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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기형부터 두경부암 재건수술까지
3D 프린팅·증강현실로 미래 의학 이끈다

유희진 교수

고려대안산병원 성형외과 유희진 교수.

두개악안면외과는 성형외과의 한 분야다. 두개골과 안와, 안면 부위에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이나 사고로 생긴 손상, 질병 등 후천성 변형을 치료해 기능적 회복과 심미적 복원을 돕는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3D 프린팅을 의료 기술에 적용해 환자 개인별 맞춤형 진단 방법을 연구개발하는 중이다. 꾸준한 연구로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고려대안산병원 성형외과 유희진 교수를 만났다.

두개악안면 수술은 다양한 분야의 수술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주로 안면부 외상 환자로 코와 턱, 안와, 광대뼈 등의 골절 수술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최근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구순구개열, 두개골조기유합증 등 선천성 기형 환자의 숫자는 줄었지만, 병원이 위치한 안산지역 특성상 외국인 환아들의 내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두경부 쪽에 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암을 먼저 제거한 후 재건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뇌 아래부터 가슴 윗부분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두경부암으로 총칭하는데 구강암, 설암, 후두암, 침샘암 등이 대표적이다. 암 제거수술은 이비인후과, 수술 후 결손 부위를 재건하는 유리피판술은 두개악안면외과(성형외과)가 담당한다. 암 제거와 재건 모두 중요한 만큼 두 과의 협진은 필수적이다.

유리피판술은 허벅지나 종아리에서 채취한 피부와 연부조직 및 뼈 조직으로 혀, 인·후두, 식도, 턱뼈 등을 재건해 말하고 씹고 삼키는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외형적 측면도 함께 복원하는 수술을 말한다. 채취한 조직이 결손 부위에서 생착하기 위해서는 혈류가 공급돼야 하므로 현미경을 통한 미세수술을 통해 공여부와 결손부의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술시간도 길고 고도의 술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어려운 과정이지만 두경부암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꼭 필요한 수술이다.

환자의 얼굴을 CT로 촬영해 AR 증강현실로 바라본 모습(위)과 이를 활용해 정밀도를 높인 유희진 교수의 두개악안면 수술 장면.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한 다학제 진료

유 교수는 턱뼈까지 침범한 구강저암과 식도암, 두 군데의 원발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입안과 턱뼈를 잘라내고, 식도를 절제한 뒤 위를 끌어올려야 하는 수술이었다. 먼저 이비인후과에서 구강저암 및 턱뼈 절제술을 시행했고, 이때 유 교수는 종아리뼈를 채취해 턱뼈를 재건하며 팔의 피부를 떼어내 유리피판술로 얼굴에 이식했다. 이후 흉부외과와 위장관외과에서는 식도 전체를 잘라내고 위를 끌어올려 식도 모양으로 재건하는 수술을 마쳤다.

한 명의 환자를 위해 5개 과가 협진했던 수술로 꼬박 하루 이상 걸린 대수술이었다. 이처럼 고려대의료원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선사한다. 유 교수는 크게 두경부암 다학제팀과 피부암 다학제팀에 속해 있다. 이비인후과와 피부과, 성형외과는 물론 방사선·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판독하는 영상의학과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을 판독하는 핵의학과, 병리 진단에 도움을 주는 병리과와 방사선종양학과 등 다양한 과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힘쓴다.

이때 성형외과의 경우 해당 과에서 먼저 암을 절제한 뒤 결손 부위에 유리피판술을 시행해야 하므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형외과 수술만으로도 3~8시간이 소요돼 전체 수술시간으로 보면 하루 종일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

유 교수는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 하는 수술인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환자 입회하에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보호자에게 치료법과 과정을 설명하거나 여러 환자에 대해 상의하는 다학제 토의시간도 있다"는 것. "특히 고려대안산병원은 젊고 열정이 넘치는 의료진이 많아 수술하다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바로바로 협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게 유 교수의 부연 설명이다.

