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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TRAVEL

전남 신안군 섬 여행 오감을 열어주는 곳,
평화와 감동이 밀려온다

신안군 증도에 있는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바라본 해변.
바다가 조망되는 특별한 곳에서 석양과 노을을 감상하면서 감동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갇혀 지낸 오랜 시간.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있다.
지난 1년 반은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그렇다보니 그간에 무언가는 얻었다. 그건 코로나가 없었다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값지고 귀한 것이다. 우리나라 섬 여행의 묘미가 그렇게 살아났다.

나의 섬 여행은 이와 같은 동기에서 시작됐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 여행지라 여겨지지 않는 곳, 나도 잘 모르는 곳,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홀로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은 육지에도 많다. 그럼에도 내 발길은 바다를 향했다. 아니 섬으로 치달았다. 왜 그랬을까. 이 네 가지 조건 중 마지막,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가 의식되지 않을 완벽한 장소로 간주돼서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여러 사람이 내게 물었다. 그러면 나는 즉각 자신 있게 답했다. "물론. 그 이상으로. 그랬다"고. 섬은 그런 내 여행 욕구를 채우고도 넘칠 만큼 완벽했다. 그건 일단 일상의 거울이 아니어서 그랬다. 우리 모두에게 타인은 거울이다. 그리고 사회생활이란 나를 그 거울에 비쳐 보는 것. 그런데 섬에선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의식할 사람이 없어서다. 그렇게 해서 섬은 이제껏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여행지'로 다가왔다.

목포 해상케이블카
목포 해상케이블카 : 북항(시내)~유달산~고하도를 차례로 잇는다.

코로나에 일상을 빼앗긴 게 어디 우리뿐일까. 섬도 그랬다. 여행자로 북적대던 섬도 침잠과 고요, 단절과 소외라는 본래 성정을 되찾았다. 그렇다. 이제야 비로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인데 그걸 한 마디로 줄이면 이거다. '평화'. 해 뜬 직후 데워진 찬 공기의 상승 같은 대류현상까지 감지할 만치 내 오감을 열어주는 새 아침의 신선함, 가슴 저 밑으로 잠행하듯 내려앉는 저녁 해의 장관에서 일어나는 지긋한 감동. 나는 평화라는 단어를 섬 여행에서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섬으로 떠나기를 권한다. 이런 호사를 누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섬은 여행지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두루 갖췄다. 좋은 점은 자연의 본래 모습을 간직했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오가기가 수월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로 인해 전자가 존재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 투자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곳이 등장했다. 1004섬(천사섬)이라 불리는 전라남도 신안군에서도 북부(무안군 서편)와 중부(목포 서편)의 섬이다. 임자도 증도(이상 북부)와 암태도 안좌도(이상 중부)가 거길 대표하는데 필자가 거쳐 간 코스를 따른다면 주변의 여러 작은 섬을 포함해 모두 열일곱 섬을 3, 4일 일정으로 두루 여행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해진 건 '천사대교'가 개통된 2019년 4월 이후다. 총연장 10.8k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압해도(연륙도)와 암태도 두 섬을 잇는데 이미 여러 섬이 다리와 노두(개펄을 가로지르는 둑)길로 연결된 덕분에 이런 환상적인 섬 여행이 가능해졌다. 지도를 보면 쉽게 머릿속에 들어온다.

천사대교가 놓인 암태도와 주변 여섯 섬(자은도 팔금도 자라도 안좌도 박지도 반월도)이 그곳의 일부다, 역시 연륙도인 지도와 다리로 연결된 세 섬(사옥도 증도 임자도)과 노두길로 이어져 한 섬처럼 지내는 다섯 섬(증도면의 병풍 대기점 소기점 소악도 진섬)도 이 루트에 포함된 섬들이다. 단, 이 여행에는 조건이 있다. 세 구간(증도~자은도, 사옥도~병풍도, 소악도~압해도)은 배(카페리)로 이동하는 것이다.

