덕우 교수.

림프부종이 발생하는 원인은 선천성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 유방암이나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의 여성암 수술을 받으면서 발생한다. 그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20배 이상 높다. 실제 림프부종 환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간혹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남성에게서 림프부종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극히 낮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이 진행되면 겨드랑이의 림프절을 절제하는데, 그렇게 하면 팔에서 올라온 림프액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팔이 붓는다. 마찬가지로 난소암이나 자궁암 수술을 하면서 골반 벽 주위의 림프절을 많이 절제하면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림프부종이 발생하면 초기 6개월 정도는 림프 마사지, 압박스타킹이나 붕대를 이용한 물리치료 등을 받는데, 약 50%의 환자는 물리치료만으로 상태가 호전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코끼리 다리처럼 비대해지거나 피부에 심한 주름과 함께 각질이 생긴다. 또한 세균 감염으로 팔다리가 빨갛게 붓고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못 고치는 병으로 여겨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는데, 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해졌다.

0.3mm 림프관 연결하는 초고난도 미세수술

물리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아도 효과가 없을 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림프부종이 발생한 지 1년 미만인 초기 환자는 '림프정맥문합술'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수술은 팔이나 다리를 지나가는 림프관을 정맥과 연결해 막혀 있는 림프액이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하는 수술이다. 0.3mm의 림프관을 연결하는 작업은 초고난도 기술이기 때문에 반드시 미세수술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림프부종이 1년 이상 진행되거나 증상이 심하면 림프관 자체가 파괴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림프관과 정맥을 연결해도 오히려 정맥에서 림프액을 역류시키는 현상이 생기므로 '림프절 이식술'을 권한다. 이 수술은 림프절이 파괴된 부위에 환자 몸 다른 곳의 림프절을 떼어서 이식하는 방법이다.

다리에 림프부종이 심한 환자는 주로 겨드랑이 림프절을 채취해서 허벅지 안쪽에 이식하고, 팔에 림프부종이 심한 환자는 서혜부에서 림프절을 채취해 겨드랑이에 이식한다. 이때 림프절만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림프절에 연결된 혈관을 같이 채취해서 이식할 부위의 혈관에 연결해주는 과정을 거친다. 이 역시 수술현미경을 동원해 매우 작은 수술 바늘로 봉합하는 고난이도의 수술이며 평균 6시간 정도가 소요될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수술이다. 앞서 말한 림프정맥문합술보다 회복시간은 더 걸리지만, 림프부종이 상당히 진행된 후기에서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림프절 이식술로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만큼 코끼리처럼 비대한 다리를 가진 경우는 림프절 이식술과 함께 지방흡입술이나 피부절제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비대해진 다리를 지방 흡입으로 직접적으로 줄여주거나 늘어진 피부를 절제하고 봉합하는 방법이다.

국내 최초 '림프관 조영장비' 개발 성공

김덕우 교수가 2016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림프관 조영장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림프정맥문합술은 림프부종 발생 초기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림프관의 지름이 워낙 작고 투명해서 위치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장비가 없던 과거에는 국내 성형외과 의사들의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수술 시작 후 림프관을 무작위로 찾는 작업을 시행해야만 했다. 절제한 부위에 림프관이 없을 경우는 다시 닫고 다른 부위에서 찾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는 수술의 성공 확률도 낮을뿐더러 의사에게는 장시간의 수술시간이 소요되고,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흉터가 남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림프관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해왔으나 너무 고가의 장비라 국내 도입은 어려웠던 상황. 김 교수는 '그렇다면 직접 한번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고 2015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적외선 카메라와 발광 다이오드(LED), 필터를 각각 다른 나라에서 수소문해 구한 뒤 조합을 시도했다. 물론 의료공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개발자이면서 동시에 사용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어 오히려 개발시간이 단축됐다. 김 교수는 여러 번의 수정 과정을 반복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고, 마침내 2016년 국내 최초로 '림프관 조영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 장비를 다른 여러 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까지 이전해줘 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영제를 주입하고 30분 후면 장비를 통해 우리 몸의 림프관이 어디로 지나가는지 한눈에 살펴보는 게 가능해졌다. 즉, 림프관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서 절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시간은 단축되고 불필요한 흉터를 남기지 않아 환자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이 진단장비를 통해 림프정맥문합술의 대상자를 사전에 가려낼 수 있다는 점도 획기적인 변화였다. 진단장비가 없던 과거에는 이 수술을 적용할 수 없는 환자임에도 무모하게 시도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진단장비를 통해 림프관을 먼저 확인하고, 림프관이 아예 안 보일 만큼 부종이 심하게 진행된 환자는 바로 림프절 이식술을 시도할 수 있어 환자와 의사 모두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림프부종 수술 이후에는 꾸준한 물리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간혹 환자들이 "수술하면 완치가 되나요?" 하고 질문할 때면, 김 교수는 "지금 부어 있는 쪽과 반대쪽의 중간 정도"라고 답한다고 한다. 과도한 기대감으로 수술 후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만, 눈에 띄는 효과 덕분에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100% 완치가 없기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림프부종을 불치병이라 여기기도 한다. 수술하는 병이 아니라 물리치료로 관리하다가 상태가 악화하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림프부종도 치유 가능한 질환으로 점차 인식이 바뀌고 있고, 이 중심에 바로 김 교수가 있다. 김 교수는 "모든 의학이 그렇지만 성형외과 영역도 정체된 부분이 있다"며 "그중 림프부종은 치료술이 새로 발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젊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도전하고 연구하기에 가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림프부종 수술 '기초연구' 더 필요

김덕우 교수는 "림프부종 수술과 치료는 젊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새롭게 도전하고 연구하기에 가치 있는 분야"라며 자신의 길에 많은 동료·후배 의사들이 함께해주길 희망했다.

현재 고려대안산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수술을 도입해 초기 림프부종부터 코끼리 다리처럼 심해진 후기 림프부종 환자까지 모두 좋은 결과를 나타내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으로부터 림프부종 환자 치료를 의뢰받고 있다.

매년 수많은 림프부종 수술로 환자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하는 김 교수에겐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수술받은 환자들이 대부분 만족할 만한 치료 효과를 경험하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한 상태다. 학문적으로 이 수술이 생리적으로 어떤 효과를 주는지, 어떤 기전에 의해 호전되는지, 림프액은 어디서 유입되는지 등 기전을 구체화하는 기초연구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림프관 조영장비를 개발하던 때를 회상하며 고려대의료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고려대의료원은 제가 진료를 잠시 접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진료 실적에 쫓겨 교수를 수술하는 사람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는 점에서 최고의 연구중심병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료와 연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김 교수는 하루하루 림프부종 치료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 EDITOR: 김경민
  • PHOTO: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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