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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

빙하의 고향 '알래스카' '세상에 이런 곳이…'
가슴 벅찬 순백순수의 장관

밸디즈와 휘티어 사이의 피오르해안에 갇힌 프린스윌리엄해협. 한여름 햇볕에 퇴각 중인 빙하가 바다로 끊임없이 빙산 조각을 띄워 보낸다.

지상의 어떤 곳이 이렇게 흥분시킬 수 있을까. '빙하의 고향' 알래스카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순백의 순수 그 자체다.
한여름 장마철 먹구름 같은 머릿속을 단박에 청아한 가을하늘로 만든다.

알래스카산맥
초목이 푸르름을 되찾은 한여름 알래스카에서의 기차여행은 특별하다.
저 멀리 만년설이 쌓인 알래스카산맥이 보인다.

미국의 49번째 주 알래스카는 다른 주와는 크게 다르다. 북극해를 낀 오지(북위 51~72도)건만 그 푸근함은 캘리포니아를 능가한다. 미국 내 높은 산 20개 중 17개가 있어도 늘 어머니처럼 품어주는 넉넉한 자연 덕분이다. 그 달콤하고 싱그러운 공기, 침침한 눈을 말끔히 씻어주는 청징한 하늘, 찌든 일상을 한 방에 날리는 순백순수의 빙하, 도시적 교활함과는 멀어 보이는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높은 설산이 그려진 알래스카의 맥주가 또 그렇다.

얼음 땅 청정수로 빚은 블론드(Blonde, 황금빛 머리칼 색)와 앰버(Amber, 붉은 호박 빛깔) 에일(Ale, 상온에서 장기간 상면발효법으로 만든 맥주)의 유혹은 불가항력적이다. 어느 맥주가 그 청량감을 능가할 것인가. 알래스카에서라면 그 한 잔에 생을 몽땅 걸어도 좋을 듯싶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알래스카 하면 내셔널지오그래픽 TV의 다큐 연작 '생명을 건 포획(Deadliest Catch, 2005년부터 15시즌 방영)'이 떠오른다. 알래스카의 베링해에서 한겨울 내내 거친 파도와 싸우며 킹크랩과 스노크랩(초대형 게)을 잡는 선장과 어부 이야기로, 인기가 높다. 이 다큐를 보고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적지 않다. BBC의 '동토의 삶(Life Below Zero)'도 내셔널지오그래픽 TV 인기작이다. 7명의 미국인이 알래스카의 오지에서 제각각 홀로 사냥과 채집, 낚시로 생존하는 현장을 담았다.

알래스카 여행의 적기는 5월 하순~8월 하순이다. 9월이면 벌써 겨울의 시작이라 연중 이 3개월만 여행이 가능하다. 이 시기에 봄과 여름, 가을 등 세 계절이 흐른다. 빙하 속에 꽃이 피고, 눈 위를 새가 날고, 단 하룻밤 새 들판이 야생화로 덮이는 기적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즈음 순록 떼가 질주하는 장관은 이곳에선 일상이나 다름없는 흔한 볼거리다.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니다. 모기 떼로부터 도망치는 순록들일 뿐. 여름이 짧다 보니 모기도 벌처럼 식물수분(受粉)을 돕는다. 게다가 동토의 늪은 모기들의 천국이고 그들도 후세를 남기려니 순록의 피를 빨 수밖에.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가 여기선 순록과 모기로 출연한다. 한여름에도 오로라는 이따금 출현한다.

알래스카에선 자동차 여행이 제격이다. 육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Land-locked)이 있긴 해도 문제될 건 없다. 곳곳을 헤집고 기항하는 카페리 도항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의 주도 '주노(Juneau)' 역시 미국 50개 주도 중 유일하게 배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앵커리지~탤키트나철도여행

알래스카 교통도시인 앵커리지에서 탤키트나까지의 기차여행은 아주 특별하다. 기관사가 임의로 열차를 역이 아닌 곳에서도 멈출 수 있어서다. 이걸 전문용어로는 '플래그 스톱(Flag stop, 깃발을 흔들어 세우기)'이라 하는데, 워낙에 오지이다 보니 사람과 화물을 그들이 원하는 곳에서 태우고 내리도록 한 것이다. 가끔 순록 떼가 나타나면 벌판에 열차를 세워놓고 승객들이 마음껏 구경하도록 배려해준다.

