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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만성 피로로 넘기기 쉬운 심부전,
방치하면 생존율 뚝 떨어진다

김용현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

심장은 엔진이다. 온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돌리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져 혈액을 온몸에 충분히 순환시키지 못하면 심부전이 생긴다. 지난 10년간 새로 진단받은 심부전 환자는 2배가량 늘었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에 이 질환에 대해 물어봤다.

기계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각종 부품에 녹이 슬어 고장이 나듯 하루 10만 번 이상 박동하는 심장도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이유로 기능이 약해진다. 고령 인구에서 심부전이 많이 생기는 이유다. 60~79세는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겪는다. 심부전은 고혈압·심장판막 질환·부정맥·협심증·심근경색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한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방치한 만큼 치료가 어려워진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는 "심부전은 5년 생존율이 유방암이나 대장암보다도 낮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인데 치료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숨이 차고, 몸이 붓는 심부전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 많은 환자가 노화나 만성 피로, 컨디션 저하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김 교수는 "이런 증상이 있으면서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가 있다면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숨이 차고 전신 부종, 피로감 있다면 심부전 의심해야

대표적인 증상은 숨이 차는 것(호흡곤란)과 다리를 비롯한 전신 부종(체액 과다), 피로감 등이다. 김 교수는 "물론 이런 증상은 다른 질병(빈혈, 폐 질환, 신장 질환 등)이 원인일 수 있지만 건강한 사람과 함께 걸을 때 숨이 차 따라가기 어렵거나, 조금만 심하게 움직여도 물에 빠진 것처럼 숨쉬기 곤란하다면 심부전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피로를 느끼는 이미지
노인 환자의 심부전은 만성피로와 증상이 비슷하기도 하다.

심부전 초기에는 활동할 때에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질환이 진행하면 자다가 갑자기 숨이 차 깨기도 하고 쉬는 중에도 숨이 가빠진다. 또한 심장이 혈액을 원활히 순환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부종이나 피로감, 운동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불면증·복수·소화불량이 동반되고, 낮보다 밤에 더 소변을 자주 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병원을 찾아 순환기내과(심장내과)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부전이 의심되면 다음 단계로 혈중 나트륨 이뇨펩티드와 심장 초음파 검사 등 정밀 검사로 심부전을 확진할 수 있다.

심부전의 원인은 다양하다. 심장 혈관(관상동맥) 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심장 근육(심근) 질환, 고혈압, 판막 질환 등도 심부전의 주요 원인이다.

김용현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

다양한 질환이 거미줄처럼 얽혀 완치도 어려워

심부전 환자 중에는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뿜어내는 기능은 정상처럼 보이는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도 적지 않다. 즉 본인도 알게 모르게 심부전의 여러 증상을 앓고는 있지만, 초음파 상으로 들여다 본 심장의 활동은 언뜻 정상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대체로 전 세계 심부전 환자의 절반 정도는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로 추정되는데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까다로워 치료의 최적기를 놓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심장초음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 양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심부전은 만성 피로로 착각하기 쉬운 증상을 보이다가 증상이 심해지면서 심장이 비대해질 수 있다. 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체액이 연약한 폐 조직으로 스며들어 폐부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고혈압, 당뇨병, 말초혈관 질환, 관상동맥 질환, 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이 거미줄처럼 얽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심부전이 발생하기에 치료법은 매우 복잡하고, 완치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폐부종이나 전신 부종을 동반해 호흡곤란이 오는 급성기에는 이뇨제 같은 약물로 부종을 줄여 증상을 개선시킴과 동시에 악화 요인을 찾아 개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심부전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교감신경이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기 위해 레닌 안지오텐신 수용체 경로를 막는 RAS 차단제를 기본으로 베타 차단제, 염류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차단제 등 다양한 약물을 투여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관리가 심부전 예방에 도움

심부전은 알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심근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다양한 심혈관 질환이 상당히 진행한 뒤 막바지 단계에 발생한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심부전의 선행질환을 조기에 찾아내 치료하고, 선행질환의 진행을 멈추거나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조기에 찾아내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어 "과도한 영양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해 체중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중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부전 1문 1답

김용현 교수
젊은 사람에게도 심부전이 생길 수 있나.

