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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 통해 갑상선암 수술
“흉터가 사라졌다”

환자의 입안으로 수술용 로봇 팔을 넣어 흉터 없이 갑상선암을 제거하는 수술법이 있다.
고대안암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이다.
흉터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사라지는 획기적인 수술법이다. 수술 후 통증이나 성대 손상이 거의 없고, 수술시간도 크게 줄여 국내외 의학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의사들이 갑상선암 수술을 할 때 흉터에 민감한 환자에게는 보통 겨드랑이, 유방 주변 등을 절개해 내시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 부위와 너무 떨어진 곳을 통해 접근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2008년부터 로봇 갑상선 수술을 시작한 김훈엽 교수도 다른 의사와 마찬가지로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단지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고 통증이 심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수술을 감내하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갑상선과 조금 더 가까운 부위에서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새로운 수술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독일 의료진이 개발하려다 실패한 경구 갑상선 수술법에 대한 연구다. 김 교수는 독일 의료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구 갑상선 수술에 로봇수술을 접목해 2010년부터 사체 및 동물 실험을 했고, 그 결과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개발된 수술법 중 미용적으로 가장 완벽"

고대안암병원 갑상선센터 김훈엽 교수

김 교수가 개발한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법'은 입안에 5~10mm 크기의 작은 구멍 2개와 10~15mm 크기의 구멍 1개를 뚫고, 그곳에 로봇수술 기구를 넣어 수술하는 방식이다. 입안 상처가 작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4주 정도면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서너 달 정도 지나면 거의 사라진다.

인체 구조상 입과 목은 바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수술 거리가 무척 짧고, 수술 후 통증도 기존 내시경이나 로봇수술에 비해 훨씬 적다. 수술시간 역시 30분~1시간가량 단축됐다. 특히 3차원 로봇 영상과 360° 회전하는 로봇 팔 덕분에 입안 좁은 공간을 이용하면서도 갑상선 전체 부위를 충분히 관찰할 수 있어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은 지금까지 개발된 수술법 중에서 미용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는 김 교수는 "수술 경험이 쌓이면서 정밀도는 더 높아지고, 수술시간은 짧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 수술법을 사체 및 동물 실험을 거쳐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에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내 최초도 아닌 세계 최초의 시도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누구도 안 하던 수술을 하려다 보니 위험하다는 우려가 많았다"는 김 교수는 "병원 내 선후배와 동료들의 많은 도움 덕분에 여러 가지 우려를 불식시키고 좋은 수술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갑상선은 목 아래쪽 기도 주위를 감싸고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입안을 통한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은 경험이 많고 숙련된 의사만이 가능하다.

김 교수가 개발한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법의 또 다른 장점은 목소리를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수술은 성대를 움직이는 반회 후두 신경이 가깝다 보니 수술 후 목소리가 이상해졌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김 교수의 수술법은 수술 중 후두 신경을 아주 작은 분지까지 미세하게 보존해 목소리의 변화가 거의 없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요즘 김 교수의 수술법에 대해 이런저런 곳을 통해 정보를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수술 당일부터 식사도 가능하고 수술 후 2주 정도면 상처가 모두 아물어 빠르게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관심이 높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수술 결과를 서로 많이 공유하다 보니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을 해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나이가 좀 젊거나 미용에 관심이 많고, 사회생활을 바로 해야 하는 분들, 사람을 상대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EU, 독창적인 '무흉터' 수술 주목

로봇 경구 갑상선 수술법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수술법이다. 즉 입안이라는 좁은 부위를 통하여 수술을 하다 보니 수술하는 외과의사의 숙련도가 많이 필요하다. 경험이 많고 숙련된 의사들이 나오면 수술이 보급될 수 있지만 아직은 국내에서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손에 꼽힌다. 그만큼 김 교수는 미국, 아시아권 등에서 선도적인 의사로서 초청을 받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의 수술법과 수술 성적은 외과학 분야의 선도 학술지인 외과내시경지(Surgical Endoscopy)뿐 아니라 세계외과학회지(World Journal of Surgery), 두경부학회지(Head and Neck), 후두경지(Laryngoscope) 등 유수의 외과 및 이비인후과 SCI급 저널에 여러 논문으로 게재됐다. 또한 노츠(NOTES, 무흉터) 수술 분야의 세계 양대 학회 중 하나인 미국 '노스카(NOSCAR)' 학회에서 독창적인 수술법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과 클리블랜드클리닉, 튤란대학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이 수술법을 배우러 김 교수를 찾고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개도국에서 여러 외과 분야 수술을 배우러 많이 방문했던 것에 반해, 이 수술법은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 국가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많이 배우러 온다"며 "개인적으로는 미국 튤란대 전임 겸직 교수로 초빙을 받아 내년부터는 한두 달에 한 번씩 미국을 방문해 현지 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로봇수술기기의 국산화가 매우 미진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로봇수술기기 시장은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사가 '다빈치(da Vinci)'라는 브랜드로 95%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수술기기의 특허가 만료되고 국산화가 이뤄지면 로봇수술기기가 좀 더 많이 보급되고 환자들의 수술비도 낮아질 것으로 김 교수는 기대했다.

  • EDITOR: 임솔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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