‘선천성 기형’ 조기 치료 중요

두개악안면 수술에는 후천성 질병이나 손상 외에도 선천성 기형인 구순구개열, 두개골조기유합증, 사두증 등이 있다. 특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구순구개열은 동양인에게서 발병률이 높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구순구개열 환아들의 경우 단순한 입술갈림증도 있지만, 구개열이 동반될 경우 구강과 비강의 분리가 되지 않아 만성적으로 비염, 중이염에 시달릴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음식 섭취나 발음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보통 100일 전후로 입술 수술, 돌 전후로 입천장 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상악 발달이 저하되므로 학령기에 치조골 이식술이 필요하거나 성인이 된 후 입술 및 코 성형, 양악수술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또 다른 선천성 기형인 두개골조기유합증은 두개골을 이루는 뼈들의 유합 과정이 너무 일찍 일어나 머리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거나 뇌 성장이 억제될 수 있는 질환이다. 아기들은 뇌의 성장에 따라 머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두개골 사이의 봉합선이 열려 있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두개골이 비정상적으로 조기에 유합될 경우 성장하면서 머리통의 앞뒤가 지나치게 짧거나 한쪽만 찌그러지는 등 모양에 변형이 온다. 만일 적절한 시기에 수술하지 않으면 뇌압이 상승해 인지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어 반드시 수술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이 경우 신경외과와 협진해 조기 유합된 봉합선을 절개하고 두상 모양을 바로잡는 두개성형술을 시행한다.

미얀마에서 의료 봉사 중인 유희진 교수. 전문의를 딴 2013년 이후 매년 아시아권 나라들로 의료 봉사를 다닌다.

두개골조기유합증처럼 질병이 아니라 잘못된 자세 때문에 아기의 머리통이 찌그러진 경우도 있다. 주로 한쪽으로만 눕혔을 때 발생하는 사두증이다.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성장하면서 얼굴 비대칭이 올 수 있으므로 미용을 위해서라도 조기에 헬멧 치료 등으로 교정하는 것이 좋다.

유 교수는 2013년에 전문의를 딴 이후로 선교단체와 함께 매년 미얀마, 몽골 등 구순구개열 환자가 많은 아시아권 나라들로 의료 봉사를 다닌다. 현지의 병원에 있는 선교사들이 일정에 맞춰서 환자를 모아놓으면 유 교수팀은 3박 4일 일정 중 2~3일을 온전히 수술에 쏟아 붓는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한국이라면 돌 전후로 마쳤을 수술을 40~50대가 될 때까지 평생 안고 살아온 환자도 종종 만난다. "이들 환자들에게 구순구개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신 있는 미소를 되찾아줬을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는 게 유 교수의 이야기다.

구순구개열 수술이 의료 봉사의 주된 목적이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화상 환자, 봉합 환자, 종양 환자 등 다양한 환자들을 만난다. 한번은 뜨거운 물에 손을 넣어 화상으로 손가락이 달라붙은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수술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미얀마 현지에서 할 수술이 아니라고 판단해 그 환자를 고려대안산병원으로 어렵사리 데려왔다. 의료비 지원은 물론 환자의 붙은 손가락을 떼어주는 데 성공했을 때가 7년 동안의 해외 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 교수는 "매년 의료 봉사로 여러 지역을 다니며 보람과 재미를 느꼈는데 아쉽다"며 빨리 안정이 돼 다시 의료 봉사를 떠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3D 프린팅·증강현실로 미래 의학 선도 꿈꿔

유희진 교수는 "3D 프린팅은 물론 4D 프린팅과 증강현실은 의료 쪽에 활용도가 굉장히 높은 기술"이라며 미래 의학을 위한 기술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두개악안면 수술 방법은 대동소이하지만,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이 의료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만 사용되던 3D 프린팅과 의료 기술의 융합이 바로 그것이다. CT로부터 얻은 자료를 3D로 구현하면 환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3D 프린팅을 적용해 환자의 개인 맞춤형 의료 제품을 제작할 경우 수술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유 교수도 수술 방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두개악안면 수술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턱뼈 재건 시 3D 프린팅으로 수술계획을 시뮬레이션해보거나 수술 시 고정에 필요한 플레이트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유 교수는 "3D 프린팅은 물론 4D 프린팅과 증강현실은 의료 쪽에 활용도가 굉장히 높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의 수술 방법은 수술할 부위의 뼈를 CT로 촬영한 뒤

2D 화면을 보며 손상된 부위를 추정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CT 영상을 입체적으로 재현해주지만 특히 얼굴뼈는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증강현실이 도입된다면 3차원 공간에 홀로그램을 띄워 환자 얼굴에 직관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2D 화면보다 수술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수술실 내부에서 CT를 보고 수술대로 이동하는 등의 시간을 없앨 수 있어 수술시간도 더욱 단축될 것이라는 게 유 교수의 생각이다.

최근 유 교수는 증강현실에 관련된 연구에 한창이다.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두경부 및 두개악안면 수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영상을 환자의 얼굴에 증강현실로 투영해서 볼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아직은 병원에서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지만, 연구를 계속한다면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기술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는 유 교수. 환자의 효율적인 진료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가 국내 최초로 증강현실 기술 접목에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

  • EDITOR: 김경민
  • PHOTO: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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