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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올여름 휴가는 미술관으로

로버트 헨케(Robert Henke)의 'Fragile Territories'.

어느새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묶여 멀리 떠나는 여름휴가란 꿈속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럴 때 적격인 문화 피서 현장을 소개한다. 각각 특별한 주제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획 전시들이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현실과 다르게 한 가지 주제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마음껏 변주해낸 작품들을 감상하며 자유로움을 느껴보자. 거리 두기 관람과 예약 관람 등 안전수칙을 따른다면 이번 휴가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모든 감각을 깨우다 'SOUNDMUSEUM : 너의 감정과 기억'

전시 포스터.

오늘날 미술관은 관객이 단순히 시각적으로 작품 감상을 하는 것을 넘어 더 역동적인 공감각적 체험을 하도록 이끈다. 디뮤지엄이 연말까지 선보이는 'SOUNDMUSEUM : 너의 감정과 기억'은 전시명으로 내세운 '사운드 뮤지엄'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듯 전시장을 거대한 사운드 아트의 세계로 꾸몄다.

그렇다고 비단 소리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눈과 귀,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신체와 감정적 자극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전시다. 설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 비주얼 뮤직 등 다층적 현대미술 작품 22점을 선보이며 관객이 미술관과 적극적으로 관계하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기존 두 층의 전시실 외에 다른 공간까지 공개한 디뮤지엄 개관 이래 최대 규모의 전시이며, 총 3개 층에 걸친 11개의 섹션을 감상할 수 있다.

첫 공간인 M1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기대감을 고조시키듯 수백 개의 작은 스피커에서 맑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이후 다비드 헬비히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크리스틴 오펜하임의 몽환적인 사운드 아트 등이 이어진다. M2 전시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신체와 그림자의 상호작용을 담은 키네틱 사운드 인스털레이션, 조명 빛에 따라 색의 리듬을 인식하는 설치 작품, 4D 사운드 설치 공간까지 온몸의 모든 감각이 소리로 말미암아 깨어나는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는 '거리 두기 관람'으로 운영되며 온라인 사전 시간 예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다.

크리스틴 오펜하임(Kristin Oppenheim)의 몽환적인 사운드 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
소리와 빛의 진동을 느끼며 계단을 오르도록 구성된 도론 사제(Doron Sadja)의 'We Are Never 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
다비드 헬비히(David Helbich)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를 위한 공간 'House of Ear'.
<SOUNDMUSEUM : 너의 감정과 기억> 정보
  • 기간: 2020년 12월 27일 까지
  • 장소: 디뮤지엄
  • 관람시간: 화·수·목·일요일 10시~18시 / 금·토요일 10시~ 20시 / 월요일 휴관
  • 관람료: 성인 15,000원 / 학생 7,000원 / 미취학 아동 5,000원
  • 문의: 070-5097-0020 / daelimmuseum.org/dmuseum

미술품의 무병장수를 위해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이갑경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설치 전경

사람뿐 아니라 미술품도 탄생부터 환경적,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는 생로병사의 생애주기를 갖는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살아 있는 존재로서 미술품을 바라보며, 그 생명을 연장하는 보존과학에 주목한다.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보존과학 연구공간을 갖춘 미술관으로,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가상의 인물인 '보존과학자 C'를 통해 대중에게 생소한 보존과학 영역의 일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획을 선보인다. 전시는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라는 5개 세부 주제로 나뉘며, 전시장을 따라 이동하면서 상상과 실재 사이에서 재현된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바로 눈앞에서 들여다보듯 구성돼 있다.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이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다양한 소리로 표현하고, 김지수, 정정호, 주재범 작가 등은 각각 냄새, 사진, 영상과 같은 자신의 예술 언어로 보존과학 공간을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 외에도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됐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을 담은 영상, 수백 종류의 안료와 광학기기 및 분석 자료, 보존과학자가 참고하는 다양한 자료 등을 통해 보존과학 현장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미술품을 조금 더 소중히 바라보고, 이제껏 몰랐던 보존과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정정호의 '보존도구-타솔'. 붓의 단면을 찍었다.
작품을 되실리는 데 쓰이는 다양한 안료 500여 종.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정보
  • 기간: 2020년 10월 4일 까지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시실
  • 관람시간: 화~일요일 10시~18시 /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 문의: 043-261-1400 / www.mmca.go.kr

내 소중한 권리를 배우다 '새 일꾼 1948-2020 :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정세원의 '투표의 요정-낙선자들'. 포스터 27점으로 구성돼 있다.

'새 일꾼 1948-2020'은 1948년 5·10 제헌국회의원 선거부터 올해 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73년 선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아카이브형 전시다. 선거를 통해 우리의 권리가 어떻게 실현됐는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형성됐는지, 나아가 투표와 같은 참여 행위가 개인의 일상적 삶의 영역과 국가적 운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정리해 보여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록보존소에 소장된 400여 점의 선거 사료와 주요 신문기사 등 아카이브 자료를 볼 수 있으며, 작가 21팀이 참여해 설치, 퍼포먼스, 문학,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예술로 선거를 표현한다.

보통 아카이브형 전시 하면 방대하게 축적된 자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 전시는 민주주의 현장을 흥미로운 예술 무대로 치환함으로써 정치적 색깔은 배제하면서도 생각을 환기하고 흥미를 유발한다. 지금의 선거제도에서 소외당하는 소수자 계층을 위한 토론 무대, 가상의 선거운동 및 유세 과정을 그린 재기발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미래 유권자들에게 들려주는 '도래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음반을 제작하고 공연도 한다. 천경우 작가의 '리스너스 체어(Listener's Chair)'는 광화문 광장 스피치룸에서 수집된 다양한 참여자들의 개별적인 사연을 전시장의 무대 위 의자와 헤드셋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우리가 모두 민주주의의 주체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장을 나설 즈음에는 선거가 진정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라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가볍지 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놀공의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지난 19번의 대선을 후보자 이름과 정당을 지우고 공약만으로 다시 치르게 하는 관객참여형 게임이다.
정윤선의 '광화문체육관-부정의 추억'.
<새 일꾼 1948-2020> 정보
  • 기간: 2020년 6월 21일 까지
  • 장소: 일민미술관, 신문박물관 전관
  • 관람시간: 화~일요일 11시~19시 /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 문의: 02-2020-2050 / ilmin.org/kr
  • EDITOR: 이수빈
  • 이미지 제공: 디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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