열일곱 섬 찾기

목포대교
목포대교의 야경.

목포역을 필두로 살피면 서쪽 압해대교 건너로 압해도가 보인다, 천사대교는 이 섬과 서쪽 암태도(면)를 잇는다. 서해대교 건너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중앙대교를 건너면 팔금도이다, 섬 남쪽 안좌도는 신안제1교 건너편이다. 안좌도 명소인 퍼플교(목제교)는 섬 남쪽 개펄 해안의 작은 두 섬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다. 안좌도 남동단의 막내 섬 자라도도 자라대교로 이어졌다. 퍼플교를 걸은 뒤엔 자은도까지 북행 코스다. 여기까지 왔던 길을 거꾸로 가면 팔금도를 경유해 암태도로 넘어가 은암대교를 건너면 자은도이다. 자은도는 아시아대륙 최초로 지정된 슬로시티 증도와 지척의 거리다. 배를 타고 15분 걸린다.

배로 건너간 증도는 사옥도와 지도를 징검다리로 삼아 해제반도(무안군)와 다리로 연결됐다. 지도 서편의 임자도도 2021년 3월 개통한 임자대교로 최근 연륙도가 됐다.

증도에서 오가는 '섬티아고' 다섯 섬(병풍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은 사옥도(송도항)에서 배를 타고 찾아간다. 이 네 섬은 노두길로 연결됐고 목포까지는 뱃길로 이어진다. 최단거리 항은 최남단의 소악도. 바다 건너 압해도(송공항)는 압해대교로 목포와 연결됐다. 이렇게 해서 여기 등장하는 모든 루트를 다 섭렵하면 모두 17개의 섬을 찾는 셈이 된다.

자동차여행

자동차를 타고 가는 여행루트는 목포역에서 출발해 목포역으로 돌아오는 환상 형으로 이뤄져 있다. 목포역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돌려주기 쉬워 이 코스를 권한다.

카페리
증도를 떠나 자은도로 가는 카페리.
우전해변
금빛 고운 모래 해변이 해송 숲과 나란히 장장 2km나 펼쳐지는 우전해변.

자가용으로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 무안 목포 나들목 중 한 곳을 기점으로 잡는다. 목포역 기점이면 남쪽으로 압해도~천사대교~암태도~팔금도~안좌도~자라도로 이어져 있고, 북쪽으로 자라도~안좌도~팔금도~암태도~자은도~카페리(15분)~증도~사옥도~지도~해제반도~무안 읍~목포역으로 이어진다. 무안 기점은 역순으로 보면 된다. 증도에선 두 개의 옵션 루트가 있다. 지도 경유 임자도(북행), 사옥도(송도항)에서 배편으로 '섬티아고' 다섯 섬 찾기. 여행을 여기서 마치면 송공(압해도)행 카페리로 바다건너 목포로 간다.

증도

2010년 증도대교 개통으로 육지가 될 당시 짱뚱어 등 개펄 생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짱뚱어다리'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요즘은 한반도 모습으로 조성된 해송 숲을 배경으로 무려 2km나 이어진 금빛모래해변도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 여의도 만하다는 거대한 태평염전의 소금밭이 여행의 감상을 인상적으로 이끌어낸다. 그 해변과 염전 소금밭에서 감상하는 낙조와 노을의 해넘이가 어떤 이에게는 유일한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태평염전
태평염전은 작은 동산 높은 곳에 자리잡은 전망대에서 바라봐야 제격이다. 저 평지가 모두 염전이다.
해송숲
우전해변에 조성된 한반도 해송숲.

엘도라도 리조트는 투숙객을 상대로 전용해변의 바비큐 장에서 바비큐세트 메뉴를 먹으며 해넘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태평염전 낙조는 염전이 한눈에 조망되는 동산의 전망대에 올라 감상한다. 염전 한가운데 흙길을 따라 2km나 늘어선 소금창고와 전봇대가 노을을 배경으로 드리우는 해넘이 풍광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증도 낙조는 무창포(충남 보령군) 세방낙조(전남 진도군)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해넘이 비경으로 알려져 있다.

