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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 치료부터 성전환 수술까지
토털 케어 평생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황나현 교수

수술실에서 진료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

많은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신체적 고통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동안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가 없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의료 사각지대에서 힘들어하는 성소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젠더클리닉'을 개소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병원에서 황나현 성형외과 교수를 만나 젠더클리닉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알아봤다.

인간의 생물학적 성과 성에 대한 정체성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스스로 정체화하고 표현하는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한다. 동성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 여자 같은 게이, 남자 같은 레즈비언을 트랜스젠더라고 하기도 하고 동성애자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고 트랜스젠더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트랜스젠더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으로 느끼는 성은 일치하지 않는다.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이란 자신을 남성, 여성 또는 제3의 성별로 느끼는 내적 감정을 말하며 성별 표현(Gender Expression)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행동이나 옷차림, 머리 스타일, 목소리 또는 신체적 특징 등으로 나타내는 방식을 말한다. 젠더 트랜지션(Gender Transition)은 트랜스젠더가 성별 위화감을 해결하고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부합하는 성별로 살아가기 위한 전환 과정을 뜻한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존 정신 질환으로 분류했던 '성별 불일치' 항목을 '성적 건강 관련 상태'로 변경했다. WHO는 "트랜스젠더가 더는 정신 장애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더 나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별 정체성 해결하는 전문 치료

황나현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황나현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젠더클리닉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호르몬 치료, 수술 등 성별 트랜지션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젠더클리닉의 의료진은 트랜지션 진료 경험이 있는 전문의들을 위주로 구성했다.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내분비내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정신건강 의학과 의사 6명이 모여 '젠더 팀'을 결성했다.

젠더클리닉은 트랜스젠더가 성별 불쾌감을 해결하고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부합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토털 케어'를 구축했다.

이 클리닉의 황나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성형의학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국내에서 안전하게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었다"며 "환자는 태국까지 가서 후유증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은 수술 후 부작용이 나타나도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태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환자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젠더 트랜지션 수술은 고도의 의학적 테크닉을 요한다. 젠더클리닉은 트랜스젠더의 안정적인 삶의 변화를 위해 다방면의 치료를 제공한다. 성별 불쾌감은 진료과 하나에서 전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부인과나 내분비내과에서 호르몬 치료도 하고 심리적 고통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관리한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환자에게 수술 후의 신체 변화에 대한 사전 교육도 제공한다. 젠더클리닉은 각 진료과 전문의들을 모아 팀을 꾸렸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관리할 수 있다.

환자마다 치료 방식이 다른 맞춤형 서비스

한 개인이 경험하고 표현하는 성별과 생물학적으로 부여받은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 성별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심리적, 사회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트랜스젠더 건강을 위한 세계전문가 연합(WPATH, World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gender Health)에서 제공하는 표준 지침은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 최소 1년간 자신의 성별 정체성대로 살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호르몬 치료도 받도록 권고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이 기간에 상담을 통해 환자의 심리적 고통에 대한 면담 치료를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우울증 치료와 같은 약물치료도 병행하며 수술 전까지 환자의 정신건강 관리를 맡는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 요법만으로도 어느 정도 체형, 피부, 목소리의 변화를 얻을 수 있다. 성전환 수술은 호르몬요법으로 불가능한 신체적 변화를 얻기 위해 시행되는 것으로 1년 이상 호르몬 요법을 시행한 후 고려해 보는 것이 권고된다.

안면윤곽 성형술, 목젖 성형술(갑상연골 성형술), 제모·모발이식 수술, 유방절제·확대술, 지방흡입· 지방이식술에서부터, 기존의 체내 생식기를 제거하기 위한 고환·정관절제술, 자궁· 난소난관 절제술, 새로운 성기를 만들기 위한 성기 재건술 등 개개인에 맞춰 다양한 수술이 가능하다.

성전환을 원하는 환자는 먼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성별 정체성에 따라 살아보는 시간을 가진 후에 최종적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은 성형외과에서 맡는데 사람마다 필요한 수술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어 목젖 수술이나 가슴 수술의 경우 필요에 따라 수술 여부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각자에게 맞춤형 진료가 필요하다.

황 교수는 "유수한 해외 여러 병원 및 의료진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며 "국제학회 참석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한 환경에서 개개인에 맞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학계의 최신 의학 지식을 기반으로 환자와 상담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대 안암병원 젠더클리닉의 큰 장점이다. 황 교수는 "성소수자들의 건강에 대해서 의대에서도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의료진은 환자를 대함에 있어 어떠한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DITOR: 홍은심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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