열차 2층 전망칸
알래스카 오지를 오가는 열차 2층 전망칸.
관광객들이 떼 지어 달리며 장관을 연출하는 순록 무리를 보고 있다.
알래스카철도 승무원들
승객을 기다리는 알래스카철도 승무원들.

북위 62도의 탤키트나는 북미대륙 최고봉 디날리(해발 6,193m) 등정대의 전진기지다. 설산에서 녹아내린 빙하수와 눈이 곳곳에서 강을 이뤄 흘러내리다 이곳에서 만나 큰물을 이룬다. 알래스카산맥의 장대한 설산고봉이 지평선과 하늘 사이로 길게 도열한 풍광이 환상적이다.

마을엔 20여 가구 남짓한 오두막이 전부다. 110년 전 개척 당시 모습 그대로다. 가장 오래된 '탤키트나 로드하우스(1914년 건축)'는 여행자 숙소다. 식당에선 빵과 팬케이크를 내고 여행자는 여기를 모텔로 이용한다. 마을엔 등반신고센터가 있는데 거기엔 이곳을 다녀간 세계 각국의 등반대가 남긴 페넌트가 걸려 있다. 여기서 디날리국립공원까지는 기차로 4시간 40분을 더 가야 한다. 국립공원은 순환버스로만 둘러볼 수 있다.

로드하우스
알래스카산맥 아래 북위 62도 오지마을 탤키트나의 로드하우스. 1914년 개척기에 지은 모텔로 여전히 성업 중이다.
레스토랑
앵커리지 시내 레스토랑. 다양한 로컬 비어를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
북미대륙에서 가장 높은 디날리(6,193m 옛 이름은 매킨리)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알래스카산맥을 바라보는 관광객들.

탤키트나에선 디날리봉과 그 주변의 장엄한 알래스카산맥을 상공에서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조종사 출신이 운영하는 세스나기 관광회사 덕분이다. 정원이 4명인 세스나기는 고도 1,000~6,000m 상공을 곡예하듯 오르내리며 거대한 빙하로 덮인 계곡과 디날리의 북봉(5,934m)과 남봉(6,193m)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 투어의 백미는 빙하설원 착륙. 태양이 작열하는 파란 하늘 아래서 순백의 루스빙하 설원은 보석처럼 찬란하다. 인공의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엔 오로지 침묵과 적막만이 감돌 뿐이다.

루스빙하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알래스카산맥의 골짜기를 메운 루스빙하.
경비행기
알래스카산맥의 루스빙하에 잠시 착륙한 경비행기

앵커리지~밸디즈~휘티어자동차여행

앵커리지에서 밸디즈까지는 비행기로 25분 거리다. 알래스카 유전의 원유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운송돼 배로 실어 나르는데 그 유조선이 기름을 받아 싣는 곳이 바로 밸디즈다. 한여름이면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항구 외곽의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협곡에서 해안을 덮은 거대한 빙하가 녹아 바다와 충돌하는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은 부빙(浮氷)이 수놓고 해달과 더불어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범고래 무리도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 가면 꼭 먹어야 할 특별한 음식이 있다. '할리부 칙 스테이크(Halibut Cheek stake)'라는 가자미 뺨(Cheek)살 구이다. 대구볼때기탕처럼 볼살로 만드는데,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지느러미와 아가미 사이에 붙어 있는 살로 생선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다. 어찌나 쫄깃한지 칼로 썰어 입안에 넣으면 한참을 씹어야 하고, 씹을수록 단물이 배어나온다.

그런데 가자미가 얼마나 커야 볼살로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 큰 건 길이가 2m 이상에 무게도 200kg 가까이 나간다고 한다. 이런 대물 가자미를 잡기 위해 수많은 강태공들이 밸디즈를 찾는다.

