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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군 신장 이식도 거뜬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초음파 진찰 모습

초음파를 이용해 신장 부위를 진찰 중인 모습.

강낭콩 모양의 주먹만 한 크기의 신장. 흔히 콩팥이라고 부른다. 생긴 건 콩인데 색깔이 팥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신장이 하루에 여과하는 혈액량은 무려 180ℓ. 대부분 재흡수하고 노폐물과 함께 소변으로 배설하는 양은 1~2ℓ에 불과하다. 이 신비의 장기, 신장이 고장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려대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에게 물어봤다.

우리 몸에서 신장은 척추 양쪽 허리 윗부분에 하나씩 2개가 있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지면 노폐물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몸속에 독성 성분이 쌓여 요독증이 발생한다. 요독증은 식욕부진, 부종, 고칼륨혈증, 수면장애, 무기력감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상태가 악화돼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하면 신장 기능을 대신할 대체요법인 복막 투석이나 혈액 투석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결국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 다행인 건, 신장이 2개라는 사실이다. 건강한 기증자가 신장을 하나 기증하면 기증자와 환자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정 교수는 "생체 신장 이식의 경우 신장 기증 후 신장이 하나밖에 없어 신기능에 장애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 장기간에 걸친 추적조사 결과 기증자의 남은 신장이 정상적인 신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매년 전국적으로 2000여 명의 환자들이 신장 이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 하나 기증해도 건강에 문제없어

신장 이식은 간 이식과 마찬가지로 뇌사자 이식과 생체 신장 이식 두 가지로 나뉜다. 뇌사자 신장을 이식받기 위해서는 말기 신부전으로 복막 투석이나 혈액 투석 같은 신대체요법을 시작한 환자에 한해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등록해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뇌사자가 발생하면 대기시간을 포함한 여러 요소를 가지고 점수를 매겨 그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정한 장기 분배가 이뤄진다.

뇌사자 신장 이식은 연간 900~1000건이며, 전체 신장 이식 건수의 40% 정도에 해당한다. 나머지 60%의 생체 신장 이식까지 합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000~2500건의 신장 이식술이 이뤄진다.

고려대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

장기 기증 선진국을 살펴보면 인구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 수(pmp)가 스페인은 48명, 미국은 33명 정도 되며, 뇌사자 장기 이식이 전체의 80%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만 명당 10명 안팎으로 기증률이 저조해 뇌사자 장기 이식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생체 신장 이식 기증자는 주로 환자의 가족이나 친지다. 신장 2개 중 하나를 기증하는데,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없어야 가능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의 안전이다. 이식 수술을 할 때 두 개의 신장 중 기능이 뛰어난 것을 남겨둔다. 기증자가 하나의 신장으로도 평생 동안 건강하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954년 미국에서 세계 첫 생체 신장 이식이 시행된 이후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신장 기증자가 수술 이후에도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가족 간에 생체 신장 이식이 많이 이뤄지다 보니 정 교수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한 60대 부부 사례인데,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는 남편에게 아내가 신장을 기증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내에게 고혈압이라는 기저질환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기증이 어려웠는데, 아내의 고혈압 증상이 약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딸이 혈액 투석을 하는 엄마에게 신장을 기증하려고 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30대에 불과한 딸에게 고혈압이 발견됐다. 딸은 체중을 조절하고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했지만, 엄마가 딸의 신장을 절대로 받지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딸이 본인처럼 신장이 나빠져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대상포진·바이러스 등 감염 주의해야

환자가 신장 이식술을 받으면 기존의 한쪽 신장은 심한 요로감염이나 단백뇨 배출 등의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 절제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보통 오른쪽에 신장을 이식하지만 혹시 췌장 이식을 고려하거나 재이식을 한다면 왼쪽에 이식하기도 한다. 이식된 신장이 제 기능을 하면 정상적으로 소변을 만들고 노폐물을 배출한다.

뇌사자의 경우 사고사나 뇌출혈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급성신부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뇌사가 진행돼 신장 기능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급성신부전 상태에서 장기 적출을 시행한다. 적출된 신장은 다행히 이식을 받은 환자의 몸에서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회복 속도는 손상의 정도와 기증을 받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신장 이식술을 받은 환자의 가장 중요한 건강관리 수칙은 면역억제제 복용"이라는 정 교수는 "이때 면역 기능이 떨어져서 일반인들이 잘 걸리지 않는 대상포진, 거대 세포 바이러스 등의 감염과 여러 가지 비특이적 폐렴 등이 잘 걸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억제제를 잘 챙겨 먹지 않거나 잘 먹더라도 거부반응이 와서 기증받은 신장을 못 쓰는 경우도 있다. 거부반응은 전체 환자의 15~20%에서 발생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며, 뇌사자 신장 이식의 경우 15년, 생체 신장 이식은 20년 정도 장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식 후 환자의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서 음식은 싱겁게 먹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과 동물성 기름을 제한하고 적절한 섬유소를 섭취해야 한다. 음주와 흡연을 금지하고, 건강보조식품도 피해야 한다. 정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20년의 신장 수명이 1~2년에 불과할 때도 있고, 잘 관리하면 30~40년 동안 건강한 신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외국인 수술 경험 강점

정철웅 교수는 "신장 이식술 이후에는 대상포진, 거대 세포 바이러스 등의 감염과 비특이적 폐렴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안암병원에서는 연간 40~50건 정도의 신장 이식 수술이 이뤄진다. 올해도 5월까지 21건의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건수 자체는 다른 대형병원에 조금 뒤질 수 있지만, 고위험군 환자를 수술한 경험이 다양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고려대안암병원은 몽골을 포함한 개도국 외국인들의 수술이 많다. 자국에서 투석이 원활하지 않은 만성신부전 환자들에게 신장 이식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에서는 제한된 기증자 중에서 혈액형이 맞지 않아 수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만성신부전에 의한 빈혈 치료를 위해 무분별하게 수혈을 하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높은 항체 수치를 나타내는 경우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환자들이 이곳으로 찾아온다.

정 교수는 "외국인들은 수술 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생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 있는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완벽하게 치료를 마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은 또 고위험군 환자들에 대한 수술 경험을 살리고 연구도 확대할 예정이다. 2022년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가 건립되면 환자 규모가 늘어나고 수술을 원하는 환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신장 이식 수술의 술기는 이미 정립됐다. 신장 이식은 그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수술이 아니다"라며 "고려대안암병원은 가족처럼 진료하는 시스템, 한 환자라도 더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그래서 고위험 환자도 문제없이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환자들의 신장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EDITOR: 임솔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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