태평 염전

태평염전의 염생식물원
태평염전의 염생식물원은 갈대와 칠면초 같은 소금토양에서 서식하는 식물 사이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야생정원이다.

증도의 두 섬 사이 개펄을 간척해 이룬 태평염전 소금밭은 국내에서 가장 크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그 생산량이 가장 많다. 그런 염전을 이곳에서 제대로 관찰할 수 있다. 소금박물관과 미술관과 더불어 소금카페와 소금을 이용한 스파를 통해서다. 미술관은 돌 벽에 나무지붕의 오리지널 소금창고에 조성했고 박물관에서는 소금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소금카페는 과거 여기서 생산된 소금을 실어 나르던 개펄포구 앞에 있는데 개펄바다 풍광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염전에서 소금을 모으는 체험도 할 수 있고 거기엔 캠핑트레일러(10개)를 갖춘 캠핑장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태평염전 백미는 짱뚱어가 오글거리는 개펄에 산책로를 둔 염생식물원, 소금동굴과 사해바다와 같은 소금물 부양욕을 제공하는 소금스파다. 진정으로 침잠과 고요의 절대 평화를 섬에서 느끼고 싶다면 이 산책로를 찾아야 한다. 소금물 부양욕(30분)과 소금동굴 휴식(1 시간)은 천일염에 함유된 유익한 미네랄성분을 피부로 호흡기로 흡수시켜 피로를 회복시켜주는데 그 효과가 놀랍다. 6 시간의 자동차여행 끝에 귀가해도 피로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자은도

지난해 양산해변에 '1004 뮤지엄파크'(세계조개박물관 수석정원과 전시관 자연휴양림)가 문을 열었다. 도시락을 까먹으며 정원 산책을 하고 박물관을 관람하며 반나절 정도 보내기 좋은 곳이다. 해변의 돌섬을 잇는 '무한의 다리'도 산책하며 휴식하기 좋은 곳이다. 증도를 오가는 카페리 선착장(고교) 부근도 추천 코스다.

태평염전
자은도 둔장 해변 앞 두 섬을 잇는 '무한의 다리'. '무한'은 '섬의 날'(8월 8일)에 든 숫자 '8'을 누인 무한대(∞)에서 왔고 동시에 '1004'섬 가운데 숫자 '00'을 의미한다.
해송숲
자은도 뮤지엄파크 내 시설 중 하나인 수석정원·돌과 나무·꽃 그리고 연못으로 꾸며졌는데 옆에는 수석박물관도 있다.
퍼플교
안좌도 두리 마을과 코앞의 두 섬(박지도 반월도)을 잇는 나무다리는 온통 보랏빛으로 채색돼 '퍼플교'라 불린다. 다리 뿐 아니라 지붕도, 도로의 차선도 보라색이다.

퍼플교

'짱뚱어다리'로 여행자를 증도로 불러 들인 신안군이 두 번째로 시도한 다리 프로젝트. 안좌도 남쪽 두리 개펄 앞 작은 두 섬(반월 박지)을 목재 다리로 연결해 걷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총연장 길이는 1462m에 달한다. 다리는 이름 그대로 보랏빛 일색이다. 그런데 보랏빛은 다리 뿐 만이 아니다. 주변 마을의 지붕과 문, 도로의 선까지도. 보라색 옷이나 스카프, 모자를 입거나 두르고 쓰면 입장료 할인도 해준다. 산등성을 보랏빛으로 뒤덮는 라벤더공원도 조성됐는데 전기차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필립의 집
산티아고길 지도

남프랑스의 목가적 분위기의 '필립의 집'. 프랑스 작가의 작품. 소기점도로 이어지는 대기점도 남단의 노두길 초입에 있다.

