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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으로 손상된 안면 부위,
섬세한 재건 수술로 살려낸다

이병일 교수

안면외상재건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이병일 교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두개골이나 얼굴 일부가 크게 손상되는 경우가 있다. 외상의 요인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폭력 등 다양하다. 얼굴 외상은 다른 부위와 달리 기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도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장애, 안면비대칭 등의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이병일 교수를 만나 안면외상재건에 대해 들어봤다.

안면외상재건은 수술범위가 넓은 분야다. 좁은 범위의 안면재건은 선·후천적 질환이나 교통사고 등 외상으로 눈, 코, 입술, 뺨 등 결손이 생긴 부위를 재건하는 것이다. 이때 재건이란 단순히 모양만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얼굴의 각 부위에 있는 근육과 인대, 신경까지도 재건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얼굴' 외에도 혀, 인두, 후두까지도 안면재건수술의 대상이다. 그래서 '안면두경부 재건'이라고도 한다.

이병일 교수는 "안면재건은 기능적인 면과 미용적인 면,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에 어려운 수술이지만 우리 몸의 다른 부위를 이용해 재건이 가능하다"며 "비교적 넓은 범위를 안전하게 떼어낼 수 있는 허벅지 등에서 피부와 혈관, 근육 등의 조직을 가져와 얼굴에 이식한다"고 말했다.

눈, 코, 뺨은 물론이고 없어진 입술과 혀도 재건할 수 있다. 외상으로 뼈가 절단되거나 부스러졌더라도 다른 신체부위에서 뼈와 조직을 채취해 재건할 수도 있다. 두개골의 경우 티타늄 등의 소재로 뼈를 만들고 그 위에 피부를 이식해 재건하기도 한다.

정맥과 미세혈관 이식하는 정밀 재건 수술

무엇보다 얼굴은 최대한 미용상으로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는 손상이 생긴 부위와 먼 위치의 조직을 이식하게 되면 본래 부위와 질감이나 색상 차이가 클 수 있어 가능하면 주변 조직을 이용해 재건한다. 코나 뺨 등을 재건할 때는 이마나 두피의 조직을 확장한 다음 이식하는 조직 확장 수술도 시행한다. 이식한 피부가 두꺼우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고 어색할 수 있어 최대한 얇은 피부와 가는 혈관을 이용해 재건수술을 한다. 다른 신체 부위에서 동맥, 정맥, 미세혈관, 신경을 각각 떼어내 얼굴에 이식해 자연스러운 표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술도 있다.

자연스러운 기능이 중요한 혀는 여러 가지 기술이 동원된다. 팔, 허벅지 등 다양한 부위에서 조직을 가져와 디자인 한 다음 원래 혀의 자리에 이식하고, 본래 혀처럼 사용될 수 있게 매우 미세한 혈관들을 이식해준다.

수술 이미지

암 같은 질환으로 혀를 완전히 절제하는 사례도 의외로 많다. 혀는 26개의 근육과 매우 미세한 혈관이 밀집해있는 기관임에도 혀 재건수술의 성공률은 98% 이상이다.

눈과 입술은 아직 완벽히 재건하기 어렵다. 근육의 움직임이 굉장히 섬세하고 역동적인 부위라 재건수술이 어렵고 한계도 있다. 충격으로 눈 주위가 골절이 되면 눈동자 움직임에 제약이 생긴다. 눈 주의가 함몰되면 눈을 뜨고 감는 근육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눈을 감거나 뜨지 못해 혈액이 순환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면 영구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눈 깜박임과 안구 움직임 등 시야와도 관련이 있어 치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교수는 "특히 눈꺼풀이나 코, 입 주위 등 기능이 중요한 부위는 좀 더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며 "특히 눈 주위는 찢어지면 탄성으로 상처부위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증 예후 진단 위해 협진으로 치료

이병일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이병일 교수.

