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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의 최대 난제
'치매'에 대한 편견 없는 사회를 꿈꾼다

치매를 표현한 이미지

최근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의 보고에 의하면, 만 60세 이상의 노인 중 약 7%가 넘는 인구가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근까지의 가파른 발병 속도를 본다면 치매 환자는 2024년에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치매는 먼 곳의 일이 아니다. 치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나 자신이 치매에 걸려도 힘들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고려대안암병원 뇌신경센터 박건우 교수를 만나봤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변형 및 축적되어 발병한다. 전체 치매의 약 75%를 차지하며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점차 상실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감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단순 건망증과 치매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치매를 의심해봐야 할 전조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박 교수는 "일상에서의 단순 기억력 테스트는 치매를 확인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은 기억력, 언어능력, 무언가를 계획하는 능력,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남을 배려하는 능력 등 사람답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지능력이 한가지가 아닌 종합적으로 떨어질 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바로 치매의 전조 증상이다. 예를 들어 요리를 잘하던 사람이 요리의 순서나 넣는 재료가 바뀌는 실수로 음식의 맛이 달라지는 것도 이에 속한다. 예전에는 높은 수준의 일을 하던 사람의 능력이 어느 순간 떨어져 보일 때, 혹은 주변 사람이 '예전과 달라졌다''이럴 사람이 아닌데' 등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면 한 번쯤 치매를 의심해보고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3가지 방법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듯이 뇌의 노화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은 있다.

치매 환자를 위한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박건우 교수.

첫 번째로는 뇌에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뇌에 생기는 병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뇌경색, 뇌출혈 등의 뇌혈관질환이다. 이처럼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게 하는 원인으로는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이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질환이 만나면 증상이 빨리 악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반대로 말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렸다 하더라도 혈관 질환을 잘 관리하면 병의 진행 속도가 더디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활 습관과 관련된 이러한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다.

두 번째로는 뇌의 예비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한가지 언어를 잊더라도 다른 두 가지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 이렇듯 만일 어떠한 원인으로 뇌세포의 일부가 망가져도 주변의 다른 세포가 그것을 대신할 수 있도록 예비군을 끊임없이 만들어 훈련 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뇌의 예비군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박 교수는 "사람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음악, 미술, 독서, 바둑, 운동 등 사람들과 모여서 하는 모든 것들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치매는 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뜻하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접하며 타인과의 협조 · 배려를 통해 자신이 할 일을 끊임없이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꼽을 수 있다. 운동은 여러 가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면 혈류의 순환이 왕성해져 뇌에 불필요한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고, 뇌세포가 재생할 힘을 주기 때문에 운동 자체는 그 어떤 약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치매'라 하면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모습, 시도 때도 없이 집 밖으로 나가 가족을 힘들게 하는 모습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박 교수는 모든 치매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며 세상에는 "예쁜 치매"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10년 이상을 지켜봤던 한 환자는 인지능력이 떨어지면서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만 남기고 언어능력을 상실했다. 때로는 아내에게 모진 말을 듣게 되더라도 '감사합니다' 라고 할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늘 '감사'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긴 투병 끝에 결국 사망했지만 '남편이 천사가 된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이 오래도록 남아 가장 잊을 수 없는 환자가 되었다.

박 교수는 "한 번 망가진 뇌를 회복시키는 것은 현대의학으로 쉽지 않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얼마나 가족들과 잘 지낼 수 있는가에 치료의 주안점을 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위의 환자가 가족 곁에서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듯이 치매에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로 만들어 줄 수만 있다면 가족과 사회가 얼마든지 품고 갈 수 있을 것 아닌가. 이것이 바로 현재 내가 해야 할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치매 환자를 위한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필요

고려대안암병원 뇌신경센터 박건우 교수.

치매 환자의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이 기억을 잃고 본래 자신의 모습마저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고통을 호소한다. 많은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환자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박 교수는 치매 환자의 가족에게 "우선 치매라는 병을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가 다리를 다친 환자를 보면 '걸음을 걷기에 불편하겠구나'라고 이해하듯이 치매는 기억 자체가 잘려 나간 병이라는 걸 이해하고 그로 인한 증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다. 때로는 환자가 거친 행동과 함께 폭언하더라도 '나 지금 병들어서 많이 아파요'라는 메시지로 듣고 흘려보내야 환자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노인의 평균 수명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노화와 관계된 질병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치매는 이제 저 멀리 있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치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친화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박 교수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박 교수는 "만일 내가 훗날 치매에 걸리더라도 힘들지 않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치매 환자를 위한 의료체계를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의료가 환자를 병원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미래에는 길을 모르는 치매 환자들에게 찾아가는 의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치매 환자를 위한 홈케어가 잘 정립되어 치매 환자와 가족들 모두가 조금 더 편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 박 교수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 EDITOR: 김경민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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