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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 삶의 질 떨어뜨리는
골반장기탈출증

신정호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

골반장기탈출증은 흔히 '밑이 빠지는 병'이라 불리며 주로 50대 이상 여성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자궁이나 방광, 직장 등 장기가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일컫는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에게 이 질환의 원인과 예방, 그리고 수술적 치료에 대해 물어봤다.

골반장기탈출증은 방광이나 자궁, 직장처럼 아래쪽 골반 안에 있는 장기들이 밑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아이를 출산할 때 난산으로 고생했거나 복부에 힘이 들어가는 일을 장기간 했던 여성에게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서너 명 중 한 명 정도고 열 명 중 한 명 정도는 수술을 요할 만큼 흔하다.

50대 이상 여성부터 발병하는 사례가 많고, 내원하는 환자 연령은 대부분 60~80대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는 수치심, 부끄러움으로 쉬쉬하다가 상태가 나빠져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신정호 교수는 상당히 흔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골반장기탈출증이라는 병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여성들이 많다고 말한다.

"주로 폐경 이후 나이 든 여성에게 생기기 때문에 처음에는 환자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건지, 자신과 같은 병이 또 있는지, 혹은 자신만 그런 것인지 당황해한다.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남에게 말을 못하고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 초기에는 소변을 보는 빈도가 잦아지고 걸음걸이도 어딘가 어색해진다. 이때 곁에 있는 가족, 특히 딸이나 며느리가 눈썰미 있게 관찰하다가 늦지 않도록 병원을 찾는 게 필요하다."

노화와 복부비만, 나쁜 생활 습관이 주 원인

신정호 교수
골반장기탈출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

골반 내 장기를 지탱해주는 구조물은 뼈가 아니라 인대와 근육, 근막 등 결합조직들이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이 조직들이 크게 늘어났다가 수축하면서 유지가 되지만, 분만 이전의 완전한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문제는 노화가 진전되면서 결합조직들의 탄성이 점차 줄어들고 형태적으로 늘어나며, 이를 붙잡아줘야 할 근육들이 감소하면서 복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결국 장기들이 아래로 처지면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노화와 더불어 폐경 이후 복부비만이 증가하는 것이 증상을 악화시킨다. 복부 지방이 늘어나면 복부 압력도 늘어나고, 이것이 만성적으로 진전되면 골반장기탈출증의 원인이 된다. 변비가 심하거나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도 위험하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어서 가족력이 있다면 3~4배 정도는 더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배뇨나 보행 등이 힘들어질 수 있고, 질 출혈과 골반 통증 등 다양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여성의 삶의 질을 나빠지게 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과 치료를 망설일수록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신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의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며, 장기가 조금 내려온 경증인 경우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 병세가 호전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복부 압력을 가중시키는 일을 피하고 쪼그려 앉기, 무거운 물건 들기 등을 피하면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장기가 질 입구 또는 질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되면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만약 그대로 방치하면 신체 활동을 할 때마다 마찰을 받게 되어 상처가 생기고 염증과 출혈로 고생하게 된다. 대소변을 보는 것도 어려워져 생활의 모든 것이 불편해질 수 있다."

재발 위험 적고 예후 좋은 단일공 로봇수술

천골질고정술 이미지
질과 천골 사이를 특수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천골질고정술(sacrocolpopexy).
출처 : 국제비뇨부인과학회(IUGA, International Urogynecological Association)

골반장기탈출증의 수술적 치료는 얼마 전만 해도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로 진행됐다. 이러한 수술은 절개 부위가 크고 수술 시간이 4~5시간 이상이 되어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특히 치료를 망설이다가 뒤늦게 내원한 고령 환자들은 다른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체력이 약한 경우가 많아 의료진에게도 극도로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또 수술 이후에도 30% 정도는 재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질과 골반(천골) 사이를 특수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천골질고정술'이다. 이 수술은 좁은 골반 공간에서 질 쪽의 장기들을 질과 분리하고 천골에 끌어올려 고정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재발률을 3~4% 정도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예전에 개복수술이나 질식수술, 복강경수술로 시행했을 때는 환자나 의료진이나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기로 최소침습적 수술이 가능해져 절개 부위가 작아지고 수술 시간도 줄어들어 통증이 적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골반장기탈출증은 대부분 고령 여성 환자이므로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신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 로봇수술을 '단일공'으로 시행한다. 이는 배꼽 주변에 구멍 하나만을 뚫고 기구를 삽입해 수술하는 방식인데, 정밀하고 신속하며 안정적인 시술이 가능해 조직 손상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 시간도 3시간 이내로 기존 수술보다 훨씬 짧고, 절개 부위도 3㎝ 정도로 작아 흉터가 남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도 안심할 수 있다. 물론 수술 특성상 출혈 가능성이 높은 천골이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 경험 많고 숙련도 높은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최초 단일공 골반장기탈출증 로봇수술 100례

"아직 많은 산부인과에서 자궁을 제거하고 앞뒤를 좁히는 전통적인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데, 사실 로봇수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골반장기탈출증을 모두 로봇수술로 시술할 필요는 없지만, 증상의 경과에 따라 전통적인 수술과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환자와 의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그러한 점에서 고려대 구로병원은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산부인과가 주도적으로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고, 작년에는 세계 최초로 골반장기탈출증을 단일공 로봇수술로 100례 넘게 시술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다학제 치료가 활발해, 가령 항문이 빠지는 증상일 경우 대장항문외과와 협진하면서 치료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치료 시스템으로 볼 때 로봇수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편 신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이 더 알려지기를 바란다. "골반장기탈출증이란 질병이 있고, 이러한 증상이 있는데도 꽤 많은 분들이 알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술 이미지

"아직 이 질병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말하기 꺼려하는 탓에 냉가슴을 앓거나 '나만 이런 건가'하고 걱정만 하는 것이다. 참고 참다가 하혈하는 상태에 이르러서야 병원에 오는 분들이 꽤 많으므로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반드시 병원을 찾기를 바란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도 거동이 불편하고 기침을 자주 하거나 대소변을 보기가 어려운 분을 보면 꼭 병원에 함께 방문하기를 권한다."

신정호 교수가 말하는 '골반장기탈출증 예방법'

초록리본
  • 복부 압력을 증가시키는 습관 버리기(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것 들기 등)
  • 한쪽 무릎을 괴고 허리 숙이지 않기(가급적 의자를 활용하기)
  •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기(탁구, 배드민턴, 헬스 등을 피하고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권장)
  • 기침을 일으키는 흡연은 금물(금연이 필수)
  • 변비 조심하기
  • EDITOR: 이종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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