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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의 주범 심근경색,
여름철 고온일 때도 급증한다

임상엽 교수

심장질환 진단 장비 앞에 서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임상엽 교수.

심장과 연결된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심장 근육은 멈춰 버린다. 말 그대로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근경색은 심한 경우 심장을 멈추기 때문에 환자의 40% 이상이 병원 응급실에 오기도 전에 사망한다. 이 때문에 심근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죽어가는 심장을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는지가 예후를 좌우한다. 목숨을 살려도 심장근육을 빨리 회복시켜야 합병증이 적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임상엽 교수에게 심근경색에 대해 들어봤다.

식생활과 생활 습관의 서구화로 한국에서도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질환과 뇌졸중이 사망 원인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맥경화성 심장병의 대표 질환이 바로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인데, 두 질환 모두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져서 생긴다. 그 중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손상을 입는 상태를 말한다. 임상엽 교수는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혈전에 의해 완전히 막히면서 심장 근육에 괴사가 일어나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심장은 살아 있는 동안 쉼 없이 뛴다.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핏줄은 관상동맥이다. 관상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이 심장에 공급된다. 관상동맥 가장 안쪽 층은 내피세포가 둘러싸여 있는데 건강한 사람은 이 내피세포에 혈전이 좀처럼 생기기 않는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으로 내피세포가 손상을 받게 되면 관상동맥 안을 흐르던 혈액 내의 혈소판이 활성화되면서 급성으로 혈전이 잘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생긴 혈전이 혈관의 70% 이상을 막아서 심장 근육의 일부가 괴사하는 경우가 심근경색증이다. 심장근육이 손상되지는 않지만 혈관이 좁아져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협심증이다.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인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는 고령,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이다. 비만과 운동부족도 심근경색의 위험 인자로 꼽힌다.

예고 없이 심근경색 발생하면 돌연사 위험 커져

심근경색은 예고 없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많다. 30분 이상 극심한 가슴 통증과 함께 호흡 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을 느낀다. 환자들은 보통 "죽을 것 같다" "가슴 전체를 쥐어짜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심근경색은 협심증보다 가슴 통증의 정도가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가슴 통증을 느끼는 이미지
심근경색에 걸리면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낀다.

임 교수는 "극심한 통증이 20~30분씩 지속되고 등이나 팔, 턱까지 통증이 방사되면 급성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며 "추가적으로 호흡곤란 및 식은땀, 구역질까지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조증상이 있어도 초반에는 통증이 심각하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단순한 소화불량 정도로만 인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혈관의 협착 정도가 5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조 증상 없이 바로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경우 증상을 오인하고 대처를 못해 돌연사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흉통을 호소하기도 전에 갑작스런 실신이나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 갈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광범위한 부위에 걸쳐서 급성으로 심근경색증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서서히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과는 다르게 심근경색 환자는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3-6시간 내로 막힌 혈관을 재개통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심각한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 교수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정지의 경우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이루어져야 뇌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심근경색, 혈전에 의한 어지럼증 동반

임상엽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임상엽 교수.

심근경색은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즉각적으로 수축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혈액이 갑자기 좁아진 혈액을 통과하면서 혈압과 맥박수가 높아지고, 이런 현상은 심혈관 내에서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일교차가 큰 봄철에도 심근경색증이 생길 수 있다. 오히려 기온 차에 따른 혈관 수축 위험으로 봄철 발생률이 더 높다. 여름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겨울보다 여름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심장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심근경색 환자가 약 20% 늘어나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급성 심정지 발생률은 1.3%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심근경색은 끈적끈적해진 혈액이 뭉쳐 생긴 혈전이 혈관을 막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날씨가 더우면 땀이 많이 나는데 이때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체내 혈액 밀도가 높아지고, 일명 '피떡'이라 불리는 혈전이 생성돼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이 생긴다. 또한 겨울철에 혈관이 수축해 생기는 심근경색은 흉통 등 전조 증상이 먼저 나타나 환자들이 비교적 병원을 쉽게 찾지만, 여름철 혈전은 어지러움 등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탓에 환자들이 더위 때문에 생긴 증상으로 오인해 3~4일 정도 방치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 진단과 검사는 심전도, 혈액 검사, 심장초음파, 심혈관조영술 등으로 진행한다. 심전도 검사에서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확인될 경우 곧바로 심혈관성형술, 스텐트삽입술, 혈전용해술 등으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혈액검사는 트로포닌(troponin)과 크레아티닌 키나아제(CK-MB) 등 특이한 수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심장초음파는 심장의 전반적인 수축 기능을 확인하면서 막힌 혈관을 찾는 데 이용된다. 심혈관조영술은 막힌 혈관을 찾아내 얼마나 혈관이 좁아져 있는지를 확인하는 확진 검사에서 자주 이용된다.

