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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은 줄이고 환자 만족도는 올리고

협진 중인 환자 상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와 신경과 권도영, 이상헌 교수(왼쪽부터).

고대안산병원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는 지금 협진 중이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한 다학제 진료가 다른 과로 확산된 것. 전통적으로 협진이 흔치 않던 두 진료과가 환자를 함께 본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치매,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질환과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정신질환은 서로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두 진료과 교수들로부터 의료 협진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60대 초반 여성 A씨는 기억력 감퇴와 두통을 호소하며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진료 결과 치매 초기 증상과 뇌 수두증 진단을 받았다. 뇌실과 지주막하 공간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수두증은 두통을 동반한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A씨에게서 갑자기 다리 떨림 증상이 나타났다. 정신건강의학과 담당 전문의는 신경과에 협진을 의뢰했고, 추가 검사를 통해 척수종양을 발견했다. A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고, 치매와 다리 떨림 증상 모두 호전됐다.

이처럼 고대안산병원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협진에 나선 이유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두 과가 협진을 했을 때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경과 권도영 교수는 "치매 등 만성적인 신경퇴행성질환을 앓는 환자를 진료할 때 우울증과 불안감, 무기력 등을 주 증상으로 정동장애(情動障碍)를 호소하는 환자를 많이 만난다"며 "질환 자체로 기분 장애가 있기도 하고 이차적인 불편함 때문에 우울할 수도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협진을 하면 우울증 등을 잘 알고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같은 과 이상헌 교수도 권 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이 교수는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은 의사인 나에게도,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며 "협진 방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결국 협진이 잘 운영되면 환자의 삶의 만족도와 치료 만족도를 모두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수가 반영과 인센티브 절실"

정신건강의학과 윤호경 교수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에비던스(근거) 기반 의료였지만 이제는 개인 맞춤형 치료로 추세가 바뀌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진료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노인의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로 많이 생각하지만, 치매나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환자의 마음만 치료하다 자칫 질병을 놓칠 수 있다.

이때 신경과와 협진을 하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협진의 장점을 설명했다.

협진은 정확한 진료와 합병증 감소, 환자 만족도 증가 등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접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협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의료수가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등 그 어떤 것도 뒷받침되는 것이 없어서다.

다시 신경과 권 교수가 나섰다. "사실 우리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과 협진을 하지 않아도 뭐라 말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두 진료과 의사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이다." 두 과 교수들은 협진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수가 반영과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했다. 의사들의 의지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의료수가 반영을 통해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협진이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이에 윤 교수는 "다른 진료과에 서로 편하게 의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의사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하고, 다학제 진료에 따른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EDITOR: 박선재
  • PHOTO: 김도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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