이곳에서 바다 건너편 휘티어까지는 카페리에 차를 싣고 이동한다. 선상여행 또한 나름 운치가 있다. 평화로운 바닷길을 배에 맡기고 따라가다 보면 간간이 범고래와 해달을 보면서 도시와 달리 천천히 흐르는 알래스카의 게으름을 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휘티어 선착장
페리로 건너온 휘티어의 선착장. 예쁜 장식이 황량함을 달래준다.
수어드 하이웨이
알래스카는 캠핑카(현지에선 모터홈이라 부름)여행이제격이다.
턴어라운드암 해안을 따라 달리는 수어드 하이웨이.

휘티어에서는 수어드 하이웨이를 따라 앵커리지로 북상하며 알리에스카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정을 추천한다. 수어드는 러시아의 차르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이는 결정을 내린 당시 국무장관의 이름이다. 훗날엔 박수를 받았지만 당시 그는 쓸모없는 땅에 낭비를 했다는 비난과 함께 '멍청이 수어드'라는 힐난을 당했다.

알리에스카는 스키장을 갖춘 고급 리조트인데 이곳 원주민 언어로 '섬이 아닌 땅'을 뜻한다. 알래스카란 지명은 거기서 왔다.

바다표범 무리
휘티어로 가는 도중 해안에서 만난 바다표범 무리.

여기서 앵커리지로 가는 길은 알래스카에서도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왼편으로는 알래스카만 '턴어갠암(Turnagain Arm, 팔처럼 길쭉하게 내륙을 좁고 길게 파고든 얕은 바다)'의 바다, 오른편으로는 추가치국립산림의 산악 풍치가 쉼 없이 펼쳐진다.

밀물 때면 턴어갠암 해안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쓰나미처럼 거세게 해안을 향해 돌진하는 파도를 보기 위해서인데, 큰 바다에서 갑자기 좁은 수로로 바닷물이 밀려오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다.

되돌아온 앵커리지는 '문명의 세상'이다. 대자연을 벗해 보낸 시간만큼이나 이 도시의 번잡함이 반갑다. 음악과 수다가 뒤섞인 시끌벅적한 바의 들썩댐도 나쁘지 않다. 북적댐 없이도 도시적 쾌활함을 유지하며 고립과 중압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의 감동을 선사하는 이곳. 알래스카의 매력은 이렇듯 자연과 인공의 적절한 관계성, 그것이다.

Travel Information

지도

교통: 앵커리지 공항은 알래스카의 관문이다. 북미(미국, 캐나다) 곳곳에서 직항편이 운항된다. 왕래가 가장 빈번한 곳은 시애틀(워싱턴주)로 앵커리지의 '읍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시애틀은 알래스카 크루즈의 출발항이자 알래스카 남부의 내수면 수로(Inside Passage)를 관통하는 '알래스카 해상 하이웨이(Alaska Marine Highway)'의 운항선(카페리) 출항지이기도 하다. 알래스카 사업체 대다수를 시애틀 거주자가 운영하는데 이들은 관광 철에만 알래스카에 체류한다.

여행루트: 크게 두 개로 나뉜다. 비행기로 앵커리지를 찾아 렌터카나 캠핑카로 돌아다니기 혹은 '알래스카 하이웨이(Alaska Highway)'로 북상해 페어뱅크스에서 앵커리지로 남하하는 장거리 자동차(캠핑카 포함)여행이다. 알래스카 하이웨이는 미국이 태평양전쟁 중 일본의 알래스카 침공에 대비해 건설한 군사도로(캐나다 도슨크릭~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약 2,350km)다. 도중 캐나다 서부(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유콘준주)를 관통하는데 카크로스(유콘준주)에선 철도와 도로로 스카그웨이(알래스카주)를 다녀올 수 있다. 알래스카 마린하이웨이의 페리는 해안에서 섬이나 먼 거리를 이동할 때 편리한 수단이다. 자동차도 싣고 숙박도 가능. 유흥시설만 없는 크루즈십이라 생각하면 된다.

  • WRITER·PHOTO: 조성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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