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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대기자 6,000명
"심장사 후 간 이식 수술 선도해 나갈 것 "

간 이미지

우리 몸에서 간만큼 많은 기능을 하는 기관도 없다. 탄수화물 대사, 아미노산·단백질 대사, 지방 대사, 담즙산·빌리루빈 대사, 비타민·무기질 대사, 호르몬 대사, 해독 작용, 살균 작용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간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치명적이라는 이야기다. 2018년 출범한 고려대의료원 통합간이식 진료팀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안암병원 장기이식센터 김동식 교수와 함께 간 이식에 대해 알아봤다.

간은 재생 능력이 있어서 관리만 잘하면 나빠졌다가도 정상으로 회복 가능하다. 하지만 급성 간부전, 간경화, 간암 등으로 간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경우엔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특히 다른 치료 방법이 없어 평균 생존기간이 1년이 안 되거나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꼭 필요하다.

자녀가 부모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간의 일부를 기증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간 이식은 뇌사자 간 이식과 생체 간 이식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족 또는 친척 간 생체 간 이식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 정도만 뇌사자 간 이식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뇌사자 장기 이식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기증자보다 간 이식을 원하는 환자가 10배 넘게 많다"며 "그러다 보니 이식을 기다리다가 끝내 사망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고려대의료원 통합간이식 진료팀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안암병원 장기이식센터 김동식 교수.

간 이식 수술 대기자만 무려 6,000명

우리나라 뇌사자 장기 기증률은 2018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8.66명으로 스페인 48명, 미국 33.32명, 이탈리아 27.73명, 영국 24.52명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뇌사자 간 이식 수술 대기자는 6,000명에 이르는데, 실제 수술은 연간 450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족을 중심으로 생체 간 이식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간혹 가족이 아닌 생체 간 이식 기증자도 있는데, 대가성이 없고 순수한 목적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수술이 가능하다.

간을 기증하기 위해서는 기증자의 혈관 모양이나 간의 크기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지방간도 없고 모든 간 기능 수치가 정상 상태여야 가능하다. 보통 전체 간의 60~70%를 차지하는 우측 간을 기증하고, 30~35% 정도의 간은 남겨놔야 한다. 사람에 따라 우측 간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기증이 어려울 수 있다.

간 기능은 수술 후 1~2주 이내에 대부분 정상화되고, 6개월 이내에 원래 간의 크기만큼 재생된다. 김 교수는 "간 이식 수술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증자의 안전과 원활한 회복"이라면서 "기증자가 간 이식을 희망하더라도 30~40% 정도가 기증 대상에서 탈락할 정도로 기증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간 이식 후 관리 잘하면 평생 사용

보통 뇌사자로부터 간 이식을 받을 때는 장기적출팀이 뇌사자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해 적출해오고, 생체 간 이식을 받을 때는 같은 병원에서 기증자와 환자의 간 적출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기증받은 간은 환자의 동맥과 정맥, 문맥, 담도 등의 주요 부위에 연결해야 하는 만큼 매우 세밀하고 정교한 수술이 필요하다.

간 이식은 수술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식을 받은 간이 환자의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인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환자는 수술 이후에도 이식받은 간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먹으며 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갈수록 효과가 개선된 면역억제제가 개발되고 수술 기술이 발달해 합병증은 감소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간 이식 성공률이 평균 90%를 넘기고 있으며, 뇌사자의 간 이식 3년 생존율은 75%, 생체 간 이식 3년 생존율은 85%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기증자와 환자 간 혈액형이 달라도 간 이식 수술이 가능하다.

기증자는 보통 수술 후 1주일 정도면 퇴원한다. 간을 이식받은 환자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2~3주 사이에 퇴원하고 3개월 정도 지나면 직장생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다.

환자가 이식받은 간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김 교수는 "환자에게 특별한 질환이 생기지 않고 심폐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20~30년 이상도 쓸 수 있다. 실제 2000년 이전에 수술한 환자 중에 지금까지 살아계신 분들도 있다"면서 "심지어 환자가 간 이식 수술 후 관리만 잘한다면 이식을 받은 뇌사자 간에 있던 지방간이 없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뇌사자의 간은 전체를 이식하기 때문에 지방간이 있는 경우에도 이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장사 후 장기 기증'도 검토해야

뇌사자 간 이식은 보통 환자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을 때 KONOS를 통해 순번을 배정받는다. 환자의 간 기능과 상태를 입력하면 점수가 나오는데 1점이라도 더 높을수록 순번이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간 이식 대상자의 경우 대기점수가 40점 만점에 거의 40점에 육박해야 순번을 배정받을 수 있다. 환자의 의식이 거의 없고 황달이 심해 피부가 검게 변하고 복수가 차서 투석기를 달아야 할 정도가 돼야 가능한 점수다. 간 이식을 받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30점 전후의 환자들도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다. 수술 전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환자들이 간 이식을 받으면 수술 후 회복도 빠르다. 그렇다고 마냥 장기 기증자를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또 절실한 이유다. 김 교수의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장기 기증자가 인구 100만 명당 3명꼴이었는데 이제는 9명 정도로 많이 늘었다. 그래도 아직 대기 환자에 비해 장기 기증자가 턱없이 모자란다. 특히 우리나라는 간질환 발생률이 높다 보니 미국, 유럽 등보다 간 이식을 대기하는 환자도 많고 간질환 사망률도 높다.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다면 심장사 후 장기 기증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환자의 심장이 멈춘 직후 체온이 남아 있을 때 장기를 쿨링(Cooling) 장치에 넣어 급속히 냉각시켜 장기 손상을 최소화한 후 수술 직전에 장기의 기능을 회복시켜 이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심장사 후 장기 이식이 보편화돼 있다.

김동식 교수는 "간 이식 대기 환자에 비해 장기 기증자가 턱없이 모자란다"면서 "심장사 후 장기 기증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장기 손상이 심하지 않고 가족의 동의가 있다면 심장사 후 장기 이식이 가능하다"면서 "국내 학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논의를 시작했는데, 미국에서의 심장사 후 장기 이식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은 2009년부터 간 이식 수술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아우르는 고려대의료원 통합간이식 진료팀(LT-KURE, Liver Transplantaion &-Korea University Remedy Ensemble)을 출범시켰다. 간 이식 수술이 있을 때는 필요한 의료진이 의료원 산하병원 어디든 환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체 간 이식 90일 생존율 100%

간 이식은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에 걸쳐 굉장히 많은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고, 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에 따라 3개 병원의 인력과 자원, 그리고 운영 프로그램을 하나로 합쳐 더 큰 규모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수술 노하우와 환자 치료 프로토콜을 정립하고 있다.

통합간이식 진료팀은 1년에 50건 이상의 간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통합팀이 출범하고 1년 만에 3개 병원 성적의 향상과 평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수혈량을 절반으로 줄였고 이식 후 90일 생존율을 95% 이상으로 올렸다. 이 중 생체 간 이식의 경우 90일 생존율을 100%까지 끌어올리며 완벽에 가까운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은 결과와 더 나은 환자 만족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이를 진료에 연결하고 있다"는 김 교수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고 수술 건수를 늘리는 다른 대형병원과는 달리 고려대의료원은 규모보다는 환자 중심으로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EDITOR: 임솔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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