안면외상재건은 더 심한 손상을 막고 합병증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예방적 치료에 초점을 맞춘다. 외상은 크게 좌상(멍), 마찰에 의해 생기는 찰과상, 칼로 베거나 찢어진 열상부터 심한 골절이나 조직의 결손까지 다양하다. 이 교수는 "응급실에서 끝나는 치료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의사가 알려주는 지시사항만 잘 지켜도 흉터가 남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처가 깊고 멍이 광범위하게 생겼거나 붓기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반드시 성형외과가 있는 병원을 가야 한다.

이 교수는 안면외상재건에 있어 다른 과와의 협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안과, 치과 등과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특히 입 주위는 음식물을 머금어야 하는 입술의 괄약기능과 저작기능, 발음, 교합 등에 관여하는 상악, 하악, 치아, 혀가 있어 치과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있다"고 말했다.

얼굴 골절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으면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아래·위 턱을 고정시키는 응급처치를 진행한 뒤 전신마취 후 골절부위를 맞추고 금속판을 이용해 고정술을 시행한다. 수술 후에는 대부분 정상적인 얼굴형태와 음식을 씹는 저작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외상 정도에 따라 얼굴 부위의 감각이상, 시각장애, 치아통증, 교합이상, 저작(씹기)장애, 상악동염, 턱관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예후를 사전에 평가해 최소화할 수 있는 진료과별 협진시스템이 중요하다.

안면재건을 할 때 피부와 근육 등 기타 조직을 함께 이식하기에 재활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자연스럽게 표정 짓기 등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혀는 음식을 씹고 삼키며, 말하는 기능을 회복해야 하기에 재활운동이 필수다. 아무리 정교하게 재건해도 다른 조직을 가져와 만든 것이라 처음에는 원래 혀처럼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혀의 재활운동으로는 매일 책을 읽고 대화하기, 노래하기, 조금씩 자주 음식 먹기 등의 재활운동이 있다. 1~2년 정도 재활운동에 집중하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 이 교수는 "다른 진료과도 그렇겠지만 특히 안면외상재건 치료는 의사가 섬세하게 공을 들일수록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도착 때까지 손상 부위 임시 보존에 주의

얼굴 외상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교통사고 시 안면부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전벨트를 꼭 착용해야 하며 스포츠·레저활동을 즐길 때도 얼굴 전체를 보호하는 헬멧이나 입을 보호하는 마우스가드 등의 보호구를 착용해야 얼굴 외상을 예방할 수 있다.

외상 환자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손상된 부위의 보존에 주의해야 한다.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을 입었을 때는 상처부위를 식염수로 가볍게 씻은 뒤 적신 거즈를 1~2겹 올리고 그 위를 마른거즈로 압박해 환부가 달라붙지 않게 주의하며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가급적 열상 후 8시간 내에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 골절 생기면 대부분 눈과 눈 주위도 손상을 입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눈 외상을 결막하출혈, 외상성전방출혈, 망막부종, 외상시신경증, 안구돌출 등으로 분류한다, 안구 돌출 시 신속히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턱이 빠졌을 때는 바로 응급실에 내원해 아래턱을 턱관절 내로 넣는 정복술을 시행해야 한다. 습관성 탈구일 때는 보톡스 치료나 수술적인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턱이 골절되면 치아가 맞지 않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시 응급실로 내원해 악간고정술과 같은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구강 내 출혈이 있을 경우에는 입을 헹군 뒤 피가 나는 부위에 거즈를 물어 지혈하고 즉시 응급실에 내원한다. 치아가 완전히 부러지면 치아 신경이 노출돼 심한 통증을 유발하므로 응급실로 이송한 뒤 치아의 치수(치아 내부에 위치한 부드러운 결합조직)를 모두 긁어내는 치수발수와 같은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아가 완전히 빠진 경우 현장에서 식염수로 가볍게 세척하고 즉시 치아를 빠진 부위에 집어넣은 뒤 가능한 빨리 응급실로 가야한다. 만약 빠진 치아를 제자리에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유, 스포츠 음료, 식염수 등의 보존액에 빠진 치아를 넣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아가 빠진 후 30분 내에 다시 식립해 고정치료를 받으면 치아의 생존확률이 90% 이상에 달하지만 90분을 넘으면 치아가 살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다.

  • EDITOR: 홍은심
  • PHOTO: 지호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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