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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노인성 질환 '파킨슨병'
조기 진단을 통한 관리가 중요

도파민의 분비를 조절하는 신경세포의 소실이 파킨슨병으로 이어지나, 안타깝게도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 바 없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다음으로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평균 발병 연령은 55세 전후이며 60세 이상에서는 약 1%, 65세 이상에서는 약 2%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명언을 남긴 세계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배우 로빈 윌리엄스 등이 파킨슨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발병 환자의 약 40%는 치매를 동반한다는 파킨슨병. 고려대안암병원 뇌신경센터 이찬녕 교수를 만나 파킨슨병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 뇌 속에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그중에는 운동을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도파민이 있다. 이러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어 정상 수준보다 60~80% 이상 줄어들면 운동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이 정확히 어떤 원인에 의하여 생기는지는 현대의학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노화와 파킨슨병 차이점은 '자세성 떨림'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떨림, 경직, 서동증(동작이 느린 증상)이 있으며 균형 장애, 보행장애, 자세 유지 장애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파킨슨병에서 보이는 떨림은 안정 시에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환자가 다른 일을 하거나 무의식에 있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고 있다가 주변 사람의 지적에 의해 병원을 찾는 환자도 다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쪽 손에서 발생하고 이후 반대편 손이나 발, 다리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는 입술이나 턱 등을 떨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조기 발견을 통해 증상의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찬녕 교수.

그렇다면 노화로 인한 손 떨림은 무조건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일까. 이 교수는 '단순 손 떨림(본태성 진전)은 노인 10명 중 1명에게 일어날 만큼 흔한 증상'이라며 파킨슨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자세성 떨림'이라고 전했다. 자세성 떨림이란 무의식에서 손을 떠는 파킨슨병과는 반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떨림이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식사하려고 숟가락을 들었을 때, 글씨를 쓰려고 펜을 잡았을 때 손이 떨리는 것은 본태성 진전 증상일 가능성이 크므로 파킨슨병은 아니다.

파킨슨병의 또 다른 증상으로는 경직이 있다. 관절이 뻣뻣해지고 근육이 경직되면서 근육 통증과 함께 목, 허리통증 및 보행장애 등을 호소하게 된다. 이는 자칫 디스크로 오인해 디스크 수술 및 재활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파킨슨병의 치료 시기를 늦추기도 한다. 이 교수는 "관절염이나 디스크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다"며 어느 정도 치료를 받아보아도 병이 호전되지 않고 점차 악화한다면 한 번쯤은 전문의한테 진료를 받아보고 파킨슨병의 유무를 판단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파킨슨병의 세 번째 증상인 서동증은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을 뜻한다. 걸음이나 손동작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 말이 느려지고 표정이 없어지며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동작이 느려진다.

또한 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는 보행장애, 중심을 잡기 힘든 균형 장애 등의 운동증상이 나타나며 병이 진행됨에 따라 기립성 장애, 배변 장애, 우울증, 치매 등의 비운동 증상도 나타나게 된다.

파킨슨병 3대 전조 증상, 변비·잠꼬대·후각 장애

현대의학으로는 아직 파킨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이 없다. 따라서 초기에 발견해 증상의 악화 속도를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파킨슨병 초기 증상은 다른 질환과 구분이 어려워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하는 전조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교수는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전조 증상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고려대안암병원 뇌신경센터 이찬녕 교수.

첫 번째는 변비로, 자율신경계가 망가지면서 장운동이 느려져 만성 변비가 생기기 쉽다. 두 번째는 심한 잠꼬대로, 잠을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을 휘젓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의 렘수면 장애를 보이면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후각 장애인데, 이전과 달리 음식의 맛이나 냄새를 제대로 못 느낄 경우 또는 코에 질환이 없이 냄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파킨슨병의 진단에는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영상 검사가 많이 발전하여 단일광자단층촬영기(SPECT) 검사,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의 정확성을 좀 더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영상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과 혼동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기도 한다.

파킨슨병의 주 치료법은 환자의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약으로 보충해주는 방법이다. 파킨슨병은 다른 뇌 질환과 비교해 약물 치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면 증상을 개선하고 악화를 늦출 수 있다.

또한, 오랫동안 약물치료를 시행하여 약물에 대한 효과가 감소 된 경우 '뇌심부 자극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뇌에 전극을 꽂아 전기 자극을 주어 증상을 완화 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파킨슨병은 당뇨 같은 병"

파킨슨병은 불치병으로 알려졌지만,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평균적으로 진단 후 8~10년이 지나면 휠체어를 타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상이 지나도 처음과 큰 차이가 없도록 지내는 환자들도 있다. 이렇듯 파킨슨병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예후가 매우 다르다.

이 교수는 간혹 온라인을 통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접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보게 된다고 한다. "병원을 떠난 환자가 몇 년 후 파킨슨병이 악화하여 보행 능력을 상실해서 오는 경우를 보면 의사로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며 반드시 의학적 치료를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렇다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약물치료 외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 이 교수는 '파킨슨병은 당뇨 같은 병'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당뇨'와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운동과 금주, 금연 등 생활 태도를 개선하며 꾸준히 본인을 가꿔 나가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평지에서 빠르게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되 보행장애가 있으면 낙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파킨슨병이 있는 고령자의 경우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 생기면 치명적인 상황이 되므로 보호자가 동행하며 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교수는 "파킨슨병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악화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바람대로 증상치료뿐 아니라 질병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이 하루빨리 개발되어 파킨슨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 EDITOR: 김경민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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