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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은 안녕하신가요?
증상 없이 조용히 찾아오는 '간암'

주사 사진

우리나라 질병별 사망원인 통계(통계청, 2018년)에 의하면 간암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별한 증상 없이 찾아와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간암.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병이 한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 김지훈 교수에게 간암의 특징과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다. 횡격막(橫隔膜) 바로 밑, 오른쪽 가슴 아래 갈비뼈의 안쪽에 위치해 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1~1.6kg의 무게를 지니고 있고,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의 저장과 대사 작용, 지방의 소화 작용을 도우면서 인체 내 필요한 물질의 합성과 해독, 살균 작용 등 다양하고 복잡한 역할을 도맡는다. 가히 '인체의 화학 공장'이라 불릴 만하다.

김지훈 교수는 "우리 몸의 모든 장기에는 암이 생길 수 있고, 간에 발생하면 간암이 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암 발생 초기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간암은 환자가 증상을 깨닫기 매우 어렵다. 혹여 증상이 있어도 기존에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간경변증 등 간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주로 생긴다. 또 비만과 흡연도 간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간암과 기존 간 질환의 증상이 혼동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피로, 소화불량, 체중 감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다가 점차 복부에 통증이 찾아오거나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하고, 황달과 복수(腹水) 등 확연히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나서야 간암을 깨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6만 6,995명이었던 환자수는 2019년 7만 6,487명으로 늘어났다. 1만 명이 늘어나는 데 4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간암은 조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동반된 간경변의 합병증으로 예후가 좋지 않고 치료도 쉽지 않다. 따라서 간암 위험이 높은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인 검사(간 초음파검사, 혈액검사 등)를 통해 간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간암 검진은 연 2회, 6개월 간격으로 받는 것이 좋은데, 이 간격이 길어지면 간암 조기 진단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암을 조기에 찾게 되면 5년 생존율이 60~70% 육박하기 때문에 검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김지훈 교수의 당부다.

암 크기·전이 경과 따라 치료법 달라

간암도 일반적인 고형암처럼 크기와 개수, 혈관 침범과 전이 여부가 치료 방침 결정에 중요한 인자이지만 추가적으로 고려되는 주요한 인자는 기저 간질환 또는 간경변의 진행 정도다. 이는 일반적인 고형암과 달리 간암은 B형·C형 간염, 간경변 등이 동반된 환자에서 주로 발생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간은 재생력이 뛰어난 장기이지만, 기저 간질환이 있거나 간경변증이 동반된 간은 절제 등의 치료 후 회복이 쉽지 않다. 따라서 암의 진행 정도뿐 아니라 기저 간질환에 따른 간의 잔존 기능까지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법이 시행된다. 이러한 이유로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다학제적 회의를 통해 개개의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 김지훈 교수.

김 교수는 "종양 절제가 가능하고 간경변증이 없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간 절제술을 우선 시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간절제술 후에도 암이 재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시술할 부위가 넓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개복수술을 하는 편이지만, 암세포 크기가 작거나 치료하기 수월한 부위라면 복강경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편, 종양 부위가 크지 않은 초기 간암의 경우 간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흔히 간암에 대한 이상적인 수술법이라는 대중적인 인식이 있는데, 수술 후 감염, 출혈, 거부 반응, 간동맥 혈전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 간이식은 건강한 정상인의 간 일부를 떼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으로, 다른 부위에 전이되지 않은 초기 간암일 때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간이식은 간 기능이 나쁘다 하더라도 시행할 수 있는 좋은 치료법이지만, 종양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은 조기암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혈관침범을 동반하거나 진행된 암에서 시행하는 것은 재발률이 매우 높아 신중해야 한다.

김 교수도 "간 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있고 진행된 암이라면 수술보다는 비수술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완치 가능성만 놓고 보면 현재는 수술적 치료법이 좋은 편이지만,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간암 환자 전체에서 15~20%에 불과하다.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성만큼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꼭 전문의와 협의해야 한다.

비 수술적 치료법은 간동맥화학색전술,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 고주파열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간동맥화학색전술은 경과가 많이 진행되거나 종양의 제거가 불가능할 때 주로 시행하는데, 종양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동맥을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삽입하는 치료술이다. 김 교수는 "이 방법은 정상적인 간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종양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다만 재발 가능성이 있는 편이므로 주기적으로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외에 비 수술적 치료법으로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은 종양 부위에 알코올을 주사하는 방법이고, 고주파열치료는 고주파 발생 열로 종양 조직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 두 치료법은 종양의 크기와 개수가 작은 조기암에 적용하고 있다. 전이나 혈관 침범을 동반한 진행성 간암에서는 표적항암치료나 면역종양 치료제 등을 사용하게된다.

간암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정기검진 해야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를 설명하는 김지훈 교수.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암 발병 위험집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선 B형·C형 간염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B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고, 아직 예방접종이 없는 C형 간염의 경우에는 평소 다른 사람과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 등을 같이 사용하지 말고 과음을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을 예방하려면 만성 간질환부터 차단해야 한다. 금주·금연하는 습관과 함께 비타민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흔히 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과 건강보조제는 과용하면 오히려 간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한다. 어쩔 수 없더라도 각종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도록 하고, 서구화된 식습관도 지방간질환을 유발해 간암 발생의 원인이 되므로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만성 간질환 환자나 간병변증을 가진 간암 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아 만일의 경우에 간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지훈 교수가 말하는 '간을 망치는 세 가지 방법'

  • 하나. 몸에 좋다는 음식, 건강 보조식품을 찾아 먹는다. 실상 간에 좋다고 하는 민간요법, 약품은 객관적인 효과를 인정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만약 정말 간에 좋은 식품이더라도 과하면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잊지 말자.
  • 둘. 술은 내 친구, 음주를 마음껏 즐긴다. 과음은 간뿐만 아니라 내 몸에 독극물을 주입하는 것과 같다. 과음 후 해장을 핑계로 먹는 음식이나 숙취해소제는 심각하게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 셋. 먹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즐거움, 양껏 배불리 먹는다. 균형 잡힌 식사는 건강 유지의 첫째 조건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는데, 이것저것 과식하다보면 부하가 걸린다. 평소 균형적이고 절제된 식습관을 갖도록 식사는 거르지 말고, 비만이 염려된다면 조금씩 양을 줄여본다.
  • EDITOR: 이종철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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