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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다 옆 사람 구타·폭행…
방치하면 파킨슨병 이행 우려

'렘수면행동장애(Rapid Eye Movement Sleep Behavior Disorder)'. 수면 중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함께 자는 사람을 구타하고, 심지어 깨물기까지 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질병이다. 드물게는 집 밖으로 나가거나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크게 다치기도 한다. 최근 이 같은 렘수면행동장애가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간의 수면은 크게 렘(REM)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나뉜다. 잠을 자는 동안 두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을 렘수면이라고 하는데, 잠들 때부터 깨어날 때까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렘수면은 약 90분 간격으로 4회에서 6회 발생하며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최근 렘수면행동장애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렘수면 때는 근육의 움직임이 억제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 운동이 억제되지 않고 힘이 들어가 꿈속에서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한다.

윤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증상은 수면 후반기에 나타나는 이상행동이라 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하면 본인은 물론이고 같이 자는 배우자의 신체 여러 부분에 골절이 생기기도 하고 경막하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침대를 따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환자의 몸을 못 움직이게 묶기도 하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50세 이전 환자 더 난폭한 양상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

일반적으로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 환자는 삶의 질이 정상인보다 낮은데,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건강한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수면의 질이 낮고 우울감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1986년 즈음이다. 이후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정확한 발병 기전과 병태 생리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중년 이후 많이 발생하는 퇴행성질환으로, 뇌가 오래되고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알려졌다.

또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와 유사한 원인(Alphasynucleopathy) 으로 발생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유병률은 약 0.38~0.5%이고, 국내 유병률은 2.01%이다. 남성에게 좀 더 많이 발생하고, 50세 이후 주로 발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50세 이전에 발병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좀 더 난폭한 양상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렘수면행동장애 진단은 어떻게 할까? 윤 교수는 "환자 대부분이 함께 사는 보호자 얘기를 듣고 병원을 찾는다. 이때 환자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한다"며 "이 검사는 수면 중 뇌파, 근육 상태, 호흡 상태, 심전도, 안구 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2018년 7월부터 보험에 적용돼 환자 부담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환자의 꿈 얘기를 꼼꼼히 들어보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윤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꿈 내용은 매우 생생하고 폭력적이고, 낯선 사람과 싸우는 꿈이 많다"며 "여성은 꿈속에서 공격하기보다는 주로 공격당하는 내용이 많아 대부분 공포의 감정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목되는 건 렘수면행동장애가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다계통위축증 등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될 가능성이다. 윤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50%가량이 약 10년 후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질환에 걸릴 수 있어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가 파킨슨병 등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이행된다는 것은 아닌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수면의학 전문의에게 꼭 치료받아야"

환자를 진료 중인 윤호경 교수. 윤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본인과 보호자가 크게 다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와 배우자의 부상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면 환경을 개선하거나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완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증상의 경과에 따라 약물 종류나 용량을 조절하면서 유지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윤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에 처방되는 약물과 관련해 대규모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가 없어 안타깝다"며 "현재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약제는 클로라제팜과 멜라토닌 등이 있는데, 이 약물들은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지 치료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렘수면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본인과 보호자가 크게 다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꼭 치료받아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윤 교수는 "환자가 부끄러워 병원을 찾기를 꺼리는데, 렘수면행동장애는 치료하지 않으면 그냥 좋아지지 않는다"며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질환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될 위험이 큰 환자는 병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환자나 보호자가 렘수면행동장애를 발견했다면 어떤 진료과를 찾아야 할까? 윤 교수는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중 수면의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있는 곳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은 고대안산병원처럼 수면다원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수면다원검사 시설은 장비 자체가 비싸고 공간이 필요하며 운영인력과 운영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모든 병원에 설치돼 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윤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는 신경과 영역과 많은 부분이 연관돼 있다"며 "고대안산병원은 환자의 증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해 신경과와 함께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EDITOR: 박선재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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