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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유일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
외상전문의 육성 이끈다

중증외상 환자를 수술 중인 오종건 교수팀.

2014년 보건복지부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고대구로병원을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로 지정했다.
고대구로병원은 외상 전문의로 이뤄진 팀이 24시간 대기하며, 중증외상 환자 전용 중환자 병상과 수술실 등 뛰어난 의료 인프라를 갖췄다. 외상 골절 및 골수염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의로 손꼽히는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장 오종건 교수를 만나봤다.

교통사고, 떨어짐 사고, 총상 등에 따른 다발성 골절·출혈 환자를 중증외상 환자라고 한다.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생명이 매우 위태롭고 사망률 또한 높은 고위험군 환자다.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는 바로 이러한 중증외상 환자들을 치료할 전문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기관이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고대구로병원을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로 지정한 것은 서울지역 중심 외상 전문의 집중 육성사업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 단 하나밖에 없다. 고대구로병원이 선정된 이유는 뭘까.

오 교수는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라는 게 아무것도 없는상태에서 보건복지부의 지원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설보다 센터를 운영할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시설만 갖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 내부 구성원들의 관심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고대구로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을 받기 2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위급한 중증외상 환자를 위한 외상팀을 꾸려서 운영해왔다. 결과적으로 이 팀에서 그동안 해왔던 진료기록과 콘퍼런스 등이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로 지정받는 데 훌륭한 자산이 됐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 오 교수가 있다.

외상팀은 인력과 장비에 투자한 만큼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 조직 자체를 꺼린다. 그럼에도 "외상팀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고대구로병원만의 특별한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오 교수의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는 오 교수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고대구로병원이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로 선정되기 2년 전, 오 교수는 당시 김우경 병원장을 찾아가 "외상수련센터 사업을 준비하려는데 외상외과 의사를 채용해달라"며 대신 "돈은 안 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김 원장은 "대학병원이 어떻게 돈 되는 것만 하느냐"며 "외상외과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은 대학병원이 책임을 갖고 해야 할 일이니 추진하자"고 흔쾌히 승낙했다.

후임 병원장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외상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백세현 병원장은 외상 전문의들이 신속하게 응급 외상 환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응급실과 가까운 교수 연구동에 전용 공간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은백린 병원장은 병실을 줄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상 환자 전용 입원실 10개를 따로 마련해주기도 했다. 시니어 교수들의 격려와 응원도 끊이지 않았다.

오랜 기간 외상 환자들을 기피하는 발언을 들어왔던 오 교수에게 이 같은 병원 측의 배려와 반응은 놀라웠다. 오 교수는 "고대구로병원이 개원했을 당시만 해도 주변에 구로공단이 있었기에 병원 의료진이 외상 환자를 많이 접했을 것"이라며 "아마도 그 경험 때문에 외상 환자에 대한 남다른 자세가 구성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교수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고대구로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기록을 보면 '이 사람들이 이것(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을 정말 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진정성이 보였을 거예요. 그게 우리 병원의 가장 큰 장점이죠."

'카데바 워크숍'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장 오종건 교수는 "시설보다 센터를 운영할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는 현재까지 정형외과 5명, 신경외과 2명, 외상외과 2명 이렇게 총 9명의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를 배출했다.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수련기간 2년 동안 외상 환자에 대한 접근과 치료, 임상적 판단에 필요한 광범위한 지식과 술기를 배워야 한다. 또 교수와 함께 수술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지원받은 교육예산으로 일반 전문의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수련 과정도 거쳐야 한다.

여러 수련 프로그램 중에 고대구로병원이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카데바 워크숍'이다. 직접 수술하기 전에 받는 훈련 방법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수련으로, 소수의 외상 전문의를 위해 1년에 2회씩 실습을 진행한다.

특정 분야에 뛰어난 교수를 1년에 2~3명 초청해 특화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오 교수의 초청을 받은 교수들은 20년 이상 쌓아온 자신의 노하우를 전문의들에게 이야기하고, 전문의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질문하는 시간을 갖는다. 인조 뼈를 활용해 현장에서 바로 실습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야말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교육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외상외과 등이 함께 모여서 진행하는 다학제 콘퍼런스 역시 일반 전문의들은 경험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이다. 중증외상은 혼자서 할 수 없고 여러 과가 협업해서 진료해야 하는 특수한 질환인 만큼 환자를 같이 보고 리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2년간의 수련 프로그램을 마친 외상 전문의들은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함과 동시에 외상센터에서 외상 진료, 교육,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리더로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중증외상은 다른 과에 비해 인원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삶의 질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오 교수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처럼 개업할 수 있는 과에 가면 고생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벌 수 있는데, 대우도 못 받고 고생할 게 뻔한 외상외과에 자원한 후배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련 과정을 마치고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가 된 후에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외상센터가 있는 병원은 전국에 17군데뿐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에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다 보니 수련을 마치고 근무지를 정할 때 부모나 배우자 등의 반대에 부딪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지방 외상센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외상 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많으니 고비가 여러 번 찾아온다. 오 교수는 "이것이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라며 "매해 꾸준히 인원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외상센터, 사망률 10% 이상 낮춘다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 오종건 교수(가운데)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는 전문의들.

현재 고대구로병원에는 다발성 중증외상 환자 전용 중환자 병상과 외상 전용 수술실 등을 갖춘 것은 물론, 서울시 119 특수구조단 소방항공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중증외상 환자 케어를 위한 전방위적 시설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서울 최고 등급 권역 응급의료센터, 정형외과, 외과를 비롯해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관련 전문 진료과와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국내에서 독보적인 외상 전문의 육성병원으로 꼽힌다.

그동안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며 중증외상 전문의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오 교수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재 지방에만 있는 외상센터를 인구 1000만 명에 이르는 서울시에도 만드는 것이다. 서울에 외상센터가 생긴다면 예방 가능 사망률을 10% 이상 낮출 수 있다.

오 교수는 "현 병원장인 한승규 원장께서 정식 외상센터 사업은 언제 따올 거냐고 물어보시며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언젠가 서울시에 외상센터가 세워질 때 고대구로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이 이른 시일 내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에서 정식 외상센터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EDITOR: 김경민
  • PHOTO: 김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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