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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한겨울 포근하게 데워줄 그림책

그림책 하면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속에 기쁨, 슬픔, 즐거움, 두려움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한 편의 웅장한 소설과 다름없고,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치가 숨어 있기에 그 어떤 철학서 못지않다. 때로 아름다운 그림 그 자체에 감동하기에 일종의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 당신의 마음을 포근하게 데워줄 그림책 네 권을 골라봤다.

오늘도 달리는 당신을 위해 <나는 지하철입니다>

그림책에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말한다 해도 놀랍지 않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역시 '나는 달립니다. 매일 같은 시간, 매일 같은 길을'이라는 지하철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묵묵히 매일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지하철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엔, 비슷한 모습으로 성실히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로 건너간다.

사랑하는 딸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출근길은 꼴등, 퇴근길은 일등으로 개찰구를 통과하는 회사원 완주 씨의 일상, 객차 내에서 물건을 판매해 먹고사는 구공철 씨 이야기가 끼어든다. 이들에게 지하철의 덜컹거리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심장 박동 소리, 삶이 굴러가는 현장의 소리이다.

애정 어린 관찰의 시선이 돋보이는 이 책은 오랫동안 화가이자 그림책 삽화가로 활동해온 김효은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이다.

<나는 지하철입니다>내지. 매일매일을 성실히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은은한 수채화로 담아냈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사람들의 지친 표정 위에 숨은 소중한 이야기를 포착했고, 그것을 엄청난 양의 드로잉으로 남겼다. 생생한 스토리를 살리기 위해 추가 취재 등 총 3년여의 시간을 쏟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이 책을 읽고 난다면 매일 출퇴근의 고단함이 좀 다르게 느껴질지 모른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정보
  • 지은이: 김효은 지음
  • 출판사: 문학동네
  • 가격: 1만4500원

위대한 초록의 세계 <섬 위의 주먹>

<섬 위의 주먹> 내지.
뛰어난 상상력과 섬세한 표현이 조화를 이룬 비올레타 로피즈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책을 열면 작지만 풍성한 정원 하나가 펼쳐진다. 전쟁 피란민이자 이민자, 문맹이면서 남루한 차림새의 작은 몸으로 영문 모를 이상한 말을 하는 루이 할아버지가 가꾸는 정원이다. 세간의 시선으로 보자면 폄하될 법한 인물이지만 이제 막 읽고 쓰기를 배우는 아이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다.

이 책의 이야기를 쓴 프랑스 소설가 엘리즈 퐁트나유는 자신의 작은 영웅인 실존 인물을 비올레타 로피즈의 손을 빌려 매력적인 그림으로 살려냈다. 비올레타 로피즈는 뉴욕타임스의 '2018 올해의 일러스트북'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작품마다 글과 가장 적합한 그림을 그려내며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온 작가다.

그림책 작가들이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의 그림을 그릴 때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를 오마주했다고 밝혔는데,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비올레타 로피즈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첫 번역본이며,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그림책으로는 <마음의 지도>가 있다.

<섬 위의 주먹> 정보
  • 지은이: 엘리즈 퐁트나유
  • 그림: 비올레타 로피즈
  • 출판사: 오후의 소묘
  • 가격: 1만6000원

만남과 이별의 아름다운 이중주 <안녕>

<안녕> 내지. 리듬감 있는 컷 구성이 몰입을 고조시키며, 그림의 전개만으로도 차진 이야기를 구성해내는 작가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안녕'은 만남의 인사이자 헤어짐의 인사이다. <안녕>은 2015년 <수박 수영장>을 시작으로 <할머니의 여름휴가>, <왜냐면…> 등으로 평단의 호평은 물론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뜨거운 기대와 사랑을 받아온 안녕달 작가가 반갑고도 쓸쓸한 이 인사말 '안녕'을 모티프로 그려낸 작품이다.

삶의 소소한 결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온 작가는 이번에는 소시지 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그림이 총 662컷, 쪽수만 해도 246면에 달할 정도로 볼륨이 적지 않은데 대사는 극도로 절제돼 있다. 간결한 그림이지만 그것이 품은 세계는 한층 깊다.

소시지 할아버지의 탄생과 성장은 감각적이고 리듬감 있는 컷 구성으로 빠르게 전개하고, 소시지 할아버지가 개와 함께 지내는 순간은 마치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다루듯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보여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존재 모두가 함께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는 뭉클함이 느껴진다. 오로지 그림 중심으로 일궈낸 풍성하고도 깊은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안녕> 정보
  • 지은이:안녕달
  • 출판사: 창비
  • 가격: 2만2000원
  • EDITOR: 이수빈
  • 이미지 제공: 문학동네, 오후의 소묘,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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