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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최적화 환경 조성해
난임 치료 성공률 높인다

김용진 교수

난임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김용진 교수.

적어도 1년간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난임이라 일컫는다. 난임의 요인을 통계로 살펴보면 남성이 원인인 경우가 40%, 여성이 원인인 경우가 40%다. 나머지 20%는 원인 불명으로 나온다.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김용진 교수는 "부부가 서로 배려하고 지지해줘야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난임의 치료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용진 교수에 따르면 부부가 1년간 노력했다면 85%, 기간을 늘려 2년간 노력했다면 95%라는 통상적인 임신 성공률을 얻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어딘가에 임신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지 않은지 확인해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확인 방법으로는 남성의 정액 검사, 여성의 나팔관 검사와 초음파 검사가 있다. 이러한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1년이 되기 전에 일찍 검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여성의 나이가 많다거나 산부인과 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을 때, 또 배란이 불규칙하거나 자궁내막증 등이 있다면 빨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검사는 남성의 정액 검사를 통해 정자의 운동성, 형태, 개수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여성은 초음파 검사를 우선 시행하고, 나팔관 검사를 통해 정자가 배란되는 난자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이상 없는지 확인한다. 여성의 입장으로 볼 때 난임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는 나이다. 보통 37세 이후로 가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요즘에는 결혼이 늦고 출산도 늦어지고 있는데다 환경 호르몬과 스트레스 등도 고려해야 한다. 검사를 하면 경우에 따라 난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게 불임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난임과 불임의 차이는 사실상 없다고 보지만 특이한 원인, 즉 여성에게 나팔관이 없다거나 남자가 무정자증일 경우 불임이라 말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대부분 난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부부가 노력하면 임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자연 임신이 우선, 단계적으로 치료법 시도해야

난임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에 앞서 정확한 원인 판단이 필요하다. 배란이 잘 되는지, 나팔관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 임신은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배란이 잘 되지 않는다면 배란유도제를 쓰거나 자궁관 안에서 임신을 유지시킬 수 없는, 이상 요인이 있다면 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등 원인에 따른 치료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김용진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김용진 교수(왼쪽).

"임신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적인 임신인데,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면 임신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관 시술과 같은 침습적인 방법을 섣불리 시행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시도일 수 있다. 이럴 때는 단계별로 치료 방법을 고려해 일차적으로는 편한 방법, 가령 자연 임신의 확률을 높인다든지 시간을 더 투자한다든지 등 다양한 노력을 해볼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안 된다면 조금씩 힘들어지지만 단계적으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란유도제를 이용해 배란을 유도하고 인공수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시험관 시술과 같은 침습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난임 치료의 기본 원칙이다."

시험관 시술은 난자를 외부로 채취해 수정시킨 후 배아를 만들어 자궁관 안에 넣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시험관 시술의 성공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이식된 배아가 자궁 내에 착상 후 유지되는 최종 단계에 있어서는 현재의 의료기술이 최적의 조건을 확립했다고 보기 어렵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배아를 이식했다고 해서 전부 착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착상시켰어도 임신이 되지 않거나 유산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김 교수는 시험관 시술 분야에서 착상률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난임 치료의 최종적인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가 어떤 조건을 유지해야 이식시킨 배아를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임상적으로는 배아 상태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착상이 되지 않는 '반복착상실패군'이라는 환자군이 있는데, 다양한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를 종합해서 어떤 환자들이 그러한 환경에서 임신이 유지되고 또 되지 않는지 기준점을 설정하는 연구를 한창 진행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임신 초기에 시행하는 혈액 검사와 프로제스테론(Progesterone, 난소 안에 있는 황체에서 분비되어 생식주기에 영향을 주는 여성 호르몬) 검사를 함께 진행하고, 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좀 더 보충해주는 치료를 병행하거나 착상 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난임으로 고생하는 것도 힘들지만 마지막 희망이라 여겼던 시험관 시술을 했을 때 유산하는 경우에는 더 고통스러워한다. 이러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에 지침이 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타질환 치료 시 가임력 보존 고려해야

김 교수는 난임 때문에 치료해야 하는 부부뿐 아니라 '미래의 난임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경우도 강조해 말했다. 가령 아직 임신 계획이 없는 젊은 여성이 항암치료 등의 가임력 저하의 위험성이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치료 시작 전에 미래의 가임력 보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암치료의 성공률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암치료 이후의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이 늘고 있다. 따라서 요즘은 가임력 보존이라는 개념이 가임기 이전의 소아암이나 젊은 암환자의 치료 시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다. 간혹 응급한 상황에 이러한 가임력 보존에 대한 고민이나 대비의 시간적 여유 없이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식이 개선돼 우리 병원에서는 가임력 보존이 필요한 환자 대부분이 암진단 시 이에 대한 상담을 받게 된다. 가임력 보존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각 상황을 고려해 남성의 경우 정자, 여성의 경우 난자,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배아를 생성해 동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난소조직을 동결보존해 추후 재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암치료 후 가능한 시기에 보관된 정자, 난자 혹은 이미 생성된 배아를 해동해 임신 시도를 하게 되는데 오랜 기간의 역경을 겪은 후 임신에 성공한 환자의 경우 그 감동을 이루 말하기 어렵다."

시험관 시술 이미지

그동안 의료진들을 힘들게 한 난임 치료 사례로는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임신 시도를 했던 환자, 젊은 나이지만 이미 난소 기능이 저하된 조기난소부전 환자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과자극 주사를 통해 다수의 난자를 채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시험관 시술과 달리, 한 시술주기에 겨우 한 개의 난자만 채취되는 사례가 많다.

수정시킬 수 있는 난자의 수가 적을수록 임신 성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 경우 한 개의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을 여러 주기에 걸쳐 반복해 배아를 동결보관한다. 이후 이식할 수 있는 배아의 개수를 최대한 늘려 이식하는 방법으로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한 번의 시험관 시술도 고통스러운데 그런 시술을 반복해서 받으며 난자를 모아 임신에 성공한 사례들을 볼 때 어쩌면 의료진들은 환자보다도 굉장한 보람을 느끼곤 한다.

김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거나 실패한 후에 오게 된 분들이 많아, 적극적으로 치료 후 임신에 성공했을 때 기쁨도 배가 된다"고 말한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난임환자에게 정밀 수술이 가능한 첨단 로봇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 타 병원에서도 신뢰하고 환자를 보내고 있다. 또한 다른 난임 전문병원에서 난임 치료를 반복함에도 임신에 실패하거나,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 마지막 보루로 의뢰하게 되는 곳이 우리 병원이다. 그래서 고려대 구로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일반적인 상태보다 어렵고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는 환자들도 평균 40세를 훌쩍 넘고, 최고령 환자는 40대 중반을 넘기기도 한다. 보통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하다가 오는 경우가 70~80% 정도 된다. 대부분 마지막으로 시도해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는 셈이다."

  • EDITOR: 이종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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