섬티아고

4년 전 병풍도에 딸린 작은 섬 네 개(대기점 소기점 소악도 진섬)에 예수의 열두제자 이름으로 제각각 지어진 작은 교회 12개가 들어서면서 '순례자의 섬'이 됐다. 1930년대부터 증도 등 주변 섬에 교회를 개척하며 복음을 전하다가 6·25전쟁 중 인민군 동조자들에 의해 순교한 고 문준경 전도사를 기리기 위한 프로젝트. 그게 '산티아고의 길' 처럼 도보 순례길(12km)로 인기를 모으며 '섬티아고'라 불리게 된 것이다.

Travel Information

식도락 기행
낙지초무침
증도 고향식당의 낙지초무침. 데친 낙지를 초고추장에 무쳐 낸다.
목포 명인집
목포 명인집(근대역사관점) 외관 : 향토요리를 지역의 재료로 만들어 낸다.
육회비빔밥
함평한우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육회비빔밥. 함평읍내 오일장 거리 목포식당에서 만든다.
  • 증도
    짱뚱어 탕과 낙지(연포탕 탕탕이 초무침)가 대세. 증도면사무소앞 고향식당(061-271-7533)이 가장 크다. 생선회는 증도대교 건너 사옥도의 송도항 주변 지도회집(061-275-7119)을 권한다. 송도수산물유통센터(네 번째 화요일 쉼)는 100% 자연산만 취급(모두 입항어선에서 부려 경매한 생선)하는데 지금은 병어가 제철. 2층엔 장만 비를 받고 구입한 생선을 요리해 주는 식당도 있다. 이 섬엔 대리운전이 없으니 생선을 회로 떠 가져가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엘도라도리조트에서 해질녘 해넘이 바비큐세트메뉴(예약 필수)를 선택할 경우 여기서 함께 구울 생선을 사기면 좋다.
  • 무안
    '무안낙지'의 명소가 많다. 무안공항 앞 바닷가의 '탄도만낙지연승공동체'(무안군 망운면 피서리)의 식당 7호집(061-454-9558)을 찾는다.
  • 목포
    먹갈치조림 간장게장 등 지역산물로만 조리한 음식을 '한상차림'으로 내는 '명인집'(목포음식명인 인증식당)을 권한다. 본점(061-245-8808) 근대역사관점(061-244-8308)이 있는데 직접 담가 내는 막걸리도 명물.
  • 나주
    무안에서 30분 거리로 상경 길에 들른다면 '나주곰탕 하얀집'(061-333-4292)의 곰탕을 추천한다, 영산포 홍어거리에서 홍어삼합을 맛볼 수 있다.
  • 함평
    '함평한우' 육회비빔밥은 읍내 오일장시장에 있는 '목포식당'(061-322-2764)을 추천한다.
숙박

증도의 엘도라도리조트(1544-8865)를 추천한다. 나머지 섬에는 권할 만한 숙박시설이 없는데다 침잠과 고요의 섬 평화를 제대로 즐기기에 여기만한 곳이 없어서다. 여행 일정도 첫날은 여기서 보낸다. 3박 일정이라면 첫 2박은 증도, 나머지 1박은 목포를 제안한다.

카페리 운항 정보
  • 증도~자은도(15분소요) : 승객 1000원, 자동차 2000원. ▽선착장 △왕바위(증도) 061-275-4362 △고교(자은도) 061-271-1173
  • 송도(사옥도)~병풍도(25분 소요) : 승객 3000원, 승용차 9000원. ▽선착장 △송도항 061-246-4222
  • '섬티아고' 소악~송공(35분 소요) : 승객 5500원, 승용차 2만원. ▽선착장 △송공 061-261-4221 ▽선사 △해진해운 061-279-4222, 061-244-0803
  • WRITER: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 PHOTO: 조성하, 유튜브 '로드마스터'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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