고령자에게 관상동맥의 죽상경화증이나, 심장판막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심부전이 많다면, 젊은 사람들은 비만과 관련한 중증 고혈압이나 선천성 심장기능 이상, 심장판막의 점액성 변화로 인한 심장판막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드물게 결핵이나 바이러스 등 감염증의 합병증으로 심부전이 오는 경우도 있다.

5년 생존율이 유방암·대장암보다 낮다고 하는데, 치료를 받으면 어느 정도 수명 연장이 가능한가.

심부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서 치료와 예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수명연장 정도를 일괄적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북미의 심부전 진료지침에서는 심부전을 네 개의 병기로 나누어 놓았는데, 마치 암을 네 단계의 병기로 나눈 것과 유사하다. A기는 심혈관 위험인자만 있는 경우, B기는 심장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이 발생했지만 아직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 C기는 심부전의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생한 경우, D기는 심부전의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아 입퇴원이 반복되는 시기라고 설명할 수 있다. 보통 심부전이라고 한다면 C 또는 D기를 이르는데, A,B,C,D기의 5년 생존율은 대략 97%, 96%, 75%, 20%다.

심각한 심부전에서 받을 수 있는 외과적 처치는 어떤 게 있나.

심장을 자동차의 엔진으로 비유한다면, 말기 심부전은 엔진이 더 이상 고칠 수 없을 정도로 고장이 난 것이다. 이 시기에 폐차를 제외한 수리의 선택지가 있다면, 아마 엔진을 통째로 교체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말기 심부전이라고 한다면 이때의 유일한 근본적 치료는 심장이식이다. 면역억제 치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우리나라에서 심장이식 후 10년 생존율은 80%에 육박한다. 다만 국내 뇌사자의 심장공여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공여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심부전 환자가 많다. 심장 이식이 어려운 이런 환자에게 좌심실 보조장치 (LVAD, Left ventricular assistant device)의 설치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험적용이 까다로워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가 스스로 질환을 자각할 수 있나.

심부전을 의심하려면 증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임상정황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첫째, 고령이거나, 조절이 안 되는 고혈압과 당뇨병, 뇌졸중, 부정맥, 심근경색과 같은 과거의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거나, 둘째, 3일간 2kg 정도의 급격한 체중 증가, 분당 100회 이상의 빠른 심박수나, 불규칙한 심장박동, 목 주위 혈관 (경정맥) 팽대 등이 있다면 심부전을 의심할 수 있다.

고혈압약을 먹는다면 심부전을 예방할 수 있나.

심부전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혈압의 정상화이며, 혈압을 정상화시킬 수만 있다면 어떠한 생활습관 교정이나, 어떠한 혈압강하제도 심부전의 예방과 치료에 유효하다. 단, 모든 혈압강하제는 드물지만 고유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부작용과 혈압강하 효과의 비교를 통해 비용편익을 고려해야 한다.

심부전 환자에게 추천하는 운동법이 있다면.

모든 종류의 신체활동이 심혈관질환에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활동을 늘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과도한 교감신경의 항진은 심박수와 혈압을 증가시켜 심장이라는 엔진에 과부하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심폐운동부하검사 (cardiopulmonary exercise test)를 시행하고 최대 심박수 또는 최대 심폐기능을 예측한 후, 이의 70~80%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든 환자에게 이런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한다면, '숨이 차지만, 말은 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추천한다. 이 상태를 목표로 일주일에 5번 이상 30분 이상의 운동을 추천하며, 운동의 종류로는 대체로 빨리 걷기, 파워워킹, 달리기, 자전거, 수영, 댄스 등의 유산소운동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심부전 환자에게 추천되는 좋은 음식이 있나.

전반적인 심혈관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는 'DASH 다이어트'를 소개한다. DASH는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의 축약어이지만, 고혈압뿐만 아니라, 체중감량과 당뇨병 조절에도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DASH 다이어트는 저염식, 저당식, 저지방식을 강조하고, 식이섬유, 과일 등의 섭취를 늘리며, 단백질은 가금류와 생선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피해야 할 음식이 있다면.

음식을 '달고 짜게' 만드는 설탕과 소금은 모두 심혈관 질환에 좋지 않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맛을 좋게 하고, 저장기간을 길게 하기 위해 설탕과 소금을 듬뿍 사용하기 때문에 통조림이나, 햄, 젓갈과 같은 가공식품은 삼가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물에 씻거나 데쳐서 염분을 제거하는 것이 권고된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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