약물과 스텐트 시술로 막힌 혈관 개통

일단 심근경색이 확인되면 약물(혈전용해제) 또는 시술(관상동맥 풍선확장술/스텐트 시술)로 막힌 혈관을 다시 개통해 주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임 교수는 "이를 통해 사망률과 심부전의 빈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며 "이때 중요한 점은 이 시술이 최대한 빨리 시행되어야 하며, 신속하게 시행할수록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술이 1시간씩 늦어질 때마다 사망률은 0.5%에서 1.0% 가량 증가한다. 증상 발현 후 1시간 이내에 시술하면 사망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다.

심근경색은 발생 초기에 심한 부정맥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심근경색 초반에 자각 증상을 빨리 알아차리고 심각한 통증이 수반되기 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심혈관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심한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해 심근경색증 여부를 가려야 하고 진단이 확인되면 혈관 재개통술 치료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의료진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적절한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후에도 발병 초기에는 여러 가지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소한 24시간에서 48시간 이상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찰이 필요하다.

심박동 이미지

임상엽 교수는 "관상동맥질환은 적절한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후에도 완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 및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약물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근경색증에 대한 약물치료는 재발 방지와 심실 변화 방지를 목적으로 장기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혈전 억제제인 아스피린과 플라빅스를 포함하여 심장 보호 효과가 혈압약을 복용하게 되며, 고지혈증 약물도 처방받게 된다. 당뇨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에는 경구 혈당 강하제, 인슐린을 처방받는다. 스텐트를 삽입한 경우에는 스텐트에 혈전이 생겨서 혈관이 다시 막히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도 약물치료 목적 중의 하나이다. 스텐트 혈전증의 치사율은 50%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높다.

응급실로 실려 간 일부 환자는 치명적인 심실빈맥으로 치료 시작 후 하루 안에 사망할 만큼 경과가 좋지 않다. 고령이거나, 기본적으로 심기능이 저하된 경우, 당뇨병 또는 만성 신장질환을 포함하여 위험 인자가 3개 이상인 경우에는 그 예후가 더욱 좋지 않다.

심근경색 1문 1답

심근경색·협심증의 주요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대체로 만성 성인병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혈관 관련 질환을 앓는 사람은 일반 사람보다 협심증이 생길 위험이 훨씬 높다. 흡연, 음주, 비만도 협심증의 주요 위험 요소다. 협심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실 가족력이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 자신이 고위험군이라면 가슴 통증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평소 심장 검사를 잘 받아야 한다.

심근경색증·협심증의 진단 방법은.

자신이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건강검진을 받을 때 심장초음파나 관상동맥 CT(전산화단층촬영검사)를 따로 추가하길 권한다. 어느 정도 스크린이 가능하다. 이밖에 운동부하검사, 경동맥초음파검사 등이 있다.

심근경색증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엔 심근경색증도 협심증처럼 혈관 내 수술을 많이 하는 추세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관상동맥중재시술을 한다. 사타구니나 손목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카테터를 넣어 막힌 혈관을 뚫고 스텐트를 넣는다. 환자 상태에 따라 혈전용해제, 항혈소판제, 베타차단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치료가 우선되는 경우도 있다. 관상동맥중재시술은 간편하고 회복기간이 짧아 환자들이 선호하지만, 반드시 개흉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근경색 예방법은 무엇인가.

식생활 개선과 유산소 운동, 금연이 기본이다. 평소 심장의 건강을 살피는 일반인이라면 30분 정도 걷기, 계단 오르기, 의자에 앉기 전에 스쿼트 30회 등이 도움이 된다. 고령이거나 가족력,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 통증을 느낄 때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상당수가 교감신경을 급격하게 자극하는 심한 운동이나 기온 저하 등으로 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무리한 운동이나 추운 날 갑작스러운 외출,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피할 것을 권고한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라면 병원에서 처방받은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지질저하제 등을 철저하게 복용해야 한다.

  • EDITOR: 장치선
  • PHOTO: 조영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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